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폰테크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정부조직 개편이다. 기획재정부와 검찰 기능 축소 조정, 기후에너지부와 인공지능(AI) 전담 부서 신설 등 그간 거론된 안들을 최종 검토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골조를 세우게 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1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조직개편안은 별도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완성도 높은 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조직 개편을 두고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 부처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재배치’ ‘AI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효율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정비’ 등이다.
권한 재배치의 우선 대상은 기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가 예산권을 쥐고 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 재편을 공약했다.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고, 재정과 나머지 기능만 담당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노무현 정부 때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눴던 안과 유사하다. 이와 맞물려 금융당국 개편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로 분산된 금융정책 수립 기능을 기재부가 전담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역시 권한 재배치 대상으로 꼽힌다. 현재의 검찰청은 폐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공소유지를 맡을 기관을 각각 신설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를 공약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는 사실상 신설이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에너지 정책 기능을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전담 부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AI 업무를 담당하는 ‘과학부총리’ 또는 전담 부서가 신설될 지도 관심사다. 통계 분야에서 AI 활용이 중요해지는 만큼 기재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을 독립 기관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폐지를 추진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는 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장관 신설’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과 같이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취임 두 달여 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며 정부조직 개편을 완료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자 신분으로 공개 행보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경제·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인준 여부를 결정할 국회가 여대야소인 상황도 적극적 행보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경제·민생 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하며 “3년 동안의 대한민국 후진을 바로잡기 위해 최소한 앞으로 100일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을 접견해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날 밤 충남 태안군 보건의료원을 방문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를 조문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4일 지명되고 이날까지 공개 일정을 잇달아 소화했다. 지난 5일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10일 기자간담회, 13일 소비자단체·식품외식업계 등과 ‘밥상물가 안정’ 간담회를 했다. 4선 여당 의원 자격으로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법안에 표결하고, 13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의원총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총리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오는 17일 금감원 연수원에서 사회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공개 일정을 이어간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 후보자의 연이은 공개 행보는 과거 총리 후보자들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이전의 총리 후보자들은 지명 직후 소감을 밝히거나 간혹 출근길에 취재진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수준이었다. 청문회 준비에 집중하며 업무보고 등 일정을 비공개로 소화하곤 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자 생각이다. 그는 지난 13일 밥상물가 안정 간담회에서 “이례적이라고 말씀 주시기도 했는데, 청문회를 앞두고 취임 전이지만 정부는 움직여야 된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이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라는 위기의식도 깔렸다. 김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국정이 제자리를 잡도록 제 모든 걸 걸고 뛰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공직 기강 잡기 의도도 엿보인다. 김 후보자는 이날 경제·민생 부처 업무보고에서 “대통령께서 국정 보좌 시스템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취임 2주 만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출국했다”며 “공직자들이 스스로 비상 근무 기간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준비차 “성실한 정책 학습”을 하겠다는 뜻도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정책 중심 청문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도 적극적 행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회 청문회 후 임명 동의 표결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취임 전부터 물가 대책 간담회를 주도하는 등 경제 실천형 리더”(이언주 최고위원)라고 평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김 후보자를 지지하는 기류다.
김 후보자가 2013년 이후 총리 후보자 중 이낙연 후보자(2017년) 다음으로 적합도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3일 나오며 여론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사적 채무 변제와 아들 관련 법안 발의 논란, 과거 두 차례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결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각종 의혹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