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폰테크 현대제철이 총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20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일부 승소하자, 노조와 시민단체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항소하기로 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박성민 부장판사)는 24일 현대제철이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노조 간부 등 180명을 상대로 제기한 200억원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에 5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제철이 주장한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액은 회사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모두 배척했다. 대체인력 투입 비용에 대해선 50%만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대제철이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에 하청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21년 2월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였지만, 현대제철은 사내 하청업체를 통폐합해 자회사 현대ITC를 만들어 고용했다. 현대제철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자회사에 입사하려면 불법파견 소송 취하서, 부제소 동의서 등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1년 8월23일부터 52일간 충남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현대제철은 그해 9월 ‘불법 파업’을 이유로 하청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두 차례 제기했다. 1차로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이어 461명을 상대로 46억1000만원을 청구했다. 비정규직지회와의 단체교섭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46억1000만원에 대한 소송은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소송 이후 노조 활동이 위축됐다”며 “현대제철에 불법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손배소도 모두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두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200억원을 청구하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것이 적법하고 정당한가를 다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청인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하청노조와의 교섭은 거부해놓고 노조의 쟁의 행위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 사건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얼마나 남발되는지, 손해배상이 불법을 막으려는 노조의 투쟁을 가로막는 도구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노조법 2·3조가 개정돼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이 가능해지고 손해배상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만들 때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손해배상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손잡고’도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불법 앞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인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라며 국회에 입법을 압박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극단적 경쟁을 보여주는 ‘주행거리 0km 중고차’가 최소 5년간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해외로 수출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판매업자와 업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생산된 주행거리 0km 중고차가 2019년부터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의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행거리 0km 중고차란 차량 등록 후 번호판까지 발급받아 서류상 ‘판매 완료’로 처리됐으나, 실제 운행은 전혀 없었던 사실상 새 차를 말한다. 완성차 업체와 딜러들이 실제로는 팔리지 않은 차량을 일단 판매 처리한 다음 운행하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서, 중국 안에서 ‘주행거리 0km 중고차 시장’이 형성됐다.
편법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중국 자동차 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적이 급한 판매사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영업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주행거리 0km 중고차들이 급속하게 시장에 풀렸다.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이달 초 시나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이어진 업계 가격 경쟁의 결과로 중국 시장에 ‘주행거리 0km 중고차’ 현상이 나타났다”고 문제를 공론화한 바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사설에서 주행거리 0km 중고차로 인해 어지러워진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지방정부는 주행거리 0km 중고차 판매를 오히려 장려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광둥성과 쓰촨성 등 20개 지방정부의 공개 문서에서 정부가 주행거리 0km 중고차 수출을 위한 허가, 세금환급 신속 처리, 자금 지원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가 설정한 연간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실적 맞추기에 나선 결과다. 중국의 기술 중심지이자 가장 부유한 도시인 선전조차도 지난해 2월 연간 자동차 수출 40만대 목표달성을 위해 주행거리 0km 중고차 판매를 독려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방정부의 이 같은 전술은 중국 내 자동차 과잉생산을 유도하고 해외에서도 ‘반덤핑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의 우방국인 러시아도 올해 초 중국산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환경부담금을 대폭 인상했으며 일부 차종은 자국 환경 규제 위반을 이유로 들어 판매를 중단시켰다. 중국산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점유율은 2021년 8%에서 2024년 60%로 8배 가까이 올랐다.
다음 달 24~25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유럽연합(EU)도 중국이 과잉생산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의료기기 수입을 통제하는 등 강경한 대중국 기조를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4~27일 회의를 열고 반부정당경쟁법‘(부정경쟁방지법)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법안 초안에는 자동차·배달·온라인쇼핑 등의 ‘저가 가격 전쟁’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