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가능업체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이레째 이어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간 중재자로 나설 뜻을 재차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 상태에 있던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을 계기로 중동의 ‘파워브로커’(권력 중개자)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참석차 주요 외신 편집장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의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허용하면서,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합의안 협상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에 중재 의사를 전달했다며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해결책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해법을 구상할 뿐, 누구에게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며 러시아가 이란의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 건설을 지원한 점을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부셰르에 원자로 두 개를 추가 건설하는 데 현재 200명이 넘는 러시아 노동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지도부가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란 핵 시설에 관여하며 그간 이란의 핵개발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규정한 이스라엘의 불안도 달랠 수 있단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할 경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논의하고 싶지도 않다”고 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6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암살된다면 “그것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끝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동의 ‘파워브로커’(권력 중개자)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년간 국제적 고립 상태였던 크렘린궁에 외교적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란, 이스라엘, 미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서, 중동의 파워브로커가 되려 한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빈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중재 지원 의사를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 문제는 나중에 걱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중재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기 시흥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17일 SPC삼립 서울 서초구 본사와 시화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9일 50대 작업자가 시화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후 29일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일터에서 반복되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대책 마련을 위한 첫발 떼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압수수색은 현장 감식과 진상 규명을 위한 필수적 절차다. 하지만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수사당국이 세 차례 시도한 압수수색을 모두 기각했고 정확한 기각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노동계 하소연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네 번째 청구 만에 지난 13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지만, 그새 결정적 단서·증거가 사라진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찰과 노동부는 기계가 작동하는데도 컨베이어 벨트에 왜 윤활유를 뿌려야 했는지, 공업용 윤활유는 아닌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가 작동했는지 그간의 의문을 규명해야 한다. SPC 계열 제빵 공장은 최근 3년간 사망사고만 3건 발생해 ‘죽음의 빵공장’으로 불린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사과하고 안전관리 투자를 발표한 뒤에도 이어졌다. 반복된 죽음은 구조적 문제다. 또 다른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마지막 답을 찾는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일터에서 반복된 죽음은 SPC뿐 아니다. 쿠팡에서는 2020년 이후 배송·물류센터 노동자 20여명이 과로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2018년 스물네 살 김용균씨가 혼자 일하다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2일 50대 하청 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거나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 발전소는 도급 금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됐다. 국가인권위의 도급 금지 범위 확대 권고도 무시됐다. 가장 기본적 원칙인 2인1조 작업 규정은 산업현장에선 여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 폭염 대책을 의무화한 산안법에 따라 ‘폭염 시 2시간당 20분 이상 휴식 부여’ 조항이 들어간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가로막았다. 이래선 ‘죽음의 일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산재 사망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와 국회는 법률적·제도적 대책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