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스포츠 참여 전면 금지여자 축구팀, 호주 망명해 활동
“존재 자체가 폭압에 맞선 용기전 세계가 볼 수 있게 기회 줘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28)가 “지금이야말로 국제 스포츠 단체들이 탈레반에 맞서 ‘용기와 결단’을 보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사프자이는 2일 CNN 인터뷰에서 탈레반 통치를 피해 국외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엘리트 여성 선수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하며, 국제 스포츠 기구들이 실질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선수들에게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탈레반에 대한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후, 여성의 교육·노동·스포츠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유엔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세계에서 여성 권리가 가장 억압받는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은 공원, 체육관 등 공공장소 출입은 물론 장거리 이동 시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유사프자이는 이러한 현실을 “사실상 성차별 분리 정책”이라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1년 탈레반 집권 직후 호주로 망명해 시드니를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 여성 축구 행동 전략(Strategy for Action)’을 발표하고, ‘난민 여성 대표팀’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식 국가대표팀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크리켓 선수들도 같은 처지다. 국제크리켓평의회(ICC)는 지난 4월 국외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들을 위한 재정 지원 기금을 창설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ICC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다시 교육과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아프가니스탄 남자 국가대표팀의 국제경기 출전을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인 유사프자이는 2012년 탈레반 무장세력의 총격에 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에도 여성의 권리와 교육을 위한 활동을 펼쳐 17세였던 2014년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최근 여성 스포츠, 교육, 콘텐츠를 아우르는 사회 혁신 벤처 ‘리세스(Recess)’를 설립하고 남편 아세르 말리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여성 선수 및 활동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사프자이는 “FIFA, ICC 같은 국제기구들이 ‘현실이 복잡하다’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며 “진짜 스포츠의 주인공은 선수들이고, 그들이 뛸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탈레반에 맞서는 용기이며, 우리는 그 용기를 전 세계가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연합(유엔) ‘현대 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강제노동과 같은 ‘현대판 노예제’를 끊어내기 위해 한국에서 ‘인권실사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보타카 토모야 보고관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공급망 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적 해법과 한국의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보타카 보고관은 캐나다 요크 대학교 로스쿨의 국제인권법 교수로 ‘현대판 노예’의 근본적 원인인 빈곤, 사회적 배제, 모든 형태의 차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다.
오보타카 보고관은 과거 ‘노예제’는 인신매매 등 방식으로 자행됐지만 현대판 노예제도는 개인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동의 없이 일을 시키는 ‘강제노동’ 등으로 운영된다고 봤다. 자유가 박탈돼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대표적인 ‘강제노동’ 현장이 있다.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2014년 ‘염전 노예’ 강제노동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 10월에도 신안군 한 염전에서 탈출한 노동자가 7년 동안 임금체납과 감금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오보타카 보고관은 한국 국내와 근처 국가들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인권실사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달 13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인권·환경실사는 기업이 공급망 내 다른 기업 활동과 관련해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완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오보타카 보고관은 “한국에서 아시아 첫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이 발의된 만큼, 법 제정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사라 술레이만 위구르 권리 옹호 프로젝트 분석가, 고조노 안주 휴먼라이츠 나우 활동가 등도 참석해 중국 위구르와 일본 자전거 제조사인 시마노사의 강제노동 사례를 소개했다. 고조노 활동가에 따르면 시마노사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2022~2023년 방글라데시·네팔 이주노동자 ‘강제노동’이 있었다. 고조노 활동가는 “일본은 아시아에 외교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라며 “‘강제노동’ 문제가 있는 상품은 ‘수입 금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김충현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 한국파워O&M과 한국서부발전(도급사), 한전KPS(원청)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대책위는 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기업과 기업 관계자들을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한국서부발전이 도급인의 의무를 무시하고, 한전KPS가 도급인이자 사업주로서 책임을 방치하고, 수급사인 한국파워O&M은 인력파견업체로만 존재했다”며 “작업 절차를 지키지 않은 원청사의 작업 지시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책임, 유해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조치 의무 불이행 등 그들 모두의 책임과 의무 방기가 죽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비동에서 홀로 공작물을 깎는 작업을 하다 선반 기계에 끼어 숨졌다. 대책위는 고속 회전이 동반되는 선반 기계 특성을 고려해 원·하청 관리자가 끼임 사고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선반 기계에 방호 덮개가 설치되지 않았던 데 대해 대책위는 “망인은 안전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선반을 이용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O&M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공동정범”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도급사와 원·하청업체가 업무절차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대책위는 김씨가 한전KPS 관계자로부터 작업의뢰서 없이 구두로 작업을 지시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씨는 작업 전 안전회의(TBM) 일지도 혼자 작성했다.
김병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가 만들어낸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이번 사망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국서부발전 및 한전KPS 경영 책임자가 철저히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며 “김씨와 같은 다단계 하청구조의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김 후보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수없이 죽어간 이름들 앞에 떳떳해야 한다”며 “우리와 같이 과거의 통곡을 딛고 현재에서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