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정부가 17일 이란 내 모든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를 적용했다. 이스라엘 일부 지역도 3단계로 격상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1시부로 이란 내 기존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 지역에 3단계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4일 기존 2단계(여행 자제)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이를 3단계로 재차 높인 것이다. 애초 3단계 지역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이란 내 모든 지역에 3단계가 적용된다.
현지 한국 공관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이란 내 한국인들의 안전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이란에는 1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기존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이날 오후 8시부로 3단계로 격상했다. 이스라엘 전 지역에 3단계와 4단계(여행 금지)가 적용된다.
외교부는 “이란과 이스라엘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께서는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공관의 안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출국해주시고, 동 지역을 여행할 예정인 우리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연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에 있던 한국 교민 23명은 버스를 타고 육로 국경검문소를 통해 요르단으로 대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피 과정에서 “차량 마련과 국경 통과 및 이동 수단 확보, 숙소 마련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미국이 개입하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군이 카타르 기지에 있던 군용기 수십 대를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AF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 PBC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일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활주로에 C-130 허큘리스 수송기와 정찰기를 포함해 약 40대의 군용기가 주기돼 있었지만 19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는 3대만 포착됐다고 전했다.
AFP는 이들 군용기가 격납고나 역내 다른 기지들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군 중장 출신인 마크 슈워츠 랜드연구소 국방연구원은 이란과의 근접성을 고려할 때 알우데이드 기지의 인력과 항공기, 시설은 미군의 개입 시 예상되는 이란의 보복 공격에 “극히 취약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는 슈워츠 연구원은 폭탄의 파편만 맞아도 항공기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미 병력에 가해지는 위험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지원하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사정거리 내에 배치해둔 상태다. 이에 미국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의 미군 기지 경계 태세를 격상하고, 현지 미국인들에게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카타르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알우데이드 기지에 대한 접근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 제5함대 소속 함정 일부도 바레인 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등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한 미군 자산의 이동 배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AFP는 항공기 추적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15∼18일 사이 최소 27대의 군용 재급유기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했으며 이들 가운데 2대만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나머지 25대는 유럽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란 국영방송 IRIB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생방송 중이던 뉴스를 중단했다. 긴급 대피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탄 앵커는 곧바로 방송을 재개해 이란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IRIB 본사 건물이 공습당해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IRIB 방송 영상을 보면 사하르 에마미 앵커가 스튜디오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규탄하는 이란 최고 안전보장회의 성명 내용을 전하던 중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스튜디오 배경화면이 검게 변하고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내 회색 연기가 차오르면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마미 앵커가 급히 자리를 떠나는 모습과 다른 직원들이 “알라후 아르바크(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까지 송출된 뒤 방송은 사전 녹화된 프로그램으로 전환됐다. IRIB는 이후 “이스라엘의 폭탄이 방송사 건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에마미 앵커는 몇분 지나지 않아 폭격 영향을 받지 않은 다른 스튜디오로 옮겨 생방송을 재개했다. 이란 언론과 친정부 인사들은 에마미 앵커의 강인함과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그를 이란의 ‘국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SNS에선 지난해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 반서방·반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 핵심 지도자와 에마미 앵커 사진을 나란히 놓은 게시물이 확산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IRIB 채널이 시청률이 높은 데다 에마미 앵커는 이란의 간판 뉴스 진행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이란 시민에게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방송사를 공격한 것을 두고 “사악한 행위”이며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란혁명수비대도 “범죄이며 비인도적인 테러 행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이후 “이란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던 통신센터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