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외환 혐의로 오는 28일 특별검사 수사팀의 조사를 받게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며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28일 오전 9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26일 기자단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률대리인단이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드렸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리인단은 “이런 일방적인 명령과 경직된 태도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임의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내란 특검 수사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기각하자 28일 오전 9시에 서울고검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에 특검은 곧바로 출석 날짜를 정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 이를 통보했다.
대리인단은 인권보호수사규칙 등을 들어가며 정식 절차를 지켜 수사해달라고 특검에 촉구했다. 대리인단은 이날 특검에 비공개 출석을 요청하면서 “이는 검찰의 인권보호수사규칙 제7조에 근거한 것으로 피의자의 사생활과 명예 보호를 위한 법령상 조치”라며 “특검이 공개 출석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 또한 앞으로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과 같이 원칙적이지 않은 방식이 아닌 정식 서면으로 피의사실의 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특허청 ◇과장급 신규 임용 △특허심판원 심판장 민정임
■세계일보 △광고국 부국장 김재호 △기획국 기획팀장 안수용 △〃 비서팀장 서화연 △독자서비스국 수도권팀장 김범재
■NH투자증권 ◇신규 선임(부장) △컴플라이언스부 이용석
정서적으로 이해하면서도 경험적으로 와닿지 않던 말 중 하나가 ‘집밥이 그립다’였다. 난 어디서 무얼 먹든 집에서 먹어온 것에 비하면 대체로 맛있다며 감탄했으니까.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전에 친구들과 요기하러 갔다 순두부의 보드라운 식감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고소한 가지무침이나 꼬들꼬들한 미역줄기볶음은 대학 후문의 백반집에서 처음 접했다. 나중에 직장을 얻고 부엌과 침실이 분리된 주거공간을 갖게 된 후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하며 알았다. 배달음식이든 학식이든 내가 만든 것보다는 맛이 좋다는 사실을. 손맛뿐 아니라 ‘손맛 없음’도 전승되나 싶었다. 집밥과 관련해 이렇다 할 추억이나 기술은 없지만 그렇다고 영혼의 안식을 얻을 음료나 음식마저 갖지 못한 건 아니다.
고풍스럽진 않고 낡고 각지기만 한 건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파르페와 레모네이드를 파는 고전적 카페와 로즈버드나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가 섞여 있었고 일부 대학가엔 스타벅스도 들어왔지만, 일상의 일용할 음료는 그 법학관 2층 복도 끝 자동판매기에서 나왔다. 맹맹하고도 쓴맛 났던 블랙커피나 맛의 차이를 도통 알 수 없던 밀크커피와 크림커피 대신 자판기 우유를 즐겨 마셨다. 탈지분유를 뜨거운 물에 녹이고 프리마와 설탕을 가미했을 음료를 한 모금 삼키면 포근포근해졌다. 아기 입맛이라고 주위에서 놀렸지만 내 미각으로 그건 어른의 우유 맛이었다.
공강 시간이면 자판기 앞에서 친구와 재잘댔고, 세미나 함께하자며 후배를 설득했고, 전날 다퉜던 선배와 화해했다. 3학년 마칠 무렵 신축 건물로 이전했지만, 학부 시절 하면 습기 찬 옛 건물의 복도부터 떠오른다. 이후 <무빙>이란 드라마에서 두 특수요원이 자판기 커피를 뽑다 가까워지는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열아홉과 스물 무렵 내게 수행할 작전 같은 건 없었으나 계단참의 발소리에 귀 쫑긋해진 채 기계에 동전을 최대한 느릿느릿 밀어 넣으면서 어떤 이와 마주칠 계기를 만들고 싶어 했던 순간들은 있었다고 말이다.
생선을 굽거나 조리는 냄새 또한 각별했다. 주택가 아닌 상점 거리에서 풍겨도 가정요리의 느낌을 주며 막연한 향수를 불러왔다. 집에서 자주 해 먹었던 것도 아닌데 어디서 기인한 감정일지. 구시가지에 나갔다가 냄새에 이끌려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며 궁금했다. 2인석은 다 찬 데다 혼자서 4인용 탁자를 차지하려니 면목 없어 주방 귀퉁이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덕분에 삼치와 고등어, 자리돔 등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밥공기는 절반도 안 비우고 야옹이처럼 생선만 말끔히 발라 먹자 생선 굽던 아저씨가 다음엔 미리 말하라 하셨다. 밥 적게 먹으니 삼치를 특별히 큰 도막으로 구워주겠다고. 깍쟁이 느낌의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계산하다 말고 아저씨에게 눈을 흘겼다.
몰래 풋 웃다 기억해냈다. 대상 모를 그리움의 근원을. 열세 살 때 성당 서고에서 꺼내 드니 뿔테 안경 쓴 고등학생 오빠가 그건 네 나이대에 읽는 거 아니라며 내려놓게 했던, 그래서 도리어 사춘기적 호기심이 일었던, 현대고전 중 하나일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온 구절이다. “두 내외는 계집아이도 없이 퍽 외롭게 살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다정스럽고 흡족한 부부다. (…) 생선 한 마리라도 맛나게 보글보글 지져서 머리 맞대고 의좋게 먹는다.”
또 더 있다. 어릴 적 독감으로 밤새 펄펄 끓던 열이 내린 아침, 긴 홈웨어를 입은 외할머니가 “우리 강아지 깼나” 하며 주공아파트 부엌에서 내어주던 식혜의 청량함과 마가린 발라 구워 설탕 솔솔 뿌린 식빵의 달콤함. 지구 저편에서 공부할 무렵 선배 언니가 기숙사 공동부엌에서 만들어준 감자수제비와 박사후연구원 시절 수녀님들이 겨울밤에 과일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 뱅쇼. 여름철 배앓이로 종일 굶은 오늘, 마음이 기억을 마시고 먹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활동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제안하는 민생경제 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32개 회원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미국 백악관이 아시아 동맹국에 대해서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나토의 국방비 증액 결의가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만약 우리의 유럽 동맹, 나토 동맹국들이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리 동맹과 친구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나토는 지난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2035년까지 32개 회원국의 국방비를 각각 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GDP의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GDP의 2.32%인 61조2469억원이다.
앞서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유럽 동맹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며 한국에 대해서도 ‘5%’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