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혼전문변호사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1일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했다가 지난 10일 전남 목포에서 체포됐다. 이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 도주 과정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웨스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서 오늘 저녁 조사를 완료하는 대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주가를 불법적으로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 7월17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특검은 그가 도주했다고 판단해 지명수배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추적을 피하고자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이 부회장 진술에 따르면 경기도 가평, 전남 목포, 경북 울진, 충남의 펜션에 며칠씩 머무르다 다시 목포로 향했다고 한다. 이후 경남 하동을 거쳐 지난달 목포 옥암동에 있는 빌라 3층 원룸을 단기 임대해 머무르다 덜미를 잡혔다. 특검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옥암동 일대에 잠복하고 있다가 지난 10일 오후 이 부회장이 택배를 수거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순간 체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최소 8명의 조력을 받았다고 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휴대전화와 진술을 종합해 이들 8명이 이 부회장을 대신해 차량을 운전하거나 도피 자금을 제공하고, 차명으로 부동산 계약을 맺는 등 도주를 도왔을 수 있다고 의심해 출국을 금지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휴대전화 5대, 데이터 에그 8대, 데이터 전용 유심 7개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 명의의 휴대전화는 지난 7월23일 잠시 부산에서 켜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검은 이 부회장이 머물렀다고 진술한 지역에 부산이 없는 점을 근거로 누군가 고의로 교란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삼부토건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알려졌다. 특검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면서 우크라이나 현지 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홍보해 삼부토건 주가를 부당하게 올렸다고 본다. 당시 삼부토건 주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3년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시기와 맞물려 두 달 만에 5배로 뛰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웰바이오텍도 삼부토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했다고 보고 있다.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의 연결고리가 이 부회장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이런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체포 상태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는 곧바로 열도록 정해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언론개혁에 대해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 말고 누구든 악의를 갖고 가짜 정보를 만들면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라는 제목으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 말고 유튜브 하면서 일부러 가짜뉴스로 관심을 끈 다음에 슈퍼챗 받고, 광고 조회수 올리면서 돈 벌고 있잖나. 그걸 가만히 놔둬야 하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형사처벌보다는 돈을 물어내게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제 생각”이라며 “중대한 과실을 징벌적 배상할 일은 아니다. 악의라는 조건을 엄격하게 하되 배상액은 아주 크게 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입법을 하는 건 아니니까 의견만 당에 그렇게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중과실은 대상으로 하지 말고 명백한 사안으로 제한하고, 언론을 타깃으로 하지 말고 일반적(누구나) 배상을 하게 하자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매우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언론에 대해 고의·중과실 정도에 따라 3~5배의 배액 배상을 적용하고 파급력이 강하면 배상액을 할증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당했다”며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대장동 개발 비리를 주도한 기업)에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하고 대장동(개발 비리)이 관련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아주 그냥 인생을 망쳐놨다”고 말했다.
전국 법원장들이 지난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을 논의했다. 여당안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개편 등을 담고 있다. 법원장들은 이 중에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건 1·2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와 법관 평가제도 개편은 사법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사법개혁 논의가 과거와 달리 사법부가 배제된 채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뢰 잃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시도 논란이 국민적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조 대법원장이 같은 날 열린 ‘제11회 대한민국 법원의날’ 기념사에서 “최근 우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리 크고, 사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면 법원장들은 먼저 자성부터 하고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고 본다. 그러나 법원장 회의에선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병행하지 않는 사법 독립은 ‘법의 지배’가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법복귀족들의 지배, 곧 ‘사법부의 지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시각이고, 그것이 작금의 사법개혁을 추동하는 주된 문제의식이라는 걸 법원장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장들은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만 했다. 사법 불신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법관의 독립과 사법 서비스 질 제고,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사법부 구성 다양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대법관 증원은 법원 판결 적체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대법관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정한지, 1·2심의 판결 적체는 어떻게 해소할지, 그에 따른 인력 충원은 어떻게 할지, 대법관 증원이 현 정부의 대법원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증원 시점은 언제부터 어떻게 하는 게 타당한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삼권분립 한 축인 사법의 새 백년대계를 세우는 이 중차대한 논의에 당사자인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당도 사법 독립 침해 가능성을 막고 현실에 착근하는 지속 가능한 개혁을 이루려면 사법부도 참여하는 논의 틀에서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도 사법 불신에 대한 사법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맹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도 사법부를 개혁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사법부 의견에도 권위와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