경북 폰테크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청탁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 윤모씨의 아내 이모씨가 통일교의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거부하면서 “지시받은 바 소임을 다했을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정국장이던 이씨는 윤씨가 김 여사에게 건네려던 샤넬 가방 2개 중 1개를 구매한 인물이다. 통일교가 윤씨의 김 여사 청탁 의혹을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그어온 것과 달리 윤씨 부부는 통일교 지도부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출국금지하는 등 통일교 교단으로 수사 범위를 넓힌 상태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재정국장이었던 이씨는 지난 16일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이씨는 이를 통해 “본 연합(통일교)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언론에 나오는 추측성 내용이 아닌 명확한 법적인 증거와 행정적 증거로 제시해달라”며 “저는 23년간 선교본부에서 일했고 재정국장 겸 효정특별국장으로서 지시받은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사건에 있어서도 지시받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가 언급한 ‘본 사건’이란 윤씨의 건진법사를 통한 김 여사 청탁 의혹 등을 지칭한다.
이씨는 “현재 법적인 문제와 언론 취재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 있고 특히 세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며 “귀 연합이 지정한 (징계위) 날짜에 직접 참석은 어려우며 추후 기일을 지정해달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자 하니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통보가 아닌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 기일을 재조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통일교는 윤씨와 이씨에게 징계위 출석을 통보하면서 통지서에 “중대한 의무를 위반해 하늘부모님과 천지인참부모님(한 총재)의 위상과 권위를 실추시키고 본 연합의 질서를 어지럽게 했다”고 적었다.
윤씨는 2022년 4~8월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 선물용 샤넬 가방 2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샤넬 가방 1개를 구매하는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부부는 현재 출국 금지된 상태다.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전달하는 데 있어 “한 총재의 결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17일 오후 정상회담을 한다. 12·3 불법계엄 이후 6개월가량 멈춰있던 정상외교가 복원되고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캐나다 캘거리공항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취임 후 외국 정상과의 첫 대면 회담이다. 이 대통령은 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밝히며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는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우리 둘 다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국과 남아공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소중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지난 12일 전화 통화를 나눈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대면 회담을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6·25전쟁 75주년을 언급하며 “호주군은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싸웠다”며 “호주는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 국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호주가 많은 수의 군인을 파병한 덕으로 대한민국이 살아남아 이렇게 한자리에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호주의 자연경관을 너무 좋아해 몇 번 방문한 일이 있다. 빠른 시간 내에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된 한·미 정상회담은 당초 17일 개최하기로 양측이 조율을 마쳐놓은 상태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갑작스럽게 귀국을 결정하면서 개최가 불발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캘거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됐기 때문에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며 “미국 측으로부터는 이 같은 상황이 생긴 언저리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상황과 관련한 이유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한국 측에 상세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추진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가게 될 경우 그렇게 될 수도 있다”며 “(한·미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외교 채널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캐나다 현지에서 17일 오후에 개최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와 이 대통령의 외교는 탄탄한 한·미동맹 관계, 발전하는 한·일협력 관계,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기본 축으로 한다”며 “한·일 관계는 과거사 등 미묘한 문제가 있지만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가면서 협력을 증진해 나간다는 방향으로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건설적이고 선순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만들어가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아공·호주 정상과의 회담 외에도 캐나다 앨버타주 주총리가 주최하는 환영 리셉션, 캐나다 총독이 주최하는 만찬에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함께 참석해 외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 등과 교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리셉션에는 한국, 호주, 남아공 등 G7 회원국이 아닌 초청국 정상들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현 주미 호주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방문 이틀째인 17일에는 G7 회원국 정상들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이 함께 참여하는 확대 세션에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인공지능과 에너지 연계 등을 주제로 발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