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진행 “지금부터 사체 훼손 과정을 재연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살해당하던 순간을 직접 연기했다.
“가해자는 사망한 채 쓰러져있는 제 딸의 머리카락을 잡고 일으켜 세워,” 그가 셔츠의 깃을 헤치고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왼쪽, 오른쪽 목 부위에 지름 5㎝ 크기의 원을 그렸다. 그는 펜으로 원 안을 쿡쿡 찌르며 “이렇게 계속 찌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최모씨(26)에 대해 유족 측이 살인 혐의로만 기소됐다고 지적하며 사체손괴 혐의로도 고소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제 딸이 살해당하고 사체 훼손까지 당했지만 (최씨는) 살인죄로만 기소됐다”며 “많은 법의학자와 부검전문의들이 사체 훼손을 지적했지만 검찰은 이런 의견을 무시한 채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살인 혐의로 최씨에 1심보다 4년 늘어난 30년형을 선고했다.
유족은 최씨의 2차 공격이 살해와 관계없는 시체 훼손 행위였다고 밝혔다. A씨는 “(최씨는) 이미 숨이 멎어서 움직이지 않는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이는 오로지 자신의 왜곡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시체를 흉기로 유린한 것”이라며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씨의 행위를 살인으로 축소할 게 아니라, 잔혹한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까지 찾아가 사체손괴 혐의에 대해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간곡히 요청하기 위해 재연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현장이 폐쇄회로(CC)TV 촬영이 이뤄지지 않은 사각지대였는데 어떻게 재연을 준비했냐는 질문에 A씨는 “수사 관련 서류를 10권 넘게 봤다. 정확한 사건 타임라인이 내 머리 속에 다 각인됐다”고 답했다.
최씨는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부모가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최씨는 범행 2시간 전 흉기를 구입하고, 자주 방문하던 강남구 건물의 옥상으로 불러내 살해했다.
딸의 사망 이후 유족의 삶은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A씨는 10㎏ 넘게 살이 빠졌다. 딸의 처참한 모습이 생각나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그는 “출근길에 안아주며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하던 보물 같은 딸이었다”며 “매일 납골당에 들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딸의 방은 아직 치우지 못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 뒷면에는 딸의 증명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A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벌탄원서를 써주고 계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격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이란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및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 측 회담 제안에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나 J 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란 외교부 내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도 외교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8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도 “불법적이고, 집단학살적이며 점령을 일삼는 이스라엘 정권을 예외로 둔 채 우리는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정부 소속 항공기가 18일 오만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란 협상단이 미국과 접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더워존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의 대통령 전용기와 다른 정부 소속 2대 등 총 3대의 항공기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착륙했다. 이들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21 2대와 A340 1대로, 편명은 각각 JJ25, JJ26, JJ28이다.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는 이들 항공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중 이란 내 등록 번호가 EP-IGA인 A340 여객기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작년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을 때 이용한 바 있어 대통령 전용기로 추정된다.
오만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당시 양국 간 사전 협상이 이뤄지는 등 미국과 이란 사이의 비공식 대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무스카트가 양국 간 물밑 접촉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 해결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들(이란)은 문서(미국과의 핵 협상 합의문)에 서명해야 했다”며 “나는 지금 그들이 ‘서명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란 항공기의 무스카트 방문이 미국과의 협상과 무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워존은 “이번 항공편이 외교 목적이 아니라면, 분쟁을 피해 고위 인사나 가족들을 대피시키려는 조치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매우 위험하며, 충돌 격화는 어느 한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이 더욱 격화되면 당사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가들도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