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디자인마쓰다 유키마사 지음·조지혜 옮김 교유서가 | 324쪽 | 2만5000원나치 독일은 기호의 제국으로 불렸다. 갈고리 십자를 뜻하는 ‘하켄크로이츠’가 대표적이다. 나치의 깃발과 완장에 사용된 이 문양은 악의 상징이 됐다. 나치 찬양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삼던 미국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가 지난 2월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당연한 알레르기 반응이다.“디자인에는 죄가 없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디자인에 사람들을 선동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국기의 색과 모양, 군복의 디자인, 상징적인 로고까지. 다양한 도판 자료를 제시하며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전파에 이용된 시각적 기호를 파헤친다. 저자는 이를 ‘다크 디자인 투어리즘’이라고 부른다.디자인은 전쟁을 독려하거나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였다. 미국의 ‘엉클 샘’이 ‘당...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내란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대국민 사과는커녕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던 중 조사자의 신분을 트집 잡으며 조사를 거부하는 등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의 몽니 앞에 조사 대상 혐의와 조사자를 교체했다.앞서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걸어서 들어섰다. 그는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멈추거나 대답하지 않고 지나쳤다. 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과거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대국민 사과 또는 유감을 표했던 모습과 대비됐다.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특검 측과 티격태격했다. 송진호 변호사는 29일 새벽 특검 소환조사 뒤 브리핑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특검이면 검사가 조사해야 하는 게 맞다”...
‘알코올 중독’ 건강 저널리스트가 쓴 33일간의 알래스카 순록 사냥기 “작은 동그라미, 그 너머엔…” 과밀 도시 속 현대인에 전하는 깨달음포식자의 위협, 극한의 날씨, 배고픔 등으로 항상 죽음의 위협에 처했던 과거 인류와 달리 현대인은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안온한 생활을 유지 중이다. “미국인은 하루 중 93% 이상의 시간을 냉난방 시스템이 있는 실내”에서 지낸다. 배고픔은 느낄 새가 없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널려 있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는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량 이상의 과도한 음식을 먹는 콘텐츠가 유행한다. 따분함을 느낄 새도 없다. “1920년대, 라디오가 대중에게 방송되자 처음으로 온종일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 마침내 2007년 6월29일, 아이폰이 탄생하자 따분함은 영원하고 완전한 사망 선고”에 처한다.편안함의 시대다. 그런데 편안함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잘 움직이지 않고 많이 섭취하다 보니 비만, 당뇨 등 성인...
국회 입법조사처가 초유의 피해를 낸 지난 3월 영남 대형산불을 두고 “산불 대응 체계의 문제 등 인재(人災)적인 측면도 있다”며 “관련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입법조사처는 27일 특별 보고서 ‘대형산불에 대한 국가적 대응 과제-2025년 영남권 대형산불 사태를 계기로’를 펴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형산불 예방·대응·복구 등 모든 단계에서 이행력, 실효성, 현실성이 매우 낮다”며 “각 단계에서 유관 부처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대응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입법조사관 13명으로 이뤄진 ‘산불대응연구TF(태스크포스)’가 지난 4월 3일부터 지난 30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보고서는 먼저 산불 규모, 발생지, 산림소유권에 달라지는 복잡한 지휘체계를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대형산불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진화를 지휘하는 가운데, 관할 지역이 두 군데 이상이면 대통령령에 따라 통합지휘권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