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계엄 사태에 연루돼 경찰청장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된 조지호 경찰청장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당일 국회 월담자를 방치해 사실상 계엄 해제 의결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1일 조 청장 측 대리인은 헌재에서 열린 첫 변론준비절차에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국회 경찰 투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고 이날 변론준비기일은 201일 만에 열렸다. 지난해 헌재에는 총 9건의 탄핵 사건이 접수됐는데, 헌재는 지난 4월까지 조 청장 사건을 제외한 8건에 대해선 모두 결론을 내렸다.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정정미 재판관은 이날 탄핵소추 사유를 ‘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출입 통제로 인한 계엄해제 요구권과 대의민주주의 침해 및 내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및 선거연수원 출입 통제로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지난해 11월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진압’의 3가지로 정리했다.
조 청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조 청장 측 대리인은 계엄 당일 국회 통제와 관련해 “국회를 전면 통제하려면 70개 중대가 필요하지만 당시 동원된 경찰은 6개 중대 규모였다. 우발상황을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했다.
이어 “형식적으로는 정문을 통제했지만, 월담자는 방치했다. 사실상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조력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의 경우 오히려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의 직권남용 피해자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은 이날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주장을 하는 대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형사재판 사건 결과를 보고 탄핵심판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정 재판관이 “국회 봉쇄 등의 탄핵소추 사유를 형법상 내란죄 등으로 구성한 부분을 유지하는지, 헌법 위반으로만 포섭해 주장할 것인지”를 묻자 “내란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 측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형사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고 기약이 어려운 상황이라 내란죄 성립 여부를 쟁점으로 다투지 않은 것으로 추측한다”며 “조 청장의 경우 내란죄 성립 여부가 크게 다퉈지고 있고 핵심적 사안”이라며 “(법원에서) 실체적 판단을 받아보고, 이후 헌재에서 판단해 절차적으로 반영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청장 측은 형사재판에서 증인들이 많고,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 등 사건과의 병합 여부 등을 고려하면 내년 6월이 넘어야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다음 기일까지 의견을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 측 대리인은 “저희 입장에서는 잘못된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오후 3시 다음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조선 후기 대표 실학서로 꼽히는 ‘박제가 고본 북학의’가 보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국가 발전을 위한 개혁·개방의 방법론이 담긴 ‘박제가 고본 북학의’를 비롯해 9건의 유물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북학의>는 박제가(1750~1805년)가 1778년 청의 북경을 다녀온 후, 국가 제도와 정책 등 사회·경제의 전 분야에 대한 실천법을 제시한 지침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박제가 고본 북학의’는 작성 시기가 초기본에 가장 가깝고, 박제가의 친필 고본(稿本, 저자가 친필로 쓴 원고로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옮겨 베껴 쓰는 필사본의 저본(底本, 옮겨적을 때 근본으로 삼는 책)이 되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도 높다. 박지원(1737~1805년)의 친필 서문(序文)이 함께 남아 있는데, 두 역사적 인물이 직접 쓴 글씨가 함께 남아 있는 매우 희소한 사례이기도 하다.
함께 지정 예고된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는 임진·병자 양난 이후 화엄사 중창 등 피폐화된 불교 중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벽암대사(1575~1660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입적 3년 뒤에 세워진 비석이다. 승려의 비석이 많이 건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건립된 희귀한 사례이다. 비석을 세운 시기, 비문을 지은 사람, 비문 글씨를 쓴 사람, 전액(篆額, 한자 서체 중 하나인 전서체로 비석 상단부에 명칭을 새기는 것)을 쓴 사람을 모두 기록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그 외 ‘대혜보각선사서’, ‘예기집설 권1~2’, ‘벽역신방’,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강화 전등사 명경대’,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 등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들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율(24%)보다 높은 30~3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무역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관세율을 높여 부르며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과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합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을 못하겠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내 ‘매우 감사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당신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신들은 30%, 35% 또는 우리가 정한 세율만큼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이어 “왜냐하면 우리는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약 685억달러(약 93조원)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약 699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사랑하고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도 정말 좋아한다”면서 “그들은 우리에게서 30~40년간 뜯어가면서 잘못 길들었고 합의를 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부 국가에는 아예 (미국과의) 무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나 대부분은 수치(세율)를 정해 1쪽이나 1쪽 반 정도 분량의 친절한 서한을 단순하게 써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오는 8일까지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는 국가에는 관세율을 일방 통보하겠다고 말해왔다.
미·일은 7차례 장관급 통상 협상을 벌였으나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은 자동차 관세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점차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그것이 최종적이며 추가 세율 인상은 없으리라는 것을 보장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일 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관세보다는 투자로 앞으로도 국익을 지켜갈 것”이라며 과거 발언과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도 “언급을 자제하겠다”며 “진지하고 성실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7일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미 외교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무역 협상에선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상황이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