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0일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시작했다. 추경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회복 긴급 수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집단 퇴장 등 파행을 겪은 끝에 예결위는 당초 하루로 예정된 종합정책질의를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진행하기로 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예결위의 추경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번 추경은 빈혈 상태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수혈 조치”라며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을 당선 사례금이나 재정 포퓰리즘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이 7월3일 본회의 추경안 처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취임한 지 한 달 안에 취임 선물을 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22.8조원 국채 발행을 51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추가 세금이 45만원”이라며 “결국 15만원씩 나눠 갖고 45만원씩 더 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서 전 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5만~52만원의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는 안을 골자로 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심사는 시작부터 파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전 예결위 회의장에서 민주당이 종합정책질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하루로 잡았다며 집단 퇴장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입법 독주를 넘어서 예산 독재까지 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허수아비냐. 들러리냐”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민생이 벼랑 끝”이라며 “질의가 아니라 새 정부의 추경안이 못마땅해 시간이나 끌어 방해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여 종합정책질의를 이틀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오후 예결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예산안조정소위 심사를 거쳐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졸속’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단독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7월 4일 종료되는) 6월 임시국회 내 추경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민생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야당도 추경안 심사에 적극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힘 사라진 생태계 기록원전 사고 겪었던 체르노빌도동물 개체 늘고 큰곰까지 출현
상처 회복하는 복원력 ‘놀라움’자연이 재야생화하는 속도보다인간의 파괴 속도 빠른 게 문제
생태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파괴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해가 갈수록 지독해지는 폭염은 흔들림 없는 증거다. 산업화 이후 가공할 속도로 환경을 파괴해온 인간의 힘이 사라진다면 지구 생태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답을 찾기 위해 인간이 지구의 지배종으로 등극하기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갈 필요는 없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산업재해, 전염병, 산업 쇠퇴 등의 이유로 버려지고 황폐화된 곳들을 살펴보면 된다. 스코틀랜드 저널리스트 캘 플린은 전쟁, 원자로 붕괴, 자연재해, 산업재해, 경제적 쇠락 등의 이유로 인간이 떠나 ‘섬’처럼 격절된 열두 곳을 방문해 ‘인간 없는 세상’의 풍경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버려진 섬들캘 플린 지음 | 황지연 옮김문학동네 | 428쪽 | 1만9800원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서 약 25㎞ 떨어진 웨스트로디언에는 폐석 더미로 이뤄진 산이 있다. 스코틀랜드는 1860년대부터 60여년간 혈암(점토가 굳어져 만들어진 수성암)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혈암유 생산지였는데, 생산 과정에서 돌조각 등이 섞인 엄청난 폐기물이 나왔다. 그 폐기물들이 쌓이고 쌓여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빌딩 크기의 산이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빙(쓰레기터라는 뜻)’이라 부르는 이 쓰레기산은 1962년 마지막 혈암 광산이 문을 닫고 수십년이 흐른 지금 야생생물 밀집지로 변했다. 이곳에는 붉은토끼풀, 점무늬 난초, 제비난초 등 식물종 350종과 토끼, 오소리, 종달새, 열점박이무당벌레가 살고 있다.
저자는 “한때 황무지였던 곳이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어느새 생명체로 들썩이고 있었다”면서 이를 ‘회복’ ‘재탈환’이라 부른다. “생태계는 자신의 온 존재를 담아 자력으로 한때의 잔해로부터 새 삶을 구축해내고 있다. 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며.”
자연은 인간이 일으킨 최악의 원전 사고를 당하고도 기어이 회복에 성공했다. 1986년 4월26일 우크라이나 프리퍄트의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 4호기가 폭발하면서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폭의 400배에 이르는 방사능 낙진이 발생했다. 프리퍄트를 포함한 총면적 4140㎢ 규모의 지역이 소개됐다. 원전 일대는 ‘죽음의 땅’이 됐다. “임신한 동물은 유산하고, 태아가 뱃속에서 녹아버렸다. 발전소에서 6㎞ 떨어진 곳에 있던 말들은 갑상선 손상으로 죽었다. 소나무 숲 전체가 시들어 갈변했고, 나무는 바늘잎을 떨어뜨리며 쓰러져 죽었다.”
