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수익 기상청이 중부권 집중호우를 예고한 19일 찾아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호수(청계저수지). 한편에 있는 수문에서는 저수지 물을 빼는 배수작업이 한창이었다.
물이 빠지자 평소 볼 수 없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났다. 공원 관계자는 “저수지 면적은 21만7000㎡로, 아래가 좁은 밥그릇 모양으로 돼 있기 때문에 수변이 이 정도까지 드러났다면 이미 상당량이 방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원의 목표 방류량은 44만t. 저수지 전체 저장량(109만t)의 약 40%에 해당한다. 공원 내 또다른 호수인 ‘숲속저수지’도 약 6만t의 방류 작업을 마쳤다.
저수지 물을 뺀건 장마를 대비해서다. 공원 내 두 저수지는 집중호우 시 총 50만t 규모의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그릇’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빗물 배출장소인 양천구 ‘신월동 빗물터널’의 저장용량(32만t)을 넘어서는 규모다.
공원 저수지는 특히 강남·서초 일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중요하다.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는 상습 침수 지역이고, 서초구도 관내를 관통하는 양재천이 범람하면 수해를 입게된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해당 지역의 빗물이 공원 저수지로 흘러든다.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여름 우리나라에 내리는 장마가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비를 쏟아붓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아무리 예산을 들여 우수(雨水)관로를 사전에 정비한다 하더라도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물폭탄’을 모두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은 지하 깊이 배수터널을 크게 뚫어 흘려보내는 방법(대심도 배수터널)이지만, 공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고안된 게 쏟아진 빗물이 저지대로 곧바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방법이다. 도심 곳곳에 ‘빗물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청계저수지도 지난해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다. 공원은 지난해 10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을 확보해 청계저수지에 폭 5m, 높이 1.8m 규모의 비상수문 1기를 설치했다. 비상수문을 설치하면서 수위를 약 2m 낮추는데 최대 일주일씩 걸리던 방류시간이 단 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공원 관계자는 “수문의 각도를 조절해가며 방류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에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시는 청계저수지 사례를 토대로 현재 도심 공원 곳곳에 크고 작은 빗물그릇을 만들고 있다.
올해 장마철부터 서서울공원 중앙호수를 비롯해 평화의 공원 난지연못, 송파나루공원 석촌호수, 율현공원 저류연못, 어린이대공원 환경연못 등 5곳이 새로운 빗물그릇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활용되던 7곳을 포함해 총 12곳을 이용하면 서울전역에서 최대 75만70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시가 도심 빌딩 등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10㎝ 빗물담기 프로젝트’도 같은 취지다. 건물 옥상 등에 빗물 10㎝만 흘려보내지 않고 가둬놓아도 단시간에 폭증하는 빗물로 인한 저지대 침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진순 서울대공원장은 “올 여름 극한 호우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형 빗물그릇을 상시 작동해 강남권 저지대에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서울에서는 무더위쉼터로 이용 중인 공공시설 57개소와 기후 취약계층 대상 민간가구 20개소 건물 옥상에 태양열을 반사해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Cool Roof·옥상 태양광 반사 도료 시공)가 설치된다. 건널목 등 시민 이동이 잦은 장소를 중심으로 총 422개소의 그늘막이 추가 설치되고, 온열질환자 응급실 감시체계도 확대 운영한다.
서울시는 오는 9월30일까지 이런 내용의 ‘2025 폭염종합대책’ 가동에 돌입한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최근 폭염이 기후 재난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심화하고 있어 올해는 지난해 대비 5일 빠른 지난 5월15일부터 종합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시는 우선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체감온도를 낮추는 ‘쿨링시티(Cooling City) 서울’ 만들기에 나선다. 쿨링시티는 도심 기온 상승을 완화하는 폭염저감시설을 확대해 기후 적응형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시는 건물 옥상에서 태양열을 반사해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를 77개소에 신규 설치한다. 무더위쉼터로 이용 중인 공공시설 57개소, 기후 취약계층 대상 민간가구 20개소가 대상으로, 쿨루프를 설치해 냉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그늘막도 늘어난다. 올해 3월 기준 4140개소에 설치된 그늘막은 횡단보도·광장 등 시민 이동이 잦은 장소를 중심으로 총 422개소를 새로 설치한다. 물안개를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쿨링포그’도 기존 147개소에서 21개소를 추가해 무더위 속 휴식공간을 확대한다.
도심 온도를 직접 낮추는 ‘물 청소차’ 운영도 강화한다. 주요간선도로와 일반도로 총 1973㎞ 구간에 물청소차 187대를 투입해 최고기온 시간대(오전 10시~오후 3시) 일 1~2회 물청소를 한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도로사업소 차량 12대를 추가 투입해 물청소 구간을 181.4㎞ 확대한다. 이때는 보행자 밀집도와 효과성을 고려해 하루 최대 6회까지 취약지역 중심으로 물청소를 할 예정이다.
쿨링로드도 13개소 운영(시청역·종로3가역 등 총 3.5㎞)한다. 해당 도로에서는 사각 블록이나 표지병 모양으로 설치된 물 분사 시설에서 물을 분사해 도로 온도를 낮출 예정이다. 올해는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인 광화문~숭례문을 잇는 도심 중심 구간에 ‘쿨링로드 특화거리’(2개소 0.9㎞)도 신설한다. 시는 “북한산과 관악산 등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도심으로 유도하는 바람길숲을 조성하고 도심 녹지 공간도 확충해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온열질환자 응급실 감시체계도 확대 운영한다. 지난해 64개소였던 감시소를 6개소 더 늘려 촘촘히 관리한다. 어르신·쪽방주민·중증 장애인·야외근로자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보호도 강화할 계획이다. 어르신 돌봄 인원을 작년보다 1600여명 늘려 3만9343명으로 확대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생활지원사가 1∼2일마다 전화·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한다. 쪽방 주민을 위한 특별대책반도 만들어 10개조 20명이 1일 2회 순찰하고, 노약자나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주 2회 쪽방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건강을 살핀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사·야간 돌보미를 통해 건강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무더위쉼터에 대한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무더위쉼터 위치와 운영 시간 등을 지도에서 위치기반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울안전누리’로 연결되는 QR코드(정보무늬) 스티커를 제작해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에 7월 중 배포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 재난안전정보 포털인 서울안전누리에서는 쉼터와 그늘막 등 폭염저감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위치도 등을 제공하며 , 시민 행동 요령과 폭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