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폰테크 한 달 가까이 중단됐던 미국 유학·연수 비자 발급이 재개된다. 비자 신청자들은 자신이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SNS 계정 게시물을 검사받아야 한다. 계정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은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유학생·연수생 등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 관련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J(유학)·M(직업훈련)·F(연수 및 교수) 비자가 대상이다.
국무부는 “우리는 심사 과정에서 모든 가용 정보를 활용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신청자를 파악할 것”이라며 “신청자들은 SNS 프로필의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공개’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비자는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각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비자를 심사하는 영사관 직원들은 SNS를 검사할 때 “미국 국민의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반유대주의자인지, 외국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은 미국에 적대적인 행위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또 SNS 검사로 증가할 업무량을 감안해 각국 영사관은 유학생이 전체 학생 수의 15% 이하인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과 전문직군인 의사의 비자 절차를 먼저 진행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적대성’의 기준과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아, 미국 유학·연수·연구를 계획 중인 학생과 학자들에게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심사를 빌미로 미국 내 진보 성향 대학들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적대성’ 기준을 자의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해 대학에서 연구하거나 교육받는 학자와 학생의 비자를 언제든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이념적 순응을 조장하며, 외국 시민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 스프라이처 미국교육협의회 부회장은 “전례 없는 이번 조치가 학생들에게 정치적 리트머스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NYT에 말했다.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비이민 비자 인터뷰 심사에 SNS 검증 절차를 도입하겠다면서 비자 인터뷰 신규 접수 중단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주한 미 대사관도 한국 유학생들의 비자 인터뷰 접수를 사실상 중단했고, 8월 말 미국 대학 개강을 앞둔 학생들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내년부터 달 상공을 도는 민간 위성이 찍은 월면 사진이 상업적으로 판매된다. 고객에게 돈을 받고 위성에서 촬영한 월면 사진을 파는 사업 모델은 처음 등장한 것이다. 월면 사진은 자원 탐사나 국가안보 목적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18일(현지시간) 달 표면 사진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올해 3월, 민간이 주도한 사상 두 번째 달 착륙에 성공한 기업이다.
파이어플라이가 내놓을 월면 촬영 서비스 이름은 ‘오큘라’다. 오큘라의 핵심 개념은 달 상공의 위성 여러 기에 달린 가시광선·자외선 카메라로 월면 사진을 찍어 지구에 전송해 파는 것이다.
현재도 달 주변을 돌면서 월면을 찍는 위성이 있기는 하다. 한국의 다누리, 인도의 찬드라얀, 미국의 달 정찰궤도선(LRO) 등이다. 모두 정부 기관이 쏘아 올렸다. 촬영한 월면 사진은 일반에 무료 공개한다. 돈을 받고 팔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운영되는 달 상공 위성은 특정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월면을 집중 촬영하는 것 같은 ‘맞춤형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파이어플라이가 시작할 오큘라 서비스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다. 돈을 받고 특정 월면을 찍어준다. 이런 상업적 달 촬영 서비스는 이번에 사상 처음 시작되는 것이다.
미국에는 오큘라가 더욱 특별하다. 미국이 운영 중인 LRO는 2009년 쏘아 올렸기 때문에 각종 기기가 노후화했다. 일례로 오큘라가 찍을 월면 사진 질이 LRO보다 훨씬 낫다.
LRO에 달린 카메라 해상도가 고도 50㎞에서 픽셀당 0.5m인데 비해 오큘라는 0.2m에 이른다. 픽셀당 해상도 숫자가 작을수록 사진이 선명하다. 오큘라가 더 또렷한 월면 모습을 보여 준다는 뜻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월면 사진을 얼마를 받고 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 공식자료를 통해 “저렴하게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어플라이는 “오큘라 서비스를 통해 헬륨3 같은 광물의 매장지를 식별하는 한편 미래에 달 착륙선을 착지시킬 지점을 지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에서 활동할) 미래 인간과 로봇에 정보를 제공하고, 감시·정찰 기능을 통해 국가안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어플라이는 내년에 위성을 첫 발사한 뒤 다음 위성을 2028년 쏠 계획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 위치했지만, 잔혹한 고문이 벌어졌던 비일상의 공간이었다. 지금도 철길과 주변 건물 탓에 알아채기 어려운 이 곳이 지난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공식 개관했다.
