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오프라인 6월의 안방극장에서 코미디 활극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과 노무사라는 직업을 바탕으로 배우 박보검과 정경호가 맞붙었다. 박보검은 호쾌한 액션으로, 정경호는 통쾌한 말발을 선보인다. 두 사람이 주연으로 나선 JTBC의 토·일드라마 <굿보이>와 MBC의 금·토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은 19일 현재 6화까지 공개됐다.
박보검 주연의 <굿보이>는 특채로 경찰이 된 국가대표 메달리스트들이 비양심과 반칙이 가득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미디 액션 수사극이다. 박보검은 극 중 ‘윤동주’역을 맡아 약물 의혹으로 불미스럽게 퇴장한 복싱 메달리스트를 연기한다. 철칙은 단 하나, 정직이다. 같은 팀 동료들의 불의마저 눈감아주지 못해 싸우다 직급에서 강등당할 정도로 열의가 가득 찬 인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채가 아니라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복싱 후유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에 현장에서도 말썽 피우기 일쑤다. 시원스러운 액션을 선보이다가도 아차 하는 순간 슬랩스틱 코미디가 이어진다. 박보검 외에 ‘굿벤저스’로 불리는 국가대표 출신 경찰들(김소현, 이상이, 허성태, 태원석)의 조화도 볼 만하다.
<노무사 노무진>은 어느 날 유령을 보게 된 노무사(정경호)가 빙의를 통해 산업재해 사건을 해결하는 코믹 판타지 활극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 노무진은 타인의 비극을 마주할수록 노동에 진심인 노무사로 변모한다.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기업과 직장 내 괴롭힘을 함구하는 사람들 속에서 노무진은 ‘빙의’라는 비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특히 드라마는 어려울 수 있는 노동과 산업재해 문제를 판타지와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내며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시원한 액션 장면은 없어도 배우 정경호의 입에서 속사포로 나오는 노동법 조항들이 통쾌하게 느껴진다. 함께 일하는 처제 나희주(설인아)와 ‘국뽕’ 인플루언서 고견우(차학연)의 콤비는 등장마다 웃음을 유발하게 한다. 다만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이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로 재임했을 당시 사원들의 노조 가입 및 활동을 방해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논란도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자들의 호응을 엊고 있다. <굿보이>는 처음 공개된 이후 3주 연속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유지했다. 시청률도 1회 4.8%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노무사 노무진>은 방영 초반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저조했지만, 온라인에서 호평이 잇따르며 반등하는 모양새다. 4회 2.8%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5회 시청률은 5.1%로 급등했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의 인기를 두고 “무거운 작품보다는 가벼운 걸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선호가 반영된 것”이라며 “드라마를 보면서라도 쉬고 싶은 시청자들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가 보편화 되면서 만화적인 연출도 일종의 재미로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게 된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2인자’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기간 만료를 열흘 앞두고 석방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석금 등 각종 조건을 붙여 피고인의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인데, 김 전 장관 측은 크게 반발하면서 항고와 집행정지를 신청해 맞서고 있다. 열흘이 지나 김 전 장관이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면 재판부가 보석 조건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 측이 제기한 조건부 보석 결정에 대한 항고는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가 심리한다. 1심 단독판사 사건의 항소나 항고는 지법 항소부가 사건을 맡지만, 합의 재판부의 사건은 고법이 담당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내란 혐의 피고인 사건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며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 인멸을 방지할 조건을 부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구속 만기가 코앞이라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기간은 최장 6개월로, 고위급 계엄 가담 혐의 피고인 중 지난해 12월27일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구속기간이 끝난다. 김 전 장관 측이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증금 납부나 서약서 제출 등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도 곧 풀려나는 것이다.
이는 김 전 장관 측이 제기한 항고 결과와도 무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고법이 김 전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중앙지법의 조건부 보석 결정은 효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고법이 항고를 기각한다 해도,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다. 그러면 이 결정은 열흘 안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법이 26일 전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김 전 장관 측이 계속 보석 조건을 거부하면 역시 구속기간이 만료돼 풀려난다.
앞서 김 전 장관이 지난 4월28일 두 번째로 보석을 청구했다가 지난 4일 돌연 이를 취하한 것도 곧 구속기간이 만료된다는 것을 노린 결정으로 보인다. 지난 1월13일에도 보석을 신청했으나 이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너무 안일하게 김 전 장관의 보석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주요 피고인을 이런 식으로 석방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 측은 계속 풀려나고 싶어했는데 이렇게 구속 만기가 임박해서 각종 조건을 다 달면 당연히 거부하지 않겠나”라며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2차 보석 신청 때 결정하거나, 아니면 이번에 조건을 덜 다는 식 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구속 만기를 앞둔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들이 줄줄이 풀려날 가능성도 커졌다.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의 구속기간은 오는 30일부터 차례로 만료된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도 다음 달 초 구속기간이 끝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구속기간은 다음 달 7일 만료된다. 김 전 청장도 지난달 9일 보석을 신청했으나 아직 심문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내란 특검이 출범한 뒤 본격 수사를 거치면 다른 혐의로 추가 구속될 수도 있지만, 당장 풀려난 피고인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련자들과 접촉해 회유할 가능성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내란 특검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며 “윤석열과 김용현 등 주요 피고인의 여죄를 수사해 신속히 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