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25년 한국의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던 한국은행은 5월 0.8%로 하향 조정하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2.5%로 발표한 바 있다. 0.8%의 성장률은 2000년 이후 25년 동안 최악을 기록했던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0.7%)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로, 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은 성장뿐 아니라 물가를 함께 주시하는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은을 힘겹게 했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인 2.0%를 약간 하회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이례적일 정도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추가로 적극적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겠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추가 하향에는 신중을 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1%대 기준금리 진입에 대해서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 가능성을 낮추는 발언을 했다. 이례적인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왜 한은은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한국은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국가, 특히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낮아지게 된다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자본은 성장률이 높은 곳으로, 그리고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흘러가곤 한다. 한국 대비 미국의 성장률이 양호하고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크게 높다면 자본 유출 가능성 역시 커진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로 지난해 12월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 기준금리 2.5%와는 최대 2.0%포인트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미 금리 차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을 감안해 긴축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는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다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은 대외 자본 유출뿐 아니라 국내 금융안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안정은 가계부채 급증이나 부동산 가격 거품 등 자산시장의 고평가로 인한 향후 금융 시스템 불안 가능성 등에 대한 것인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한은에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의 가격’인 금리를 낮추게 되면 더 낮아진 금리에 더 많은 돈을 빌려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자금이 몰려가는 상황이 뚜렷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높은 가격의 주택 구입 과정에서 가계부채 총량도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과거 대비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다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더 높아질 수 있다. 경제 주체의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주거비 인상과 부채 총액 증가로 인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주택 가격 불안 및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 둔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면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 하향은 필요하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 차와 국내 주택시장의 안정 등을 감안해 그 속도와 폭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국방부에 ‘경기 북부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검토 지시도
이재명 대통령은 1일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주택이 투자, 투기 수단이 돼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왔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 수단으로 주식 등을 언급하며 이런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주택, 부동산 문제 때문에 약간의 혼선들, 혼란들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식 회의석상에서 부동산 문제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고강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투기에 따른 문제와 대안을 이야기하며 정부 규제의 정당성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투자 수단을 다변화해 부동산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과 시장 과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고강도 규제 발효 나흘째에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며 금융시장 정상화와 부동산 과열 완화에 대한 정책 시그널을 시장 전반에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주식 투자가 정상화되는 흐름이 제대로 안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대통령실은) 대출 규제에 따라 어떤 흐름이 나타나느냐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도 “우리나라는 투자 수단이 부동산밖에 없다”며 “대체 투자 수단을 마련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 활성화는 장기 과제여서 단기 과열이 문제가 되는 부동산 현안을 다루는 즉각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을 향해 “임명된 권력은 선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국민주권 국가”라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그 국민주권은 첫째로 직접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 선출 권력으로부터 다시 임명 권력이 주어진다. 임명 권력의 정당성이 부여된다”면서 “아무리 우리가 외형적으로 높은 자리,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임명된 권력은 선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에 가면 직접 선출된 권력에 대해 존중감을 가져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에 경기 북부 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접경지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하고 미군 반환 공여지와 주변 지역에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 제약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에 무역 협상을 지렛대 삼아 한국의 약가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더 많은 미국산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약가를 높게 산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약업계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약가 정책에 문제가 많은 국가로 한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영국, 유럽연합(EU)을 지목하고 의약품 소비가 많은 이들 국가를 미 정부가 가장 우선해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제약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 시장 진입을 원하는 제약사들에 수많은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요구해 환자에게 신약을 판매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국 당국이 약가를 산정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약가를 참조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약 예산 비율도 OECD 국가 중 최저라고 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약가 정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