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신속진행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
인천지법 제16민사부(박성민 부장판사)는 2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회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에 5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현대제철 소속 직원이 대체 인력으로 투입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의 손해가 발생한 만큼, 비정규직회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대책 인력으로 투입된 직원들에게 수당 등으로 11억8310만원을 지급했지만, 쟁위행위가 없는 통상적인 경우에도 수당을 지급해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비정규직회의 책임을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대제철이 제기한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는 한국거래소에 주요 경영 사항으로 신고하지 않았고, 직전 분기보다 생산량이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외주업체 추가 투입 비용, 선박 체선료, 보안 유지 비용 등도 노조의 쟁의 행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비정규직회는 2021년 8월 23일부터 53일간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같은해 9월 현대제철은 비정규직회 노동자 181명을 대상으로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2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날 현대제철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의 2.95%를 배상책임으로 인정했다.
비정규직회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은 현대제철의 불법 파견으로 비롯됐다. 2021년 2월 고용노동부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제철 당진 공장과 순천 공장에 불법 파견됐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청노조의 직접 고용 요구에도 현대제철은 사내 하청업체 15개를 통폐합해 자회사인 현대ITC를 만들어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자회사 입사 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 취하서, 부제소동의서 작성 등을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비정규직회는 비정규직 고용보장, 공정전환배치 관련 원청 교섭, 자회사 추가 채용중단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점거 농성 과정에서 기물 파손과 대인 폭행, 생산 차질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사유로 비정규직회 노동자 461명을 상대로 46억1000만원의 추가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