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23일 코스피 지수가 6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개인의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어 ‘3000피’를 지켜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9원 가까이 올라 최근 한 달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37포인트(0.24%) 내린 3014.47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으로 출발한 뒤 2970대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낙폭을 줄이며 30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가 ‘선방’한 것은 개인의 대규모 매수세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3773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의 하루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웃돈 것은 지난 4월7일(1조6721억원)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653억원, 9506억원 순매도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이란의 보복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 미국 시간외 선물, 아시아 증시 등은 장 초반 변동성 흐름을 보였지만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외신 보도에 2.52% 하락했다. 외국인의 위험회피 심리에 LG에너지솔루션(-3.61%), 삼성SDI(-3.97%) 등 2차전지주도 하락했다. 반면 새 정부의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기대감에 네이버(7.61%), 카카오페이(15.58%) 등은 급등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74포인트(0.85%) 내린 784.79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동 긴장에 더 크게 반응한 건 외환시장이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7원 급등한 1384.3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1일(1387.2원) 이후 최고치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달러 강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 강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동 불안이 길어지면 미국 경기침체와 자산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달러가 점차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해저터널 내에서의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는 26일 충남지역 이륜차 운전자 53명이 충남 보령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통행금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1년 12월 내린 보령해저터널 통행금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보령경찰서장에게는 해당 처분을 할 권한이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2021년 12월1일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은 보령 신흑동에서 원산도에 이르는 총연장 6.927㎞로, 국내 해저터널 중 가장 길다.
터널 관할 경찰서장인 보령경찰서장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보령해저터널과 터널 진·출입부 7.894㎞에서의 이륜차·자전거·보행자·농기계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보령해저터널 개통 1년 만인 2022년 12월1일 기준 경찰이 단속한 터널 내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모두 173건이다. 이중 이륜차 진입 위반이 1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이륜차 운전자들은 보령해저터널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국도이며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령경찰서장이 통행금지 권한을 남용했다며 2022년 2월 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륜차 운전자 측 변호인은 2023년 6월8일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해저터널 내 이륜차 통행금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이륜차 사고발생 위험성이 다른 차량보다 높다는 근거 또한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에 따라 행정처분의 주체는 보령경찰서장이 아닌 충남경찰청장”이라며 “보령경찰서장 명의로 금지 처분을 한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보령경찰서장 측은 “대형 오토바이나 원동기 등의 통행을 허락할 경우,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대형 차량의 진입 등으로 인한 사고가 우려된다”면서 “국토교통부 등에서 이륜차 통행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분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사건은 처음”이라며 “사고 위험성에 앞서 통행금지 처분 주체가 보령경찰서장인 지, 아니면 충남경찰청장인 지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32개 회원국이 각국 국방비 예산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는 안에 최종 합의했다.
나토 지도자들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전력증강 계획인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고, 이를 위한 연례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GDP의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 간접 안보비용에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된 GDP대비 국방비 총 지출 비율 5%는 지난해 회원국 평균 국방비 비율(2.61%)의 두배 가량이다.
나토 정상들은 또 “우리는 나토 규약 제5조에 명시된 집단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한다”며 집단 방위체제를 인정했다.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관련 언급은 제외됐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이 유럽 방위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방위비 분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올릴 것을 요구했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설도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증액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독일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은 ‘국방비 GDP 5%’를 달성하려면 나토의 유럽연합(EU) 회원국만 연간 6130억유로(약 969조원)의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벨기에 정부도 국방비를 GDP 5%까지 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3.5%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 내에서 국방비 증액에 반대하는 여론도 거센 상황이다. 지난 22일 헤이그 시내에서는 군비 지출 증가와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군비 예산을 늘릴 경우 복지·기후 등 분야의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나토의 국방비 인상이 전 세계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이미 전 세계 각국의 군비 지출이 1988년 냉전 이후 최고치인 2조7180억달러(약 39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대폭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국방비 인상 압박을 받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 국방부는 한국을 포함안 아시아 동맹 국가도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한국은 2025년도 국방 예산으로 GDP의 2.32%인 61조2469억원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