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특검)가 이미 재판을 받는 주요 내란 피고인들에게 혐의를 추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재판 진행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각 피고인의 새 혐의를 기존 혐의와 묶을지, 다른 피고인 재판과 함께 심리할지 등 재판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내란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특검 출범 후 29일까지 4명이 추가 기소됐다. 지난 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새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7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다음 달 17일 김 전 장관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25일 김 전 장관을 구속심문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며 내란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5부와의 병합을 요청했는데 형사합의34부는 별도 심리 없이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내란 사건과 분리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재판 진행 중에 추후 병합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형사합의34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으로부터 병합 관련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내란 관련 재판을 윤석열 전 대통령, 군 지휘부, 경찰 지휘부 등 세 갈래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장은 지난 25일 경찰 지휘부 재판에서 “일정 정도 증인 조사가 마쳐지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 재판과 결국에는 병합해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세 사건 간 일치된 쟁점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각 피고인에게 새 혐의가 추가된 후 이들 재판을 병합하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기존 내란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혐의까지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후 직권남용 혐의로도 기소돼 이미 내란 혐의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다수 피고인의 다양한 혐의들을 한 재판부에서 병합해 심리하면 재판 절차가 상당히 늘어질 수 있다”며 “여기에 새 혐의까지 추가되면 재판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여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문 전 사령관은 군사기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과 달리 특검이 아닌 ‘군검찰’이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법에 따라 이미 특검 관할로 넘어간 것인데, 군검찰이 특검으로 이첩하지 않고 추가 기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내란특검법 6조에 따르면 내란 사건 관련 공소제기는 특검의 직무범위에 해당한다.
추후 담당 재판부가 이들의 추가 기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특검은 군검찰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도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재판부가 기소 자체의 위법성을 언급한 만큼 재구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 전 사령관은 오는 30일, 문 전 사령관은 다음 달 5일에 구속기간이 끝난다.
정부가 대전 동구에 짓기로 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이 10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타당성 재조사 등에 많은 시간이 소모됐고, 올해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내년이나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희생자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29일 대전 동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2016년 전국 공모를 통해 동구 낭월동 일대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인 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을 건립하기로 했다.
위령시설 조성지는 ‘산내 골령골’로 불리던 지역으로,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 수천명이 집단 암매장된 곳이다. 산 아래 골짜기를 따라 1㎞ 정도에 이르는 긴 암매장지가 있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나 제주 4.3 사건 등으로 수용된 대전형무소 수용자들이었다.
이곳에 조성되는 위령시설은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과 단일 화해·위령시설 건립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건립이 추진됐다. 산내 사건 희생자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한국전쟁기에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전국 단위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당초에는 동구가 사업수행을 맡아 ‘산내평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위령시설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대전 동구 낭월동 일대 약 9만8000㎡ 크기의 부지에 연면적 3800㎡ 규모의 전시관과 기념탑 등을 갖춘 추모·교육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완공 시점이 2024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설계 과정에서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업이 또 한 번 암초를 만났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받느라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결국 완공 시기는 2027년으로 미뤄졌다.
지난 연말 타당성 재조사가 통과돼 사업 추진은 가능해졌지만 올해는 사업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빨라야 내년부터 착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희생자 유족들은 불안감 속에 애를 태우고 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유족회장은 “그동안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고령의 유족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고, 몇 안되는 생존 유족들은 죽기 전에 공원에 부모님 위패라도 모시는 걸 마지막 소원으로 삼고 있다”며 “유족들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며, 하루라도 빨리 공사가 시작돼야 안심을 할텐데 그 전까지는 정부를 믿을 수도 없고 매일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위령시설 조성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전 회장은 “정부는 위령시설을 조성해 희생자 유해를 일괄 화장해 합사하려고 하는데 이는 학살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유전자(DNA) 감식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유해를 온전히 보존해 추후에라도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내 학살지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14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들 유해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와 함께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돼 있다. 위령시설이 완공되면 모두 4000여구의 희생자 유해가 산내평화역사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지난 연말에 나와 올해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설계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현재 내년도 예산을 수립하고 있다”며 “유해 일괄 합사는 확정된 계획안이 아니고 향후 유족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유해 안치 방식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들이 최근 2년간 지출한 치료비가 과거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험료 부담 등으로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한 비중은 아직 10%대에 머물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공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2023년 말(585만 가구)보다 1.1%(6만 가구) 늘었다. 반려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사이 26.6%에서 26.7%로 0.1%포인트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46만명으로 총 인구의 29.9%였다.
반려가구가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양육비는 월 평균 19만4000원으로, 2023년 조사 당시(15만4000원)와 비교해 4만원(26%)이나 늘었다. 양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료비(35.1%)였다. 이어 간식비·건강보조식품비(22.5%), 배변패드·모래 등 일용품(10.6%), 미용비(8.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려가구 중 70.2%는 최근 2년 내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구가 최근 2년간 쓴 치료비는 평균 146만3000원으로 2023년(78만7000원)의 2배가량이었다. 치료비로만 평균 1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가구는 전체 반려가구 중 26.2%로, 이전 조사(18.8%)보다 7.4%포인트 늘어났다.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늘고 있지만 반려가구 중 26.6%만이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자금을 마련했다. 91.7%는 반려동물 보험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가입률은 12.8%에 그쳤다. 보험료 부담(50.6%), 낮은 필요성(37.4%), 보험의 작은 보장 범위(35.8%) 등이 가입률이 낮은 원인으로 조사됐다. 반려가구 중 46.1%는 반려동물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펫티겟’(반려동물을 기를 때 필요한 공공예절)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려가구와 비반려가구 간 인식 차가 컸다. 반려가구의 71.4%가 ‘펫티켓을 잘 지킨다’고 응답했지만 비반려가구는 19.0%만이 이에 동의했다.
반려가구의 80.1%는 하루 중 잠시라도 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한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이 홀로 남겨진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54분으로 추산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월12일~3월13일까지 일반 가구 2000명과 반려가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