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제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6년째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하며 철권통치를 이어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메네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항복 요구’에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으로 하메네이의 최측근이 대거 제거돼 수족을 잃은 데다, 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면서 정권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이란의 신정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1979년 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붕괴시키고 이란혁명을 일으켜 최고지도자가 통치하는 신정체제인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했다.
WSJ에 따르면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최소 6명의 고위 군사령관을 교체해야 했다.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피해 수습에 급급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하메네이의 핵심 군사·안보 참모들이 사망하면서 지도부 내부에 큰 공백이 생기고 전략적 오판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호세이 살라미 IRGC 총사령관, 미사일 프로그램 책임자인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함장,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 정보기관 책임자인 모하마드 카제미 등이 사망했다.
게다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 역시 현 국면에서 실질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지도부가 제거되고 조직력이 약화됐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격퇴를 위해 이란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뒤 15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그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란의 긴밀한 동맹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는 지난해 12월 축출됐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도 하메네이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이후 45% 감소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스라엘 공습 이전에도 이란 내부에서는 경제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간호사와 통신업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고, 테헤란 전통시장 제화업자와 상인들이 지난해 12월 고물가에 항의하며 이례적으로 집단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스라엘 공습은 국내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WSJ는 며칠 새 이란 통화 가치가 13% 폭락했고, 이란 천연가스와 정유시설 등 인프라가 타격을 입으면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란 내부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고, 대피소도 부족한 상황에서 상점과 학교, 공장 등이 문을 닫으며 도시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 첩자를 색출하기 위한 단속에 나서며 정권 반대파와 정치 조직 인사를 구금하는 등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라스무스 엘링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이슬람공화국은 국내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유럽외교협회 소속 이란 전문가인 엘리 게란마예는 이스라엘 공습 이후 “국가가 정치·사회·경제적 권리를 극도로 제한하는 대신 국가가 최소한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이란 정권과 국민 사이의 사회적 계약이 근본적으로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중심의 강력한 통치 체제가 무너지면 이란이 민족적 분열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엔 아랍인, 아제르바이잔인, 쿠르드족, 발루치족 등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분리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하메네이가 사망할 경우 이란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여겨지던 에브라힘 라이시가 지난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이후, 신정 체제의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가운데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진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인 강경파가 군부 중심의 새로운 독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 특별검사(특검)의 추가 기소 효력을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은 기각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 측은 “조은석 특검은 임명된 지 불과 6일 만에 준비기간 중임에도 김 전 장관에 대해 기존 사건과 무관한 별건 혐의로 신규 공소를 제기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조 특검이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한 것이 “단지 구속기간 만료를 막고 보석결정의 실효를 봉쇄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김 전 장관 측 주장이다. 특검의 공소제기 효력과 향후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취지다.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김 전 장관 측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르켈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일간 노이에오스나브뤼커차이퉁(NOZ)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국가의 존립이 하마스나 이란에 의해 도전받는다면 이는 국제법상 그렇게 간단히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쪽이 이스라엘 국가를 없애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도 그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국을 위협한 적 없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지난 13일부터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고 핵과학자와 군 수뇌부를 제거하고 있다. 서방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공습이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진영에서는 이란의 핵개발 능력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정당화할 만큼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많다.
앞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