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당일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가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A씨는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섰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가리개로 덮은 모습이었으며 모자와 마스크도 써 얼굴 노출을 피했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번 방문해주시면 제가 다 설명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돌아가신 아내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 “접근금지 조치가 끝나자마자 찾아가신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내 집인데 내가 들어가야지 내가 어디 가서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잘했다는 말씀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남은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라거나 “남은 가족도 아들 하나라 미안한 거 없다”고 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부터 이기웅 인천지법 당직 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부평구 한 오피스텔 현관 앞에서 60대 아내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B씨 주변 100m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등 임시 조치 명령을 받았고, 이달 12일 조치 기간이 종료된 뒤 일주일 만에 범행했다.
A씨는 지난 16일에도 해당 오피스텔로 찾아갔으나 B씨를 만나지는 못했고, 범행 전날인 18일 재차 아내를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B씨는 사건 당일 경찰서를 방문해 스마트워치 지급과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문의하려고 했으나, 해당 조치가 적용되기 전에 살해됐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별금지법 반대 취지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학회가 “명백한 혐오”라고 비판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 등 3개 학회는 23일 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23년 11월 개신교계 행사에서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최근 현실을 보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동성애를) 접하거나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현재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와 종교적 입장에서 비판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말했다. 동성애 등 성적지향을 ‘선택하거나 확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논리로 보인다.
학회들은 이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이슈를 다양성의 존중과 보편적 인권이 아닌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반인륜적 논리이며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김 후보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국가 정책의 장에 특정 종교, 그중에서도 일부 교회의 신념을 끌어들여 민주적인 숙의 과정을 방해하고 훼손했다”며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는 특정 종교 집단의 신념 때문에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학회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을 중대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김 후보자의 발언들은 행정 각 부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첫 총리 인선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TV토론 과정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방향은 맞다”면서도 “복잡한 현안이 얽힌 사항”이라고 말했다.
해당 비판에 대해 김 후보자는 지난 17일 외신기자간담회 등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 주장도 “본질적인 헌법적 권리이자 자유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처벌받는 것 아닌가”라며 반대 측 논리를 거론하며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은 법안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반대 측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이미 합의는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7.2%가 “차별금지법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4~25일 열린다.
‘킹받다’는 말은 왕과는 아무 상관 없는 좀 희한한 조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던 영국도 이젠 제 섬으로 돌아갔고, 일본이 ‘공허한 중심’(롤랑 바르트)인 천황제를 아직 고수하지만 왕들은 현실 권력을 모두 궁으로 거둬들였다. 이런 차에 대체 무슨 영문인가.
민주주의의 표본인 미국에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구호를 거리의 시위대가 외친다고 한다.
우리 대한국민은 전근대적인 왕정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나라 이름을 받들고, ‘민주공화제’임을 합의해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로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했다. 이로써 역사는 일통하게 이어지고, 14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그랬던 우리나라에서 20대 대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이가 뽑히더니, 실제로 그는 킹처럼 행동하더니,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제 발등만 찧고 말았다. 이에 ‘킹받을 대로 킹받은’ 주권자들이 일어나 내란을 조기에 진압한 뒤 선거로 깔끔하게 응징했다. 그젠 생뚱맞게 ‘국모’란 단어가 튀어나와 실소를 자아냈지만 이젠 법의 심판만이 착착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보라, 세계도 놀라는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
한자는 세상을 복사하듯 그대로 사생(寫生)하는 문자다. 단순에서 복잡한 획으로 사물과 사태, 개념과 추상을 요약해 표현한다. 옥편은 이런 방대한 한자를 부수(部首)로 분류하는데, 한 일(一)부터 시작해서 ‘위아래로 통할 곤(丨)’으로 이어진다. 그다음은 ‘점 주(丶)’인데 이 부수에 속한 세 한자가 매우 매섭다. 붉을 단(丹), 알 환(丸), 주인 주(主). 이들은 계엄, 탄핵, 파면, 선거의 배후를 관통하듯 그대로 주르륵 엮어지지 않겠는가.
주권자들은 한 조각 붉은 마음, 이른바 단심(丹心)을 지녔다. 어처구니없는 계엄이 발동됐을 때, 총알같이 뛰어나가 저지한 이도 바로 이런 마음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탄환(彈丸) 같은 한 표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인(主人)이 바로 자신들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왕(王)자 위에 무심한 점 하나 툭, 앉아 있는 주(主)를 오래 바라본다. 민주주의(民主主義) 만세. 우리나라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