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외교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외교 당국 간 협의체가 가동된 것이다.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은 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협의를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2일 밝혔다. 이번 국장급 협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30일 중국에서 열린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양측은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급에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국은 APEC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재차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오는 9월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노선을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양측은 서해 및 한반도 문제 등 서로의 관심사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은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우려와 함께 한국의 해양권익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8~2022년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구조물 3개를 설치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도 2일 류진송 국장을 접견했다. 이들은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30일 경복궁 나들이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이 땀을 닦거나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왼쪽·가운데 사진). 외국인 어린이가 광화문광장 바닥분수대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새로운 공동선언 마련 의지를 밝혔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양국의 미래상을 다시 설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순탄치 않다고 했다.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는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이 한·일관계에서 명확한 관계 설정을 하면 좋겠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며 “저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8년 10월 체결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양국 협력 원칙 등이 담겼다. 신공동선언이 관계 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인 올해 새로운 선언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 대통령은 협력 사안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대일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난달 1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셔틀 외교’ 재개 얘기도 자신이 먼저 꺼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빠른 시일에 일본에 갈 생각이었는데 일본이 선거 때문에 매우 바빠졌다고 해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두고 “(관세 유예 기한인) 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라며 상황이 순탄치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다방면에서 우리의 주제들도 매우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인하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대응책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미, 한·일, 한·중 회담이든 기회가 되면 많이 만나보려 한다”고만 했다.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오는 8일쯤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계획이 취소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미국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취소와 무관하게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관련 소통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남북관계를 두고는 긴장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전쟁 중에도 외교와 대화는 한다.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건 정말 바보짓”이라며 대화·소통·협력·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남북이) 너무 적대화되고 불신이 심해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면서도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함께 중단한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선제 조치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너무 빨리 호응해 약간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헌법에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쓰여 있다”라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석열 정부 때 마련된 ‘8·15 통일 독트린’은 사실상 흡수통일을 지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한·미 간 든든한 공조와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북정책 조율을 통해 북한을 대화와 협상 자리로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다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등에 여러 얘기를 해놓았다”고 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북·러 밀착 등을 고려해 과거와는 변화된 접근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상호관세 유예 종료일을 약 일주일 앞두고 한국 온라인 플랫폼법이 한·미 협상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미 의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디지털 규제 입법을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향후 통상 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 43명은 지난 1일자 서한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기업에 부과하는 나머지 장벽”을 다뤄야 한다면서 온라인 플랫폼법을 문제 삼았다. 서한은 “우리가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장벽 중 하나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하고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수용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강화된 규제 요건을 내세워 미국 디지털 기업을 과도하게 겨냥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법안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같은 중국의 주요 디지털 대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아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서한은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네브래스카)과 캐럴 밀러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이 주도했으며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수신인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기부터 미 정치권과 재계는 한국이 추진하는 플랫폼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 왔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도 디지털 교역 장벽의 예로 한국의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제한 정책, 해외 콘텐츠 공급자에 대한 네트워크 사용료 부과 법안과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동향을 거론한 바 있다.
집권 여당 의원 43명이 해당 법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콕 집어 거론한 것은 한·미 협상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오는 8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 규제에 관한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측이 지난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열린 한·미 협상에서 디지털 교역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그리어 대표와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한국의 규제 방안에 분노했으며 이것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반발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의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 계획을 이유로 무역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캐나다는 결국 수년간 준비해온 디지털 서비스세를 정식 시행 몇 시간 전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다음주 여러 국가와의 무역 합의가 발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각국에 미국과 합의를 서두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