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폰폰테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 곧 ‘관세율 통보’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성실한 협상”을 재차 독촉하고 나섰다. 미·중이 ‘불안한 합의’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나머지 국가들과의 협상 ‘고삐’를 죄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협상전략 재정비에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미국 측에 협상 시한 연장을 분명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재개했다. “앞으로 약 1주~2주일 후 세계 각국에 관세를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협상 시한과 관련해선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종료시점(7월8일)에 맞춘 협상 시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협상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 정부는 성실하게 무역협상을 하는 국가에 대해선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도차는 크지만 중국 이외 국가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점은 동일하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을 지낸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발언은) 협상을 미국 측 시간표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나타낸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각국과의 협상이 쉽지는 않다는 걸 미국 스스로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협상팀 재정비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성실하게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되 시한 연장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7월8일 이전까지는 협상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협상 시한 및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얻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역시 “협상 채널을 통해 ‘한국은 성실한 협상국으로서 구체적 제안을 준비 중이나 내부 사정상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명확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시한 연장’을 받아내면서 “다른 나라의 협상력을 활용해야 한다”(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조언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와 철강 ‘무관세 쿼터’ 적용 합의 타결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이런 합의를 토대로 우리도 철강 무관세 쿼터를 다시 얻어내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크게 동요할 필요 없다는 분석도 있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제 와서 유예를 거두고 다시 부과하는 것은 미국에도 매우 위험성이 크다”(익명의 한 통상전문가)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베선트 장관 등의 발언은 ‘협상 잘하면 유예기간 늘려줄게’ 하는 식으로 상호관세를 미룰 명분을 쌓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며 “미국도 원상복구(상호관세 부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협박에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불법계엄 사태와 대선 등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늦어진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대미 협상 태스크포스(TF)를 통상·산업·에너지까지 망라해 확대 개편하고 한국 측 실무 수석대표도 현 국장급에서 1급으로 격상된다.
이날 취임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과 달리 지금은 새 정부가 민주적 맨데이트(선거를 통해 부여받은 정당성)를 갖고 들어왔기 때문에 최대한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두른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들은 횟수로만 따져도 협상을 많이 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바짝 해 나가야 한다”면서 “(방미 협의를) 요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미국 장관과 만나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당당한 협상’ 원칙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면서 “상호호혜적인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당당하게 협상해 나가겠다.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직 입문 뒤 주로 통상 분야에 몸담아온 여 본부장은 주요 무역상대국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트럼프 1기였던 2017~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때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으로 협상에 참여했고 2021년~2022년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