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인사와 관련해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일부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도 계파와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 실용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인사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덩어리가 될 뿐”이라며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인사를 둘러싼 여론을 의식하고 직접 설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달 4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17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고, 대통령실 참모 인선과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등을 두고 지지층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인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 야당 또는 지지층 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그런 측면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저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공무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실용주의’ 인사관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와 색깔이 비슷한, 우리를 지지했던 쪽을 골라내면 남는 게 없더라”며 “있는 자원을 최대한 써야 된다”고 밝혔다.
직업공무원의 직무수행이 당시의 여권과 한데 묶여 평가받는 데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직업공무원들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돼 있다”며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를 조종대 잡은 사람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로보트 태권V’에 비유하며 “최종 책임자, 내용을 채우는 것은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에게 무료진료를 해 온 ‘광주이주민건강센터’가 20주년을 맞았다. 3일 광주이주민건강센터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센터에서 무료진료를 받은 이주민은 6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주민건강센터는 2005년 6월26일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라는 이름으로 첫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이주민의 상당수는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광주복지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이주민의 35.1%는 ‘비용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34.4%는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주민건강센터에는 각 나라별 통역사가 배치돼 있다. 이주민들은 비용 및 의사소통 걱정 없이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은 광주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문을 여는 센터에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난민, 중도입국 자녀 등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반 진료와 한의학·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약 처방도 받는다. 분기별로 내과와 피부과·산부인과·안과·이비인후과·통증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특별 진료’도 진행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이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센터를 찾기도 한다. 전북과 전남 등 인근 지역 미등록외국인들도 몸이 아프면 이곳을 이용한다.
이주민건강센터가 20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봉사자 덕분이었다. 의사와 약사, 간호사, 통역사, 보건의료계열 학생 등 연간 자원봉사자는 2000여명에 이른다.
열악한 재정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무료진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약제비 등 최소 연간 1억5000만원이 넘는 운영비가 필요하다. 최지연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사무국장은 “그동안 자원봉사자와 공모사업 등을 통해 어렵게 무료진료를 이어왔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진료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소 운영비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2일 미국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FIFA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 유벤투스를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 곤살로 가르시아(오른쪽)가 골을 넣은 뒤 팀 동료 아르다 귈러와 기뻐하고 있다.
<마이애미 | EPA연합뉴스>
소년과 녹나무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요시다 루미 그림유소명 옮김 | 소미미디어 | 40쪽 | 1만8500원
일본 대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림책을 냈다. 작년에 출간된 <녹나무의 여신>을 읽은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 작품이다. 소설 속 소년과 소녀는 그림책을 만드는데, 그 이야기를 완성해 엮은 작품이 <소년과 녹나무>다. 추리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그림책, 궁금해서 펼칠 수밖에 없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소년. 홀로 사는 게 버거운 어린아이는 앞날이 무섭다.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을 때 한 여행자가 다가와 미래를 보여주는 녹나무 여신을 찾아가라고 일러준다. 만약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이 고통은 사라질까? 소년은 녹나무를 향한 여행을 떠난다.
책장마다 소년의 여정이 펼쳐진다. 초록이 가득하지만 우거진 수풀 탓에 숨이 턱 막히는 정글을 지나고, 뾰족하고 흰 얼음 수정이 마음마저 찌르는 듯한 설산도 넘었다. 캔버스 위에 거칠게 색채를 얹은 듯한 삽화 속 풍경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그려진 작은 몸과 대비된다.
마침내 녹나무 여신을 만난 소년은 미래를 보여달라 외친다. 소년이 엿본 앞날은 절망적이다. 20년 뒤에도 소년은 항상 두려움에 떨며 여신을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여신은 “불안이 사라질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지 말고 미리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진실을 전한 뒤 사라진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역으로 살아있다는 의미.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온다. 소년은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소중한 현재를 지킬 용기를 얻는다. 불확실한 미래에 낙담한 이들도 소년과 동행한다면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