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북한이 대형 해변 리조트 단지인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다음달 개장한다고 26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준공식에는 주북 러시아대사가 ‘특별손님’으로 참석했다.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식이 지난 24일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 테이프를 끊은 뒤 명사십리 야외 물놀이장 등 여러 곳을 둘러보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관광산업이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는 동력”이라며 북한식 관광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문화지구들을 최단 기간 내 건설하는 중대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당 대회에서 다른 관광지구 건설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광지구는 원산 갈마반도 백사장인 명사십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4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진됐다. 자재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완공이 지연되다가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김 위원장은 이 사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공을 들여왔다.
신문은 이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다음 달 1일부터 내국인을 대상으로 우선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후 해외 관광객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국내외의 내빈들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근 2만명 숙박 능력의 호텔과 여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라며 “해수욕 봉사시설과 다양한 체육, 오락시설들, 상업 및 급양봉사시설들이 꾸려져 있다”고 했다.
준공식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와 대사관 인사들이 “특별손님으로 초대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러시아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을 시사한 것”이라며 “제재 속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 러시아 관광객 중심으로 관광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과 가성비를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여름철을 제외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외 관광은 항공편 규모에 비춰 봤을 때 하루에 최대 170명 정도 가능할 거로 추정한다”라며 “교통 인프라의 한계 등 때문에 어느 정도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준공식에는 김 위원장의 배우자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도 참석했다. 리 여사의 공개 활동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리 여사는 그간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큰 주애를 부각하기 위해 노출을 자제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리 여사는 이번 준공식에서도 김 위원장과 주애로부터 떨어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갈마해양관광지구 조성이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라는 걸 강조해왔다”라며 “(리 여사 참석도) 김 위원장의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향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북한 관광산업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그(김 위원장)에게는 해안가의 엄청난 콘도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2019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해안가 콘도 개발과 관련해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