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이혼 일본 정부는 미국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23일 “그런 사실은 없다”며 부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방위비를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방위력 내용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또 일본이 미국 요구에 반발해 7월 1일 예정됐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2+2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계속해서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에 기초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 가고자 한다”고 했다. 또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전보장 환경 속에서 주체적으로 억지력, 대처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검토하고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최근 일본 측에 GDP 대비 방위비를 기존 요구액인 3%에서 3.5%로 올릴 것을 요구했으며 일본은 이에 반발해 미·일 2+2회의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이란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의 핵시설을 공습했으나 핵심 시설을 파괴하지 못했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지연시켰을 뿐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이 이란 핵시설 타격 결과에 관한 초기 평가를 담은 5쪽짜리 기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이번 공습 결과 이란 핵 개발이 지연되긴 했으나 그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습 전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서두른다면 완성까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DIA는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면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해낼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소규모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을 이곳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공개된 위성사진에서 미군 공격이 있기 전 포르도 핵시설에 트럭이 줄지어 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DIA는 또 우라늄 농축 장비인 원심분리기의 상태가 기존과 유사하고 주요 핵시설의 지하 건물도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분석이다.
NYT는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지하 80m 깊이에 있는 포르도 시설을 파괴하려면 여러 번 공습해야 하며 며칠 또는 몇주 동안 같은 지점을 폭격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한 차례 공습을 승인한 뒤 공격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지난 21일 포르도에 벙커버스터(지하시설 관통 폭탄) 12개, 나탄즈에 2개를 투하했다. 포르도의 경우 위성사진상 6개의 구멍이 생긴 것으로 미뤄 동일한 지점에 최소 2개의 벙커버스터를 투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은 보고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완전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주장이 담긴 보고서가 유출된 것은 대통령을 폄하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말살하기 위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용감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3만파운드(13.6t)짜리 폭탄 14개를 목표물에 투하했을 때 완전한 파괴가 이뤄진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가짜뉴스 CNN이 실패한 뉴욕타임스와 손잡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공격 중 하나를 폄하하려 하고 있다. 이란의 핵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썼다.
DIA는 이란 핵시설 타격 영향에 관한 평가를 시행하는 여러 기관 중 하나다. 한 고위당국자는 전투 피해 평가가 아직 진행 중이며 다른 보고서는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행정부는 이날 연방의회 상·하원을 상대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정보 브리핑을 돌연 27일로 연기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이크 퀴글리 의원(민주)은 유출된 DIA 보고서가 그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좋은 소식이 있는 브리핑은 연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6000㎞도 더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은 국민적 걱정거리였다. 이란·이라크의 8년 전쟁 와중에 한국으로 오는 석유의 80% 가까이가 지나는 이 해협의 안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발도상국 한국의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2차 석유파동’(1979~1981년)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연일 전해지는 유조선 피격 소식과 호르무즈 봉쇄 우려는 사회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란 의회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핵시설 폭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정했다. 봉쇄 현실화까지는 최고국가안보회의 결정이 남았다. 하지만 당장 국제 유가는 들썩이고, 국내에선 해협이 봉쇄되면 산업 생산비 상승률이 3.02%에 이르며 경제에 직격탄이 될 거라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북으로 이란, 남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오만이 위치하며 가장 좁은 곳은 폭이 39㎞ 정도인데, 수심이 얕아 대형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곳은 폭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해상으로 운송되는 세계 석유의 35%가 지나는데, 특히 지리적 이점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석유의 80%가 한국·중국·일본으로 향한다.
이란은 지정학적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벼랑 끝 무기’로 여겨왔다. 2008년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은 누구든 이란을 공격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 5함대사령관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맞받았다. 세계 석유의 3분의 1을 인질로 잡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 2011년 서방의 대이란 제재 등 툭하면 호르무즈 봉쇄를 위협했지만 실행한 적은 없다. 이란 역시 석유 수출길이 막혀 타격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켜봐야 하는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답답할 뿐이다. 사실상 신정국가인 이란의 정권 정체성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더라도 봉쇄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호르무즈’는 중세 페르시아어로 조로아스터교 최고신 아후라마즈다(빛과 지혜)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호르무즈가 불안이 아니라 그 어원처럼 세계의 밝은 희망이 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