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지난 7일 일본의 군함도 등재 약속 이행을 점검하자는 한국 제안이 표결 끝에 무산됐다. 사상 초유의 한·일 과거사 표대결도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끝내 ‘강제동원’ 공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의 무성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본은 한·일관계 미래를 위해 과거사 문제를 풀어갈 반잔의 물은 못 채울망정 찬물을 끼얹을 심산인가. 국제사회와의 약속마저 외면하면서 한·일의 미래와 신뢰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설명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이행을 미루고, 2020년 약속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1000㎞ 떨어진 도쿄에 세우면서 왜곡된 내용만 전시했다. 이 때문에 세계유산위는 2018·2021·2023년 세 차례에 걸쳐 결정문에서 일본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본은 이번에 유네스코 약속 이행 점검 의제를 ‘한·일 양국 문제’라는 논리로 막더니, 핵심 내용을 뺀 수정안을 기습 역제안해 표결로 관철시켰다. 일본이 과거 잘못에 대한 개전의 정은커녕 한·일관계 개선 의지조차 있는지 의문스럽다.
한·일 간 미래 협력과 과거사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한 이재명 정부는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서게 됐다. 대통령실은 ‘유감’과 함께 일본의 약속 이행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일본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당장 ‘분리 대응’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 정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7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국방백서 발간, 8월 2차 세계대전 패전일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 ‘미래와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게 불과 20일 전이다.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이시바 내각의 정치 상황이 복잡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외면해선 국가로서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언제 또 국내 정치 때문에 한·일관계를 위기에 빠트리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아닌가. 국제질서 격변으로 한·일 협력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자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고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의 결자해지 없는 양국의 협력·우호는 불안한 임시 봉합에 불과함을 알고, 전향적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인물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열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달 특검 출범 전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아 수사 의지를 의심받았다. 의혹만 증폭되는 상황에서 특검이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공천개입 실체를 밝히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이날 압수수색한 곳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과 집,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남 창원과 경기 고양 집, 김상민 전 검사의 집 등 10여곳이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에서 과거 공천 관련 문서, 컴퓨터 파일,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윤 의원과 김 전 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제까지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없다.
공천개입 의혹의 골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2022년 3월 치러진 20대 대선을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러 차례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뒤 그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식 하루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에서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김 여사도 같은 날 통화에서 명씨에게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지금 (당에) 전화를 했는데, (김 전 의원을) 그냥 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해서는 같은 해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명씨를 통해 김 여사 도움을 받아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 김 여사가 경기 평택시장, 경북 포항시장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김상민 전 검사를 김영선 전 의원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의창에 출마시키려 시도했고, 이를 위해 김 전 의원에게 “김 전 검사 당선을 도우면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전 의원과 김 전 검사는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 출범 전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김 여사는 응하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특검에는 출석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과 윤 의원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오정희 특검보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자 소환조사 일정에 대해 “조율 중인 분도 있고, 아직 연락하지 않은 분도 있다”며 “신속히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명씨와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강혜경씨 등에 대한 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1회 방위산업의날인 8일 국무회의에서 “방위산업은 경제의 새 성장 동력이자 우리 국방력의 든든한 근간”이라며 방위산업 육성 컨트롤타워 신설과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해 “방위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오늘은 정부가 주최하는 첫번째 방위산업의날”이라며 “6·25전쟁 당시에는 탱크 한 대도 없던 우리 대한민국이었는데, 75년 만에 우리는 세계 10위의 방산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는 폴란드와 9조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방위산업은 경제의 새 성장 동력이자 우리 국방력의 든든한 근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 해외 판로 확대 등의 범부처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특히 방산 4대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이끌 방산 육성 컨트롤타워 신설, 그리고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도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위산업의날은 2023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올해부터 관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날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방위산업이 대한민국 안보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란다”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투자하고 지원해 세계적인 방위산업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33도 이상 폭염 상황에서 일할 때 노동자의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고용노동부의 세 번째 규개위 심사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10일 취재 결과 규개위는 11일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에 있는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조항에 대한 규제 심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규개위가 동일 조항을 3번 심사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며 지난달 1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개위는 지난 4·5월 심의에서 노동부에 이 조항 철회가 필요하다며 재검토를 권고했다.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규개위는 형사처벌 규제는 영세사업장 등 현장의 수용성을 보다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는 폭염 상황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가 현장 노동자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20대 베트남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폭염 속 노동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휴식 의무화’가 법제화되더라도 한계가 남는다. 이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배달 라이더, 택배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건설, 물류, 조선, 택배, 급식, 설치, 이동·방문 업종의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며 “규개위는 폭염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