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오프라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부 격론 끝에 ‘새 정부 인권과제’를 의결했다. 일부 인권위 위원들은 ‘인권위 정상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23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새 정부 인권과제’ 의결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총 다섯 차례 ‘새 정부 인권과제’를 제시해 국정 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번에 마련한 16개 과제에는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 보호, 장애인 인권 보호, 실질적 성평등 제도화를 통한 차별시정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 시 ‘국민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았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이날 전원위에서는 이숙진 상임위원이 ‘인권위 정상화 방안’을 새 정부 과제에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에서 (비상계엄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인권위가 시의적절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해 인권위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문제가 제기돼 특별 심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인권위는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결정으로 인해 독립성을 스스로 저버렸고 정치의 도구, 비인권 기구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 등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을 수정 가결했고, 이를 두고 ‘내란 비호’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김용원 상임위원과 한석훈 위원 등은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이 먼저다” “차기 정부에 인권과제를 전달하는 게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함이냐” 등 반박하며 해당 방안의 과제 포함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인권위 정상화 방안을 제외한 16개 과제만 포함됐고 이는 오는 24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로 제출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이 미국의 이란 지하 핵시설 폭격을 규탄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12개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침략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본토를 선제 공격한 것은 유엔 헌장 위반”이라며 “정당성이 결여된 이번 불법 침공의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복남 민변 회장은 “미국의 핵시설 공격은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하며 주장했던 ‘예방전쟁’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징후가 없다’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별다른 증거도 없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가까운 단계라고 주장하면서 무력 공격을 개시했다. 이는 국제 인도법에도 중대한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량살상 무기 거짓말을 꺼내들고 있다”며 “미국이 이라크전을 벌여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6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명백한 침략 행위”라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일으키고 있는 전쟁을 ‘분쟁’이란 말로 왜곡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결코 이 같은 침략 행위에 동조해서는 안 되고 생명·평화·연대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외교적 해법만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군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을 이란 공격에 끌어들이려 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숙원이 이뤄졌다. 이번 사태의 유일한 승자는 네타냐후 총리이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경멸하던 개입주의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수부대 출신 특유의 인내와 끈기로 단련된 사람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이스라엘 정상회담 때 네타냐후 총리가 설명한 이란 공격 계획을 일축하고 4월9일 네타냐후 총리가 벙커버스터 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이를 거절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 5월13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 이란에 경고했을 때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 무렵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과 이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8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장에게서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이란을 공격할 게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임무는 실행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전화를 끊고 난 후 “우리가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현명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란군 참모총장 암살 등 이스라엘의 공격이 성공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NYT는 “자기 공을 인정받고 싶어 안달 난 트럼프는 자신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이스라엘 군사작전 이면에 개입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군은 21일 이란 핵시설 세 곳을 폭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취임 5개월여 만에 ‘전쟁광’이라며 그토록 경멸해온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