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17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입법을 둘러싼 보다 많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저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2023년 발언이 드러나 비판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4~25일 열린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차별도 사회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국 정치 공통의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어떤 대화와 논의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본인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개인적·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처벌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며 “이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가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처벌받는 것 아닌가”라며 소개한 내용은 차별금지법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인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김 후보자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중국과 대만이 싸워도 나(한국)는 상관없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위 돈 케어’(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입장은 없고 당연히 우리는 ‘케어’(신경 쓴다)”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당연히 그런 가상(전쟁)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라며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가질 정도로 우리가 무관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의 핵 관련 지위와 북핵을 억제하는 방법에 대해 그동안의 미국 정부 입장과 다른 입장을 저희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로 북핵에 대응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여야 합의로 김 후보자 청문회를 오는 24~25일 하기로 했다.
“정권이 생살여탈권 가질 위험겪어봤기에 폐지 공감할 것”내년 총회에 한국 참석 요청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사형 확정 판결도 2015년 이후 내려지지 않았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에 사형제 폐지를 고려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으나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존치 주장이 힘을 얻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형제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 사무국장은 “새로운 정부와 새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은 사형제 폐지를 논의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ECPM은 국제 사형제 폐지 운동 단체다.
그는 “지난 몇개월간 한국은 불법계엄 등 복잡한 정치적 순간들을 통해서 민주주의는 취약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봤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진 국가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가질 수 있음을 봤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를 통해 이를 제한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형제 폐지 이후 범죄율이 증가하는 곳보다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곳들이 많다”며 사형제에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사형제 폐지 논의는 전무한 상태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2019년 세 번째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하며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당일 연방 사형제도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에서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법은 보호할 가치 있는 생명권만 보호해야 한다”며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봤다. 그는 “1989년 유엔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구속력 있는 규약(‘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미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이 이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CPM은 내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사형제도 폐지 총회’에 한국 정부를 초대하려고 한다.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한국이 총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것은 놀랍고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 중 외교부,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부처 및 지난해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사형제 폐지 논의를 활성화하고 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유가족들이 15일 ‘제34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 시작에 앞서 서울 광화문에서 고인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