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지난 6·3 대선 당시 댓글 공작팀인 ‘자유손가락군대(자손군)’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과 같은 사무실을 쓴 육사총구국동지회(육총)가 2020년 4·15 총선 당시 자손군과 유사한 ‘손가락혁명단’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3월16일부터 5일간 하루 3시간씩 ‘손가락혁명단’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 장소는 육총과 리박스쿨이 함께 쓰는 사무실이었다. 2017년 2월 결성된 육총은 육군사관학교 전역자들로 구성된 단체다. 리박스쿨은 같은 해 6월 결성됐다.
육총은 각 기수별 담당자들이 전역자 중 희망자를 취합해 교육 대상자를 모았다. 육사 12~40기가 대상자다. 1952년부터 1980년 입학한 이들로 60대 초반에서 90대까지 연령대로 추정된다.
강사는 교육방송(EBS) 이사 출신으로 리박스쿨에서 ‘디지털 교육’을 담당했던 조형곤씨가 맡았다. 조씨는 2021년 리박스쿨에서 댓글 자동 입력에 사용되는 매크로와 ‘드루킹 댓글 조작 분석’ 강의를 한 경력이 있다. 조씨는 손가락혁명단의 필요성, 방법, 선거효과 등을 강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총의 온라인 여론 개입 정황은 극우 유튜버 채널에서도 확인된다. 고성국TV에는 지난해 1월 ‘[육사구국총동지회 정치특강] 우리가 무엇을 할까요? 핸드폰을 드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2024년 1월8일 육총 기수별 대표를 대상으로 한 강연 영상이다. 고씨는 “(온라인에) 진짜 원하는 모든 정보가 다 있다. 그걸 지인에게 퍼나르는 게 제일 효과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거나 “이처럼 쉬운 선거운동이 어딨냐. 모바일이 제일 중요한 무기다” 등의 발언을 했다.
리박스쿨을 넘어 육총까지 댓글 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나타난 만큼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찰 수사는 지난 대선 당시 자손군의 댓글 조작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성순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이미 자손군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유사 단체에서 과거 유사한 활동이 있었다면 수사가 확대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며 “2020년 총선 이후 유사 조직이 이름만 바꿔서 유지됐다면, 업무방해를 예비하고 있었던 계속범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당시 육총 간부였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육총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희망자를 모집하거나 교육한 일이 없다”며 “희망자들이 알아서 교육받은 거로만 알지 (손가락혁명단은) 육총과 관계가 일체 없다. 기수 대표 회의에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강연자 조씨도 이날 관련 질의에 대해 문자메시지로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지만 댓글부대 교육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난민신청인의 난민 지위를 심사하는 면접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일부 면접영상을 비공개했던 법무부가 앞으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실상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난민신청인의 ‘난민면접 영상 공개 관련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난민신청인과 난민인권단체 측 손을 들어주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 명확히 밝힌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난민인권단체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남긴 민원에 대해 “난민신청자나 소송대리인이 난민면접 영상녹화 파일의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공개가 원칙”이라며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 등의 이유로 청구한 경우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난민면접은 난민신청인들이 난민지위 인정을 위한 심사를 받을 때 거치는 핵심 절차다. 밀폐된 면접실에서 전담공무원의 진행에 따라 질의응답을 하면 통역인의 답변이 면접조서에 기록된다. 이 과정에서 위법한 일이 일어나거나 진술이 왜곡돼도 난민신청인이 이의를 제기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실제 지난 2018년에는 난민신청인에 대한 면접 조작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난민인권단체는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 면접 녹화 영상을 모두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법무부는 기존에도 각 출입국사무소 등 관할 기관에 방문하거나 우편 등으로 신청하면 면접 영상을 열람할 수 있으므로 난민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단체는 이 같은 열람만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세세하게 확인할 수 없어 권리 구제 수단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해왔다.
난민면접 영상 공개 문제는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2023년 법무부가 난민신청자의 영상 공개 신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알렉스는 2021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세 차례 난민 면접을 봤지만 이듬해 7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알렉스는 통역 문제 등으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아 면접 영상을 열람했다. 그러나 일부 영상이 삭제돼 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다. 이에 알렉스는 법무부에 “면접 영상 전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통역인의 얼굴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며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난민신청자가 원한다면 난민 인정에 관건이 되는 자신의 진술이 녹화된 난민면접 영상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센터 측 손을 들어줬다. 통역인의 음성이 드러난다고 해도 이는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개인의 생각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법무부는 다시 상고했고 지난 1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법무부의 국민신문고 답변은 2년에 거쳐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정보가 들어있어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영상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난민인권단체는 법무부의 답변을 환영했다. 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면접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상 공개가 필수적이고 법무부 답변을 통해 누구든지 영상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필요 시 난민 면접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공개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자료를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야 열람을 허용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재판 기간 동안 알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되도록 법 등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