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에서 무게 100㎏이 넘는 대형 참다랑어(참치) 1300여마리가 무더기로 잡혔다. 동해안에서 대형 참치가 한꺼번에 어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영덕군과 강구수협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덕 강구면 앞바다에서 길이 1~1.5m,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 1300여마리가 한꺼번에 잡혔다. 영덕과 포항의 경계 지점에서 어획된 이 참다랑어는 강구수협과 포항수협에 각각 700마리, 600마리씩 납품됐다.
영덕에서는 지난 6일에도 무게 130~160㎏에 달하는 참다랑어 70마리가 잡혔다. 당시에도 100㎏ 넘는 참다랑어가 무더기로 잡혀 화제가 됐었다. 이 참다랑어는 강구수협에서 1㎏당 2500원에 위판됐다.
지난 2월11일 잡힌 무게 314㎏짜리 참다랑어 1마리가 105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신선도 유지가 잘된 참다랑어는 통상 1㎏당 3만~3만5000원에 거래된다.
강구수협 관계자는 “원양어선처럼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킨 뒤 손질해 냉동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보니 항구에서 손질 등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상품성이 떨어져 싸게 팔렸다”며 “이번에는 700마리가 들어오다 보니 항구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어획된 참다랑어는 전량 폐기될 예정이다. 국가별 어종 총허용 어획량을 정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정한 한국 참다랑어 쿼터(한도) 가운데 경북지역 쿼터를 모두 채워서다. 올해 한국 쿼터는 1219t으로, 현재 50%가량 채워진 상태다. 경북에서 영덕과 포항이 배정받은 쿼터는 53t이다.
선주 신안호씨(42)는 “몇년 전 10~15㎏ 정도의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힌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형 참다랑어가 무더기로 잡힌 건 처음”이라며 “마리당 수백만원에 이르지만 팔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다랑어는 고래 다음으로 ‘바다의 로또’라고 하지만 어민 입장에서는 마이너스”라며 “기름값과 선원 인건비 등 50여만원만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잡힌 170t이 넘는 참다랑어는 가축 사료 등에 쓰일 예정이다.
영덕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다랑어 대부분은 10㎏ 안팎의 소형이었다. 간혹 200㎏ 가까운 대형이 잡혀도 1~2마리에 불과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고등어나 정어리, 삼치 등 참치가 먹이로 선호하는 어종이 기후변화에 따라 동해안으로 들어오면서 참치 무리가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다랑어는 헤엄치지 않으면 질식사한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 순간 죽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쿼터가 찬 뒤에 잡히는 참다랑어는 바다에 버리게 돼 있다. 버려진 참다랑어는 해안가로 밀려와 부패하면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어종이 동해로 유입되는 만큼 참다랑어 쿼터 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울진·영덕·포항 등 경북 동해안의 참다랑어 어획량은 매년 늘어 2020년 3.3t에서 지난해 164t으로 50배로 늘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남해안 해수 온도가 30도까지 올랐다. 미역 등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광어·우럭 같은 어종은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한국은 실질적으로 이미 아열대권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집 책장에는 제품 설명서를 모으는 파일첩이 있다. 청소기, 여행 가방, 정수기, 전기포트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설명서부터 헤드폰과 스피커, 게임기 같은 취미용품의 설명서까지 차곡차곡 보관돼 있다. 설명서의 형태와 두께는 정보의 양에 따라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인쇄된 종이 한 장을 간단히 잡은 리플릿 형태이지만, 페이지가 많아서 스테이플러로 엮은 책자 형태의 설명서도 꽤 있다. 두꺼운 설명서의 경우,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펼쳐볼 수 있도록 표지에 목차를 기입한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항목은 ‘제품의 특징’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기능 및 사용방법’ 등이다. 조립이나 설치가 필요한 제품은 상세한 그림 설명을 넣는다. 손수 조립하거나 설치하지 않더라도 그림을 자세히 보아두면 도움이 된다. 주요 부분의 고장이 아니라면, 느슨해진 나사를 조인다거나 부품 일부를 교체하는 정도로 간단히 문제가 해결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서는 하나의 물건을 주제로 구성된 읽을거리이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물건을 해체해서 그려 놓은 구조도이다. 그림으로 각부의 명칭과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낯선 물건도 금세 친숙하게 느껴진다. 가장 집중해서 보는 부분은 역시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이다. 이 항목은 ‘경고!’ ‘주의!’ 등 눈에 띄는 문자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위험한지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나 픽토그램을 곁들인다. 어떤 설명서는 주의사항만 3페이지가 넘는다. 이토록 많은 주의 항목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을까? 딱히 위험할 것 같지 않은 사무용 의자의 설명서에 이런 문구가 있다. ‘제품을 이용해 운동하다가 제품이 넘어질 경우 상해 및 사망의 위험이 있습니다.’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의심을 품다가도 그다음 문구를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제품에 앉은 상태에서 높은 곳에 다리를 올리지 마세요.’ 이건 내가 자주 하는 짓인데… 그제야 현실 감각을 되찾는다. 그렇다. ‘현실’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왕왕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례들은 누적되어 제품 설명서에 경고 문구로 등재되는 것이다.
