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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꿀벌의 분가
작성자  (121.♡.249.163)
잘 알려져 있다시피 꿀벌 집단에서 개체 수를 전담하는 것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의 산란 속도는 경이적이어서, 평균 1분당 1개꼴로 하루에만 약 15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다. 아무리 일벌의 수명이 6주에서 최대 6개월 남짓으로 길지 않다고 해도, 이 정도 속도라면 곧 하나의 벌집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마련이다. 이렇듯 밀집도가 올라가면, 이들 중 일부는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며 자연스럽게 분가를 한다.
꿀벌의 분봉은 보통 5월을 전후한 봄에 이루어진다. 식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 전에 새집을 만들어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다.
분봉 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다음 세대를 이끌 새로운 여왕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벌들은 일명 ‘여왕의 방’이랄 수 있는 ‘퀸 컵(Queen Cup)’이라는 땅콩 모양의 방을 여남은 개 만들고, 여기서 자라는 애벌레에게 로열젤리를 듬뿍 먹여 차세대 여왕 후보군을 확보한다. 그리고 일벌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그간 비축해 둔 꿀과 꽃가루를 잔뜩 먹어 몸을 통통하게 살찌운다. 이로 인해 분봉 전 일벌들의 몸무게는 50% 정도 늘어나는데, 적당한 보금자리가 될 만한 곳을 찾고, 거기까지 날아가 새로이 집을 지을 때까지는 몸속에 저장한 에너지로만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벌들이 배불리 먹으며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반대로 여왕벌은 쫄쫄 굶는다. 일벌들은 여왕벌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여왕벌을 이리저리 밀치기도 하고 여러 마리가 붙잡고 마구 흔들기도 하면서 못살게 군다. 이런 일벌들의 등쌀에 시달린 여왕벌은 단기간에 체중이 25%나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일벌들의 여왕벌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불경함은 꼭 필요한 행동이다. 그동안 먹고 알만 낳았던 여왕의 몸은 너무나 비대해져 있어서 그 상태로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집 속에서 여왕벌은 홀쭉해지고 일벌들은 통통해지는 시간 동안, 가장 경험 많고 외부 활동을 많이 한 나이 든 일벌들은 정찰벌이 되어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새로 보금자리를 꾸미기에 좋을 곳들을 물색한다. 이들은 각자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면 원래의 집으로 돌아와 벌춤으로 자신들이 발견한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린다.
벌들에게 최고의 집터는 오래된 나무에 생긴 공동(空洞)으로, 내부는 널찍하고 입구는 좁을수록 더 윗길로 친다. 집터가 좋을수록 정찰벌은 더 열정적으로 더 오랫동안 벌춤을 추는데, 집에 남아 있던 벌들은 여러 정찰벌들의 벌춤을 비교해 가장 열정적인 벌춤을 춘 이를 골라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다.
드디어 대망의 이삿날, 살이 쏙 빠져 날씬해진 여왕벌이 뿜어내는 페로몬 신호에 따라 일벌들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집단에서 분가해 새로운 일족을 이루는 개체는 주로 젊은이들인 것에 반해, 꿀벌 집단에서 분가해 나가는 쪽은 기존 여왕벌과 사람으로 치면 중년기에 해당하는 일벌들이라는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벌떼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투쟁이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새롭게 분봉하는 벌들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집짓기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며, 저장해 둔 먹이도 없기에 며칠 비라도 내리면 꼼짝없이 굶어 죽기도 한다.
오랫동안 꿀벌의 생태를 연구해 온 미국 코넬대의 토머스 실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 집단은 겨울을 넘기고 무사히 봄철을 맞이하는 비율이 80%가 넘는 데 반해, 새롭게 분가한 집단의 월동 생존율은 겨우 25%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분봉은 목숨을 건 모험이다. 사람이든 꿀벌이든 맨주먹만으로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봄이 되면, 꿀벌들은 안전한 보금자리와 안정적인 물자는 다음 세대에게 넘기고, 위험과 모험은 기성세대들이 책임진 채로 날아오른다. 기존 집에 남은 벌들 역시 선배들의 규칙에 따른다. 둘 이상의 여왕벌이 순차적으로 태어나면, 이 들 중 더 먼저 태어난 쪽이 동생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에 나선다. 적어도 꿀벌은 기성세대가 저지른 과오의 뒷수습을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짓만큼은 결코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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