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폰폰테크 “어머니, 지금 거실 확장한 집에 사시죠. 그러면 이 군자란은 지금 겨울인지, 여름인지 몰라서 꽃대를 안 만들어요. 10~12월에 10도 언저리에서 두 달을 버텨야 11월에 꽃대를 만들고, 그 다음해에 가서 꽃을 피우는 거예요.”
18일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미드카운티 아파트 수경공원 앞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찾아가는 반려식물 클리닉’이 열렸다. 처방·상담부스를 맡은 김의동 식물상담가가 주민 A씨의 질문에 하나씩 답했다.
A씨가 “군소 쟤는 물도 잘 주고 하는데 잎이 썩어들어간다”고 말하자, 그는 “쟤는 지금 화분에서 빼 보면 뿌리 상한 게 많을 거다. 일단 흙을 바꾸고 손상된 뿌리 정리부터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상담을 마친 그가 작성한 3장의 처방전은 상담번호와 함께 바로 옆 분갈이 코너로 넘겨졌다.
분갈이 코너에서는 처방전 발급 순서대로 주민들이 각자 가져온 화분에 맞춰 식물을 옮겨 심느라 발디딜 틈이 없었다.
상담하러 온 또다른 주민은 “웬만하면 안 죽는다는 왜 이렇게 노랗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지난 번에 젓가락을 흙에 넣어서 물기가 없으면 물을 주라고 해서 줬는데도 자꾸 한 뿌리씩 죽는다”라며 호야 화분을 보였다. 그러자 김 상담가는 “(호야를 죽일 정도면) 재주가 좋으신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이건 물을 너무 많이 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시가 지난 2023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반려식물 클리닉’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클리닉이 열리는 날은 운영시간 내내 화분을 들고 온 주민들로 긴 줄이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 4개 자치구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14개 자치구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에만 반려식물 방문치료 4139건, 찾아가는 식물 클리닉 9842건, 전화상담 828건 등 1만3809건의 반려식물 클리닉 진단·치료가 이뤄졌다. 이용자 수도 8940명에 달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클리닉 운영에 만족했다”면서 “특히 시민들의 재방문 의사가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식물클리닉에 참여한 시민 3131명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내담자들은 주로 ‘병해충 진단 및 치료’(44%) 목적으로 방문했다. ‘반려식물 상담’ 목적 방문도 28%를 차지했다.
방문자들은 ‘분갈이’(49%)와 ‘병해충관리’(23%)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려식물이 자라기에 ‘생육환경이 적절한지’(15%), ‘물 주는 방법’(13%) 등을 묻는 경우도 많았다.
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집 주변에 화원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데다 화원에 문의해도 친절하게 답을 듣기 힘들어지면서 ‘반려식물 클리닉’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도 식물을 직사광선에 놔둬도 되는지부터 물은 몇 번 줘야하는지 등 식물의 생육에 가장 기본이 되는 질문을 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시는 현재 ‘반려식물병원’도 운영 중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일반 단체에서 20명 이상 함께 신청하면 반려식물 전문가가 직접 방문에 진단 및 상담, 관리법 등을 교육한다. 이달까지 신청단지 14곳을 방문해 2시간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 중인 ‘광역반려식물병원’도 방문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병원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당일치료가 어려운 식물의 경우 입원치료도 가능하다. 서울시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에서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앞으로도 시민들이 언제든 반려식물의 건강을 상담하고 관리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클리닉부터 병원까지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19일 97일 만에 땅을 밟았다. 지난해 3월부터 끌어온 2024년 단체협약이 타결되면서다. 노동계는 노조법 2·3조 개정과 세종호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고공농성 중인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 주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투쟁에 연대해 온 말벌 동지들이 모였다.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출동했다. 김 지회장이 올라가 있는 철탑은 햇빛·바람을 가리는 천으로 둘러싸 있었다. 가림막에는 ‘사람이 있다’ ‘단결 투쟁’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오후 1시43분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김춘택 하청지회 사무장이 크레인을 타고 철탑으로 올라가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서에 서명했다.
김 지회장은 오후 2시30분쯤 철탑 밖으로 나왔다. 김 지회장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과 함께 크레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탑 아래에서 “김형수 고생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와 박수가 쏟아지자, 김 지회장은 금속노조 깃발을 흔들었다.
김 지회장은 앞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5년 교섭에선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고 말겠다”며 “노조법 2·3조를 가로막고 있던 윤석열은 이제 사라졌다. 그 누구도 노조법 2·3조 개정을 막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에 대한 연대 투쟁 계획도 밝혔다. 고 지부장은 127일째, 박 수석부지회장은 52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김 지회장은 “먼저 내려오게 돼 미안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박정혜·고진수 두 동지가 땅을 밟을 때까지 하청지회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97일 동안 농성장을 지켜준 말벌 동지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단체교섭 타결에 대해 “한화오션의 탐욕에 브레이크를 걸고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 임금 인상, 차별 해소가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값진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에서의 노조법 개정 내용이 ‘내란 수괴’ 윤석열 정부에서의 노조법 개정과 같아서는 안 된다”며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건설노동자, 화물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김 지회장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생명 존중의 인도적 차원에서 교섭사와 함께 하청지회의 상여금 인상 요구 등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찾았다”며 “노사 상생과 협력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파업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적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캐릭터 인형 라부부의 판매사 팝마트가 암초를 만났다. 중국 관영매체가 라부부의 성공 비결이기도 한 ‘블라인드 박스 판매’ 방식이 사행심과 충동구매를 부추긴다고 지적하면서 특별단속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일 ‘블라인드 박스와 블라인드 카드는 어떻게 아무 규제가 없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블라인드 판매 방식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불문하고 소비 자제력이 부족한 아동·청소년의 충동구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박스 판매는 포장을 뜯기 전까지 정확히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한 판매 방식이다. 복권을 긁는 것처럼 상품을 사기 전에 기대를 품는 재미를 겨냥한 판매 방식이다. 원하는 상품이 나올 때까지 사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인민일보는 블라인드 판매 방식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대안은 물론, 허위 광고와 소비 조장에 대한 특별 단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라부부 열풍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라부부의 판매사 팝마트의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이날 장중 6.2%까지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팝마트의 주가는 이번 주에만 13% 넘게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영매체가 팝마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앞서 중국의 트레이딩 카드 제조업체인 카이유 또한 중국 관영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 이후 지난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연기했다가 올해 4월 재신청한 바 있다”고 전했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으로 네덜란드로 이주해 활동하는 디자이너 룽카싱이 2015년 선보인 ‘더 몬스터스’ 시리즈의 캐릭터이다. 중국 장난감 기업인 팝마트가 지식재산권(IP)을 사들여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박스 판매 형식으로 라부부 인형 시리즈를 팔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부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식시장에서 팝마트 주가는 지난 1년 간 600% 상승했다. 해외에서도 라부부 인기가 치솟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 IP산업의 약진을 보여준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라부부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는 ‘투자 상품’처럼 인식되면서 이를 사들여 되파는 시장도 생겨났다. 소비자가 599위안(약 11만3000원)인 인형이 중고로는 1만위안(약 189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10일 베이징 펑황중신에서 열린 경매에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131㎝ 크기의 라부부 인형이 108만위안(약 2억원)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