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김용태 “반탄 당론 무효화”송언석 “혁신위부터 출범”
친윤·중진-친한·신진 내홍
“요즘 날씨가 우리 당 상황 같다. 숨이 턱 막히고 앞이 안 보인다.”(재선 A의원)
국민의힘이 22일 6·3 대선에서 패배한 지 3주 가까이 흘렀음에도 당 쇄신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 ‘투톱’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쇄신안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초·재선과 중진,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 구도로 의견이 갈려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오는 3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신이 내놓은 5대 개혁안 추진에 의지를 보인다. 그는 전날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국민의힘 제주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과거를 책임지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5대 개혁안 중) 탄핵 반대 당론만큼은 무효화해야 된다”며 “당원 여론조사에서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과 만찬을 한 뒤 “당원 여론조사라든지 오늘같이 각 지역 시도지사들의 좋은 말씀들을 원내대표께 전달해서 개혁 의지를 관철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주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임기 만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당원들에게 직접 개혁안을 설명하며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친윤계, 중진 의원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송 원내대표는 탄핵 당론 무효화 등 김 위원장 개혁안에 미온적이다. 전 당원 여론조사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혁신위원회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혁신위가 개혁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원들 의견도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대선 이후 수차례 의원총회가 열려 쇄신안이 논의됐지만 갑론을박만 이어졌다. 친윤계, 중진 의원들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고 임명직에 불과한 김 위원장이 개혁안을 추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비대위원들이 사퇴한 상황에서 개혁안을 의결할 기구도 없다고 본다.
반면 친한계, 초·재선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 개혁안을 큰 틀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 원내대표가 제시한 혁신위 출범에는 회의적 입장이다.
대선 패배 원인인 12·3 불법계엄 옹호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온 친윤계, 중진이 원내 주류인데 원내대표가 구성한 혁신위가 쇄신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대선 패배한 마당에 개혁안에 대한 절차나 따지는 모습이 참 한가해 보인다”(초선 B의원), “중진들에게 위기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재선 C의원) 등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쇄신 논의가 공전하며 내홍만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8~9월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선 패배 원인과 당 개혁 방안을 놓고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