비록 설명서 끝에 붙은 텅 빈 보증서는 아무 효력이 없지만(요즘은 구매영수증이 보증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수리 규정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여전히 유익하다. 제품 보증기간이 얼마인지, 무상수리와 유상수리의 기준은 무엇인지, 해당 모델의 부품은 언제까지 보관하는지, 인터넷으로 찾으려면 한참 걸리지만 설명서를 펼치면 단숨에 알 수 있다. 물건을 고장이나 사고 없이 오래 쓰고 싶다면,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는 것부터 시작이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래야 하고, 때로는 제품의 고장이 내 잘못이 아님을 확신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더구나 혼자 쓰는 물건이 아니라면 설명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 문장을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
‘읽어 보신 후 누구나 언제라도 볼 수 있는 장소에 보관해 주십시오.’
“요리를 하고부터 사람들이 다가와 주시는 모습을 보고, 요리는 배우보다 인간으로서 쓸모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KBS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어남선생’으로 통하는 배우 류수영(46·본명 어남선)이 자신이 개발한 79가지 레시피를 엮은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세미콜론)를 냈다. 류수영은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기는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절 뜨겁게 만들지만, 요리는 절 따뜻하게 만든다. 뜨거운 건 나만 좋을 때가 많지만, 따뜻하면 주위에 사람이 모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수영은 자신에게 요리가 철학과 같다고 했다. 그는 “요리하면 번뇌와 사회생활에 찌든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다”면서 “속상할 때마다 빵을 산더미처럼 만들어서 쌓아놓으면 명상할 때처럼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류수영은 그러면서 “요리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절대로 대충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책에 담긴 레시피들을 두고는 “집에 있는 재료로 조리법만 지키면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면서 “장 보기 전 펼쳐볼 수 있는 만만한 책, 양념이나 국물이 묻어 너덜너덜해져도 쓸모 있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만 300권이 넘는 요리책이 있고, 저자들의 피땀눈물이 담긴 한 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요리책을 내는 게)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리해서 책으로 내줬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요리책 출판을 생각하게 됐다. 그는 “온라인 레시피는 한번 따라 하면 다시 해 먹기 어렵지만, 책을 통해 이해하고 구현해본다면 2~3번 만에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인 배우 박하선(38)도 출판을 주저하던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그는 “<편스토랑> 출연을 고민할 때도 아내가 해보라는 말에 도전했고, 이번에 책을 낸 것도 아내의 응원 덕분이었다”며 “박하선 씨의 말을 들으니 자다가도 복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에서 가장 추천하는 레시피는 ‘돈파육’이다. 류수영은 “아버지와 같이 술 한잔 할 때 만들어 먹었던 돼지고기 안주인데, 파 한 단을 다 먹게 하는 놀라운 레시피”라며 “개인적으로 추억이 깃든 레시피이기도 하지만 정말 쉽다. 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달음식에 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밥통에 밥이 없고, 반찬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들이 있다”며 “요리를 해보지 않은 남성들도 포기하지 않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다”고 했다.
‘어남선생’으로서 그의 목표는 한식을 세계 곳곳에 전하는 일이다. “한식은 기름지지도 않고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기 좋은 음식”이라며 “한식 레시피 북을 미국이나 동남아 등에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