이 7층짜리 검은 벽돌 건물은 지난 12일 저녁 미디어 파사드로 변했다. 반복적인 파동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하나둘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기념관 마당에서 건물을 마주한 시민들에게로 걸어왔다. 개관 기념 무용 공연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의 프롤로그, 역사의 아픈 기억을 넘어 ‘살아있는 민주주의 무대’가 되려하는 대공분실 내부로의 초대였다.
검은 벽돌은 ‘공간 사옥’으로 대표되는 김수근 건축의 조형적 특징이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탱크 굴러가는 소리가 나던’ 두꺼운 철문과,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 나선형 계단이 가져다 준 공포를 증언했다. 일반 건물보다 좁은 복도와 천장고 역시 김수근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고문 공장’이었던 대공분실과 어우러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날 공연은 이러한 대공분실 공간 자체를 무대로 삼았다. 조로 나뉜 관객들은 건물을 오르내리며 조사실, 회의실, 복도 등 5개 공간에서 이 곳에 얽힌 기억들을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무용수들과 맞닥뜨렸다.
그 중 바깥에서 봤을 때 좁은 직사각 창문만 배열된 5층에는 15개의 조사실이 있었다. 이 곳 515호는 1985년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었던 김근태 전 의원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했던 공간. 이 무대에 붙여진 표제는 ‘어느 날개의 기억’이다. 천장에는 잿빛 새 모형이 걸렸고, 그 아래에서 여성 무용수는 깊은 호흡으로 담담한 몸짓을 이어갔다. 무용수의 허공을 바라보는 처연한 시선은 아득한 절망감 그리고 자유의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관객들은 무용수 주변에 둘러서서 근육의 움직임, 몸짓에서 나는 소리와 호흡을 생생하게 느꼈다. 몸짓이 펼쳐지는 조사실 내부에 주홍빛 타일이 매끈하게 마감된 화장실이나 연행자 전용 입구였다는 건물 후면 출입문의 유려한 곡선은 기이하게도 아름다웠다. 당대 최고 건축가의 미감이 녹아있는 잔혹한 고문 공간이라는 중첩된 역사의 층위를 느끼며 관객들은 나선형 계단을 돌아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안무가 최상철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서사적 주체’이자 내러티브의 축으로 삼아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신체 언어와 컨템포러리 댄스 어법으로 풀어내는 장소특정형 공연”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달 말 개관에 앞서 공연된 연극 <미궁의 설계자>도 극중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 공간인 대공분실에서 펼쳐졌다. 이 공간의 설계자인 김수근의 책임을 묻는 내용인데, 이 역시 관객이동형 장소특정 연극으로 선보였다.
두 공연 모두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큰 장소를 관객들이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화 운동에서 떠올리게 되는 민중미술의 이미지나 살풀이춤과 같은 고정관념을 넘어 현대적인 공연으로 풀어낸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김남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기획팀장은 “40여년 전 민주화 운동을 현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해외에서 흥행한 관객 몰입형(이머시브) 연극 <슬립 노 모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호텔 방을 오가며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 기념관으로 새로 출발하는 대공분실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시민들이 감각하는데 알맞은 접근이었던 셈이다. 무용 공연을 시작하며 검은 벽돌 건물에 빛을 쏴 미디어 파사드로 변모시킨 것도 멈춰있던 건물을 살아 숨쉬게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공연 신청은 20~40대가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 관객도 있었다.
기념관은 ‘시민들이 찾아오게 하는 공간’을 목표로 향후 공연과 전시의 방향을 가다듬고 있다. 고문피해자였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저자 유동우씨는 공연에 앞서 이러한 바람을 전했다. “역사는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죠. 이 역사가 어떤 역사였는지 묻고, 어떻게 할지 해답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