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부터 연극을 시작할 겁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바다호랑이>는 이러한 선언으로 시작한다. 2014년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다에 뛰어들어 참사 희생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데려온 민간 잠수사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에는 현실의 바다가 등장하지 않는다.
배의 갑판과 바닷속 선실 내부를 연상케 하는 소품이 놓여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극 연습실’에 설치된 임시 조형물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관객들은 믿게 된다. 잠수사 나경수(이지훈)가 헤엄치듯 움직이는 공간을 꽉 메우는 푸른 조명이 곧 바다라는 것을.
위험물을 피하며 침착하게 움직이던 그가 망연히 멈춰 섰을 때에도 직감하게 된다. 그가 고인이 된 희생자를 발견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순간 카메라는 나경수를 연기한 배우 이지훈의 얼굴만을 가득 담는다. 찰나의 반가움이 깊은 슬픔으로 변하고 그의 눈에는 천천히 눈물이 맺힌다. 나경수가 보았을 ‘장면’을 구태여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영화는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수심 45m 아래의 검고 슬픈 바다로 관객을 데려간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현장으로 자발적으로 달려갔지만 이후 모함을 받는 등 고초를 겪은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수습 작업 이후 잠수병으로 신장 등이 망가지거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김탁환 작가의 르포르타주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수색·수습 작업에 참여한 고 김관홍 민간 잠수사의 증언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 나경수의 모티브가 된 김 잠수사는 잠수병 등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2016년 6월 별세했다.
영화가 개봉하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2016년 100억 원대의 상업영화로 기획됐으나,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영화가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았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실사 수중 촬영을 포기한 이유다.
<말아톤>(2005), <대립군>(2017)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60평쯤의 공연 연습실 무대에 세트를 여러 개로 분리해 연극과도 같이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의 연기, 조명, 음향 효과로 현실감을 더했다. 봉준호 감독은 실험적인 연출에 대해 “텅 빈 공간을 꽉 채운 카메라가 마침내 그의 영혼을 담아낸다”고 평했다.
덜어냈기에 더 좋은 영화가 됐다는 자평도 나온다. 제작사 굿프로덕션 윤순환 대표는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닷속 장면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면 재난을 선정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돈이 없었기에 오히려 재난 포르노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결핍 속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은 국가가 수색 작업 중 사망한 잠수사에 대한 책임을 민간 잠수사 류창대(손성호)에게 떠넘기려 하는 법정 장면에 있다. 나경수는 실컷 이용해 놓고 잠수사들을 죄인 취급하는 국가에 환멸을 느끼며 재판 증인으로 나선다.
이는 민간잠수사 중 최연장자였던 공우영씨에게 벌어졌던 일을 각색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해경이 아닌, 공식적인 현장 책임자가 아니었던 공씨를 2014년 8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은 2017년 1월의 일이다.
정 감독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운데엔 이러한 민간잠수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일을 제치고 참사 현장에 간 선한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엔 다들 관심이 없었다”며 “‘바다호랑이’는 그걸 다룬 최초의 극영화”라고 했다. 개봉 1주일째인 2일, <바다호랑이>는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 9.21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다. 이 전 장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끌었던 채 상병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정민영 채 상병 특검보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주요 수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이뤄졌다”고 밝혔다. 출국금지된 사람은 이 전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이다. 특검팀은 전날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출국금지 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전망이다.
정 특검보는 압수수색영장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강제수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는 이어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삼부토건 압수수색 자료를 공유받을 계획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양 특검이 며칠 전 협의해 나가기로 얘기한 것으로 안다”며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삼부토건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 이종호씨가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체크”라고 언급하고 이후 주가가 급등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전날 제출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기 위해 대검찰청으로 넘겼다고도 밝혔다. 이 휴대전화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제출됐던 휴대전화다. 앞서 공수처에서도 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려 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잃어버렸다며 사실상 협조를 하지 않은 탓에 포렌식이 불발됐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임 전 사단장은 전날 조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한 수사팀의 질문 상당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 본인의 주장이 담긴 진술서를 USB 형태로 제출받아 본 상황”이라며 “(임 전 사단장과 관련된) 내용이 워낙 많아서 지금 예상으로는 조사를 여러 번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중학교 교사가 애초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취소되고 해임 처분을 받은 데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였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천시교육감은 2019년 12월 이 학교의 ‘스쿨 미투’ 전수조사 후 A씨가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발언으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학교법인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을 요구했다.
학교법인은 이듬해 3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었으나 해임보다 징계 수준이 낮은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하고, 교육감에게 이를 사후 보고했다.
하지만 교육감은 ‘징계처분 전에 관할청에 징계 의결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을 위반했다며 학교법인에 징계 의결 내용을 다시 통보하도록 한 뒤 재심의를 요구했다.
학교법인은 재차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이번에는 해임 징계 의결에 따라 교육감에게 그 내용을 통보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A씨에게 1차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2차 징계 의결 내용에 따라 해임 처분했다.
이미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A씨는 이 처분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A씨는 학교법인이 징계 의결 내용을 교육감에게 사전 통보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조항은 권고적 성격이므로 1차 징계처분의 효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옛 사립학교법에 따른 관할청의 징계 요구, 임용권자의 사전 통보 및 관할청의 재심의 요구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해볼 때 “임용권자의 관할청에 대한 징계 의결 내용 사전 통보 의무를 규정한 조항은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임용권자는 선행 징계처분에 징계 절차의 잘못이 있음을 들어 스스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새로운 후행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며 징계처분이 확정되고 A씨가 이에 따랐어도, 처분 취소로 징계 효력이 소급된다고 봤다.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심판 첫 심리가 1일 열린다. 조 청장은 불법계엄에 연루된 인물 중 가장 늦게 헌재 판단을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3시 조 청장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본격적인 정식 변론에 앞서통상 2~3회 열리는 변론준비기일에는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쟁점과 증거·증인, 재판 일정 등을 정리한다.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다.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수명재판관으로는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이 지정됐다.
조 청장은 12·3 불법계엄 당시 권한을 남용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 계엄 해제 요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경찰청장이 탄핵소추된 건 헌정사상 최초다.
조 청장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1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혈액암 투병으로 약 15일 만에 보석 석방됐다.
지난해 헌재에는 조 청장 사건을 포함한 총 9건의 탄핵 사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지난 4월까지 총 8건의 결론을 내렸다. 조 청장 사건만이 남아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