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비교사이트 얼마 전까지 ‘나 오늘 너무 슬퍼서 빵 샀어’라는 얘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두고 성격유형지표(MBTI)가 T(사고형)인지 F(감정형)인지를 추측하는 놀이가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시인도 그 질문을 남편과 아이에게 던져봤다. 남편은 “질문 자체가 이해 안 가. 슬픈 거랑 빵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라고 했고, 아이는 “왜 슬펐는데?”라고 했단다. 사실 슬픔과 빵처럼 시와 빵도 큰 관계는 없다. 그러나 관련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시인의 일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서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채운다.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사람이 제 길을 가게 한다. 이것이 내가 찾은 빵과 시의 연결고리다. … 빵을 볼 때마다 시를 떠올리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중동발 정정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면서 “다른 인사가 대신 참석할지 등의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소식이 전해진 후 대통령실과 정부 기류도 참석 여부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결국 불참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불참은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동북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는 2022년부터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자격으로 한국을 정상회의에 연속 초청해 왔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토와 IP4는 정상회의 때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왔다. 북한과 러시아는 나토 정상회의와 한국의 참석 등을 비판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낮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재차 무산되면 유럽 방문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걱정했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민주주의 진영과 연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북한이 최근 공병 등 6000명을 러시아에 추가로 파견키로 하는 등 북·러 밀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견제 메시지를 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서방에서 한국의 대외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나토에 특사를 보내서 민주주의 진영이 이 대통령의 이번 불참을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장관도 “과감하게 타격”‘저항의 축’·이라크 민병대 등미국 향한 보복 동참 가능성
아라그치 외교장관 23일 방러‘미 규탄’ 푸틴과 회담 예정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전격적으로 타격하자 이란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위험한 전쟁을 시작했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중동 미군기지 공격을 시사하며 “뼈아픈 응징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싱턴의 전쟁광적이고 무법적인 행정부는 이 침략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외교적 대화 가능성이 닫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자위권에 근거해 대응해야 한다. 우리 안보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반격한다면 중동 미군기지가 우선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RGC는 이날 “역내 미군기지의 개수·분포·규모는 강점이 아니라 취약점”이라며 “뼈아픈 응징”을 예고했다. 앞서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도 “중동 내 모든 미군기지는 우리 사정권 안에 있으며 우리는 과감하게 그곳들을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중동에 최소 19개 영구·임시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둔 미군은 4만명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바레인 기지는 이란 단거리 미사일 사정권에 있다.
이란은 이전에도 보복 조치로 중동 미군기지를 공격한 적이 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자 이란은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1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110명이 외상성 뇌 손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저항의 축’이 보복 공격에 동참할 수도 있다.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이었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상당히 약화해 이번엔 예멘 후티 반군 중심의 반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미국이 이란을 타격할 시 미국과 지난달 합의한 휴전을 파기하고 홍해에서 미군 함정과 상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는 지난 20일 “미군기지들은 오리 사냥터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군 함정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개입하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하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날 이란은 미사일을 발사해하며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비롯해 생물학 연구센터, 군수기지, 지휘통제센터들을 공격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성명을 내고 “국제법, 유엔헌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