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제3국 추방을 사실상 허용했다.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걸렸던 법적 제동이 또 하나 사라졌다.
연방 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미등록 이주민을 제3국으로 추방할 때 고문당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입증할 기회를 주지 않고 추방해선 안 된다는 매사추세츠연방법원의 명령을 중단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지난 4월 매사추세츠연방법원은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국가로 추방할 때는 해당 국가에서 고문이나 폭력을 당할 위험에 따라 이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지난 5월 베트남·파키스탄·멕시코 등 본국에서 수용하길 거부한 미등록 이민자를 남수단으로 추방했다. 남수단은 2013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난민이 된 국가다. 미 정부는 범죄, 납치, 무장충돌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남수단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한 상태다.
매사추세츠연방법원은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이민자들이 고문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추방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태우고 남수단으로 향하던 미 군용기를 멈추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명령에 대해 “불법 체류자 중에서도 최악의 부류를 돌려보내는 권한을 방해한다”며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연방 대법원이 이날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하급법원의 명령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의 제3국 추방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낸 3명의 진보 성향 재판관은 19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통해 “연방 대법원의 다수 의견이 연방법을 무시하고 무법 상태를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회는 미등록 이민자들에게도 고문이나 피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추방되지 않을 권리를 명백하게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이민소송연합 대표이사인 트리나 리얼무토는 “수많은 사람을 고문과 죽음에서 보호해 온 중요한 법적 절차가 사라졌다”면서 “연방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끔찍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내년에 브랜드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전동화 라인업을 선보이겠다.”
마티아스 바이틀(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지난 24일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차원에서 속도는 다소 늦춰질지 몰라도 전동화라는 방향만큼은 확고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6일 제주도에서 개최 예정인 고객 대상 대규모 브랜드 체험 행사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바이틀 사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내년에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증폭 등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최근 들어 조금씩 친환경 차량 판매가 반등하는 모습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7만241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157대)보다 44.4%(2만2262대) 증가한 수치다. 하이브리드차도 같은 기간 18만8668대가 팔려 작년(16만467대)보다 17.6%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세계 5위 시장이다. 현지화 정책을 통해 현지 수요에 맞춘 전략 차종을 생산 중인 중국을 빼면 E클래스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와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경합을 펼치는 중이다.
바이틀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데 머물지 않는다”며 “벤츠를 통해 고객들이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브랜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고객 체험 행사를 여는 한편, 전국 곳곳의 서비스 센터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리 공간 및 설비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예정이다.
배터리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맞지만, 벤츠 입장에선 공급사를 선정할 때 한국 회사냐, 중국 회사냐 하는 국적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오로지 품질과 기술력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벤츠의 기준에 부합하느냐 여부만 철저히 따져 배터리 제조사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벤츠 전기차의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 배터리 안전이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틀 사장은 “중국 업체와의 제휴는 물론,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납품 계약 과정에서도 품질과 안전만큼은 어떤 타협도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군이 2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북도서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정대로 진행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는 이날 오후 예하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가 훈련에서 K-9 자주포 등을 이용해 20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6여단은 백령도에, 연평부대는 연평도에 주둔한다. 서방사령관은 해병대사령관이 겸직한다.
이번 사격 훈련은 지난 2월 때와 유사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서방사는 “앞으로도 영토 주권을 수호하고 서북도서 부대 장병들의 임무수행 태세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9월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 중단됐다. 훈련은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가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한 뒤 재개됐다. 이후 서방사는 분기별로 계획에 따라 사격 훈련을 진행해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1일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등 선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하면서,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사격 훈련도 보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서해 NLL 일대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쟁화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군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사전에 계획된 정례적인 훈련인 점을 감안해 훈련을 그대로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훈련을 갑자기 중단하면 보수층 등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난 19일 평안남도 순안 일대에서 방사포 10여발을 발사한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의 이번 훈련에 포사격으로 맞대응하거나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 등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서북도서 포 사격 훈련이 재개되자 김여정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반발했다. 다만 이후 세 차례 훈련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NLL 일대 첫 사격 훈련이기 때문에 북한이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