그러나 사고 몇년 후부터 자연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스라소니, 멧돼지, 사슴, 와피티사슴, 비버, 수리부엉이”가 나타났다. 10년 뒤에는 동물종의 개체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2014년에는 100년 만에 큰곰이 목격됐다. 제1차 세계대전 최대 격전지로 1916년 여름 동안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도합 4000만발의 포탄을 쏟아부어 말 그대로 “시체”가 됐던 프랑스 베르됭도 지금은 신의 축복을 받은 듯 아름다운 자연공원이다.
자연은 맹독성 화학 폐기물로 범벅이 된 곳에서도 생명을 키워낸다. 미국 뉴욕주 스태튼섬과 뉴저지주 사이를 흐르는 아서킬 해협은 한 세기 가까이 버려진 폐선들이 황량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장소다. 이 지역 바닷물에는 19세기 말 대량 투기된 산성물질과 20세기 전반에 방류된 다이옥신이 존재하지만 오염물질에 내성이 생긴 생물종들이 살고 있다.
경제적 쇠락이 도시 슬럼화로 이어진 미국 디트로이트는 번성했던 도시라도 한번 방치되면 얼마나 쉽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인해 1950년 185만명이던 인구가 2019년 68만명으로 감소했다. 주민이 떠난 자리에 집과 교회, 학교와 공장이 남았다. 도시 전체 면적 360㎢ 중 맨해튼보다 넓은 62㎢가 빈 땅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목조주택을 깃털 같은 잎이 달린 가죽나무가 뒤덮고, 도시 대초원에서 여우와 꿩과 주머니쥐가 허벅지 높이까지 자란 풀밭에 집을 짓고, 매가 버려진 마천루 지붕에 둥지를 틀고, 비버가 강둑을 재탈환하고, 밤이면 도시 서쪽에서 코요테가 우는 이곳은 재야생화가 진행 중이다.”
버려지고 황폐화된 곳이 많을수록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의 능력은 커진다. 버려진 땅이 재자연화를 거치며 숲으로 변하는 ‘천이(遷移)’ 현상 때문이다. 1920년 국토의 21%에 불과했던 에스토니아의 삼림 면적은 소련 붕괴 후 버려진 집단농장 등이 삼림으로 변하면서 국토 면적의 54%로 늘어났다. 선진국의 인구 감소 추세와 중국, 라틴아메리카, 유럽에서 버려지는 농촌이 늘어나는 추세가 맞물리면서 기후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대규모 생태계 복원은 여섯번째 대멸종을 늦출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인간이 기후를 파괴하는 속도가 자연이 재야생화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자연은 얼마나 황폐해졌든 회복한다. 인간은 그럴 수 없다.
“온난화하는 기후로 우리 행성은 이제 대멸종을 앞둔 죽음의 단계에 갇혀 민첩하고 발 빠르고 적응력이 빠른 이들만 남게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구도 다시 생명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일어난 모든 주요 멸종 사건은 폭발적인 진화적 창조성으로 이어졌다. (중략) 전 세계 생물종의 절반이 전멸해도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체가 자랄 것이다. 다만 백만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개체로서 당연히, 어쩌면 종으로서도 우리는 그 변화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서양화가 김경렬 작가가 암 투병 끝에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자연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개념적 풍경화를 그려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역사 속 인물과 비보이를 연결한 ‘비보이 시리즈’를 통해 팝 리얼리즘 작가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국내와 일본 도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개인전을 23회 개최했다.
빈소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마련됐고 유족으로는 부인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재직중인 아들 명훈씨(학예연구사)가 있다. 발인은 3일 오전 5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