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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은박 고깔’의 꿈과 지주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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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3월10일)을 앞둔 2017년 3월 초순, 나는 ‘[지주의 나라] ①우리들의 일그러진 꿈, 건물주’를 앞세운 기획시리즈를 야심차게 내놨다. 목적은 또렷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걱정에서다. 하지만 시리즈 기사는 얼마 버텨내지 못했다. ‘어느 탈레반들’의 반발 등 자세한 내막은 이제 와서 굳이 되짚고 싶진 않다. 결론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더 폭등해 버렸다. 그 민심 이반의 산물이 윤석열이란 위험인물의 등극이었다.
“자, 드디어 민주당 정부가 돌아왔다. 또 집값이 뛸 것 같다”는 얘기가 장안에 팽배해 있다. 매매 심리지수, 거래량 등 각종 지표는 벌써 우상향을 그린다. 금리도 내렸고, 대출금도 올 5월에만 5조원 넘게 불었다. 살얼음판에 발을 내디딘 듯 불안, 불안하다.
“가격 오른다고 굳이 압박해 힘들여 낮출 필요 있나”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로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유세 막판에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못 박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놓고 뒷말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부동산 안정화의 두 축은 수요 억제와 적정 공급이다. 수요 억제책의 핵심은 세금과 대출 규제다. 한 축을 애써 외면한 채 공급으로 잡겠다는 건 무리수가 될 공산이 크다. ‘미시경제학의 거두’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글에서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준 셈”이라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교수는 “투기 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올리기는 실패한 모습이다. 사실 종부세는 우리 현실에선 이상적인 요소가 많다. 절대다수인 여당도 ‘국민 정서법’을 뚫어낼 배짱은 없어 보인다. “평생 노력해서 집 한 채 장만했는데 단지 갖고 있단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시민들의 반발 앞에서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이런 정서는 노무현, 문재인도 못 넘었다. 안타깝지만 종부세는 일단 잊어라.
차라리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일해 강화하든지,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정면 돌파하길 바란다. 그게 이 대통령 스타일에도 어울린다.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는다고 위험이 비켜가지 않는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건곤일척의 자세로 세제를 뜯어고치든가, 자신 없다면 이도저도 아닌 실험으로 ‘부동산 불장’은 또 초래하지 않길 빈다. 지난 정부들처럼 찔끔찔끔하지 말고 가용수단을 집중 투하해야 할 것이다.
집이 투기 수단이 돼 버린 현실에서 차라리 양도세를 높여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건 어떨까. 꼴랑 ‘2년 실거주’ 했다고 수십억원 차익에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게 맞나. 최소한 면세받는 실거주 기간이라도 대폭 늘리자.
이재명 정부가 ‘성장’을 터부시하지 않듯, ‘공급’에도 색안경을 끼지 않는 건 옳다. 다만 어떤 공급이냐가 문제다. 서울 핵심지부터 용적률을 부쩍 높여 ‘물량 폭탄’을 고려해보자. 강남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말했다. “문제는 말이야, 강남을, 서울을 너무 살기 좋게 만들어놨다는 거야.” 판교처럼 다른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를 넣을 수 없거든, 서울은 고밀 개발하는 게 답이다. 대원칙은 ‘직장 몰린 곳에 집을, 집 많은 곳에 직장을!’이다. 빌라 밀집지 등의 재건축 규제는 대거 풀어라.
금리보다 더 중요한 게 대출 규제다. 이자 부담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데다, 세금까지 안 낸다면 누가 투기를 마다하겠는가. ‘갭투자’용으로 변칙 악용되는 전세대출을 막거나 개선책을 내길 바란다.
이 판국에 20조원 넘는 추경까지 풀리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여윳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고? 순진한 착각이다. ‘집·땅 투기장’이 빤히 펼쳐지는데 누가 불확실한 주식에 더 돈을 붓겠나.
새 정부의 밑그림을 맡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부터 내로남불 ‘부동산 쇼핑’으로 얼룩진 마당에 너무 큰 기대는 정신 건강에 해로울지도 모르겠다.
못다 핀 [지주의 나라] 머리글은 이렇게 짚었다. “‘1500만 촛불’의 원동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다. 그 근저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요구가 있다”고.
그러나 또 ‘탄핵의 강’을 건너 우린 다시 원점에 섰다. 엄동설한에 ‘촛불’이 그저 ‘키세스 은박 고깔’로 바뀌었을 뿐이다. 민초들의 함성에 새 정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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