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변호사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에 대한 새로운 국방비 지출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방위 분담 확대를 촉구하면서 한국 역시 국방비 증액 논의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국방지출 확대 노력에 나선 만큼,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안보를 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임기 초에 추진했던 목표였고,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성과”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 지출 기준은 GDP의 약 2% 정도다.
헤그세스 장관이 나토 외에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 동맹들에도 비슷한 수준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약 2.8%(약 66조원) 수준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아시아 핵심 동맹들이 북한 등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면서도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줄곧 동맹국의 방위비 비용 분담 확대를 주장해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초 새로운 국방전략 수립을 지시하면서 미국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이어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문제 등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는 지난달 30일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는 미 정부가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당시에도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강경화씨는 서울 관악구 국군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앞에서 5년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세상을 등진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군에 책임을 묻고 싶어서다. 강씨는 “사건을 조작·은폐한 수사관을 파면하라”고 매주 외쳤다.
군은 강씨의 말을 ‘소음’ 취급했다. 시위를 하는 동안 벌어진 강씨와 군의 충돌을 하나하나 기록해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선 유죄가 나왔다. 강씨는 불복해 법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재판장 최진숙) 재판이 끝난 뒤 강씨는 “군인들의 억울한 죽음을 덮어버리고 유족을 괴롭히는 군의 행태를 법정에서 조금이라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의 늦둥이 막내아들인 고 조준우 일병은 2019년 7월 군대에서 첫 휴가를 받고 나와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수방사 군사경찰단은 조 일병의 죽음이 군과 무관한 ‘일반 사망’이라고 결론 냈다. 강씨는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이 남긴 일기장에선 “한 선임 병사 때문에 불편하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여러 번 나왔다.
강씨는 2년간 ‘투사’로 살았다. 부대 선후임을 수소문해 직접 만나고 수사기록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증거를 모았다. 아들이 숨지기 한 달 전 사흘 연속 당직 근무를 서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고, 입대 초반인 2019년 3월과 6월 심리검사에서 ‘대인관계 어려움’ 등 위험신호가 있었는데도 전문 상담 등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국방부는 2년 만에 결론을 뒤집고 ‘순직’으로 인정했다.
강씨는 수방사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다시 군과 싸웠다. 아들의 사건을 맡았던 수사관 손모씨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군검찰은 수사에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나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강씨는 거듭 재정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수방사도 손씨를 징계하지 않았다.
시위를 한 지 다섯달쯤 지나자 군사경찰 5명이 강씨에게 ‘면담을 하자’며 찾아왔다. “징계권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할 말 없으니 안 만나겠다고 했어요. 갑자기 혼자서 군인 5명을 만나려니 무섭기도 하고…. 그런데 그 수사관을 불러준다길래 ‘사과라도 하려나’ 싶어 일단 따라갔어요.” 강씨가 말했다.
손씨는 사과하지 않았다. “저는 자살인지 타살인지만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억눌러온 강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강씨는 면담 자리에 있던 군인의 머리채를 잡았다.
조 일병의 죽음으로 벌을 받게 된 건 어머니 강씨 쪽이었다. 면담 이후 군은 강씨를 ‘악성 민원인’으로 대했다. 일반 민원인이 쉽게 오가는 민원실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강씨가 사용하는 근조화환과 손팻말이 철거당하는 일도 있었다. 강씨는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수방사는 2023년 1월 “일반 민원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부대 안에 들어가 시위를 하는 등 허가 없이 군사기지에 출입했다”며 군사기지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100쪽이 넘는 수사의뢰서에는 “시위자의 고성방가가 계속돼 고통스럽다”는 군 관계자들의 진술 등이 담겼다.
1심 재판에서 강씨는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아들이 허망하게 죽었는데 군은 덮어버리고, 엄마가 너덜거리는 가슴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게 이 나라 현실”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할 수 있는 건 수사관을 징계해달라는 시위뿐이었습니다. 살아 돌아오지도 못할 아들인데…수방사는 적과 싸우기 위해 쌓아온 전략전술을 저에게 휘둘렀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7월 군사기지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6쪽짜리 판결문에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봐달라’는 강씨의 주장을 배척한 이유가 한 줄도 적히지 않았다. 강씨를 도운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군이 피해 유족을 예우하지는 못할망정 행동 하나하나를 트집 잡아 처벌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찰과 검찰에 이어 법원도 강씨가 군과 충돌한 배경을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된 판례가 쌓이면 유족들의 1인 시위를 위축시키는 군의 행동들이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강씨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이라 1심 판결에 화도 나지 않았다”며 “사회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어서 항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정으로 넘어간 강씨의 ‘세 번째 싸움’은 오는 8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