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이재명 정부 첫 총리로 공식 임명되면서 새 정부 출범 한 달만에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을 책임질 국정의 핵심 축이 채워졌다. 김 총리는 민생 회복에 중점을 두고 곧장 직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회 임명동의안이 제1야당 불참 속에 처리되면서 ‘통합 총리’로 서는 데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김 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후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4일 출범 후 한 달 만에 총리 자리를 채우게 됐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직에 이 대통령 측근인 김 총리가 임명되며 국정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리는 내각을 이끌며 경제와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폭정 세력이 만든 경제 위기 극복이 제1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12·3 불법계엄과 급격한 국제 질서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됐다며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규정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최소 6개월 정도는 대통령께서 외교와 통상에 상당한 에너지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총리가 되면 내치를 중심으로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공직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도 김 총리의 과제다. 김 총리는 “대통령의 참모장”으로서 아직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의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총리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바로 산적한 국정 현안을 직접 챙기고 발로 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김 총리 인준을 끝까지 반대한 점은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각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협조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반대에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양상이 반복될 경우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하며 규탄대회를 여는 등 여당 주도 인준을 강하게 비판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결격 사유가 넘친다”며 “인준 강행으로 국민들 분노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김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이종배 의원은 “이 대통령이 얘기한 협치는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세력”이라며 “(임명 동의 표결 불참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많은 흠결에도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를 인준한 경험을 알고 있다면 표결에 참여하는 게 정상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를 넘어 의원님들의 지혜를 국정에 접목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고 협치할 건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현대케피코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교촌에프앤비를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중기부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중기부의 요청을 받으면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수급 사업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했다. 현대케피코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3개 수급사업자와 체결한 자동차 부품 제조용 금형 제조 위탁 계약 98건에 대해 서면을 지연해 발급하거나 납품 시기가 누락된 불완전한 서면을 발급했다. 같은 기간 16개 수급사업자에게는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법정기일 60일을 초과해 하도급대금(잔금)을 지급하고 지연이자 약 2억479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재발 방지 명령과 5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중기부는 현대케피코가 지속해서 서면을 지연·불완전 발급하고 잔금을 장기간 지연 지급한 점과 자동차 부품시장의 거래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발 요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전용 식용유를 공급하는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도 2021년 5월 당초 약정된 캔당 유통마진을 1350원에서 0원으로 인하했다. 공정위는 협력사들이 기존 거래조건으로 얻을 수 있었던 7억원 상당의 유통마진을 잃게 됐다며 재발 방지 명령과 과징금 2억8300만원을 부과했다.
중기부는 전국에 1300여개 이상의 가맹점을 거느린 교촌에프앤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에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중소기업 보호와 사회적 신뢰를 위해 근절돼야 한다며 고발 요청을 결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두 위반 사건의 고발 요청은 자동차 부품 제조시장의 고질적 거래 문화로부터 수급사업자의 불이익 방지와 사후 분쟁을 예방하고, 우월한 지위의 가맹본부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거나 법을 위반하는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는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는 오는 3일 오전 10시 첫 기자회견을 한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100일 무렵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에 비해 두 달 이상 시기를 앞당겼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조기 안착을 알리고,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 및 주요 정책 등에 대해 활발히 소통할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제목으로 열린다. 기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문답은 민생, 경제, 정치,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나눠 진행된다.
전임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 100일을 전후해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임일이 5월10일로 같은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은 각각 취임 100일째인 2017년과 2022년 8월1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일’을 건너뛰고 취임 이듬해인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100일을 즈음해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의 30일’ 회견은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로 평가된다. 강 대변인은 “인수위 없이 출발한 데다 취임 한 달을 지나는 시점에 많은 분들의 궁금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으로 대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소통에 적극적인 이재명 정부의 기조를 조기에 널리 알린다는 의미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을 통해 소통을 활발히 해왔다. 지난 4일 취임 이후 경기도 전방부대 방문을 비롯해 울산과 광주 등지를 현장 방문해 국민들과 대화와 토론을 하는 등 직접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이 같은 소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기자회견을 조기 개최해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