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무직자 지난달 17일 오후 10시쯤, 대만전력의 실시간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핵)발전 비중이 완전히 0%가 된 순간은 역사적 이정표다. 타이베이시 대만전력 본사 앞에 아시아 각국의 반핵활동가들이 모여 대만의 ‘비핵가원(非核家園, 핵 없는 고향)’ 결단을 함께 기념했다. 그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의 나라도, 그리고 전 세계가 대만처럼 탈핵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대만은 2000년대 초반 제4핵발전소 종결을 선언한 이후, 다양한 논란과 반대를 견뎌내며 결국 아시아 최초의 탈핵국가로 우뚝 섰다. 그러나 원전이 모두 가동을 멈춘 지금도, 원전 ‘좀비’를 다시 깨우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제 대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원전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원전이 사라진 자리를 온전히 재생에너지로 메우는 데 대한 기대와 지지가 아닐까.
미래를 본다면, 탈핵부터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인 대만은 부족한 기반 기술에도 아시아의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이며 에너지 집약산업인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 위상은 대만의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탈핵을 넘어 산업경쟁력과 미래성장 동력까지 아우르는 전략임을 보여준다.
최근 원전 기술 보유국들은 기후 위기 및 AI 기술 대응을 명분으로 핵에너지 회귀를 외치고 있다. 핵발전은 안전성 문제, 사용후연료 처리의 불확실성 외에도 재생에너지 투자 저해, 유연한 전력망 구축 지연 등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 진보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중앙집중형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분산형 시스템 도입을 늦춘다. 핵발전을 점점 더 빨리 저렴해지는 재생에너지를 등지고, 굳이 갈수록 비싸지는 에너지원을 일부러 쓰는 일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에너지라고 하기엔 핵발전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에 치명적이며,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해양을 덥힌다. 대만의 탈핵 성공은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로의 명확한 청사진
대만은 탈핵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말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을 20GW, 해상풍력 발전을 5.7GW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대만은 지역별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다. 일조량이 많은 남부에는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얕은 수심의 대만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는 풍력발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생에너지 산업기반이 부족함에도 ‘미래의 시장’이라고 판단해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관련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신흥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구축해 해외 기업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가적 산업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TSMC와 PSMC 등 대표적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도 대규모 해상풍력 및 태양광 단지를 따라 지역별 지부와 공장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지방의 일자리와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마주한 과제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대만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공급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스마트그리드 구축, 가스·수력 발전 활용, 수요반응(DR) 프로그램 등 종합적 접근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NNAF(반핵아시아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대만 재생에너지 진흥연합(Taiwan Renewable Energy Alliance)은 “전력 다소비 기업의 책임 강화” 슬로건 아래 단계별로 구체화한 재생에너지 입법 과정을 발표했다. 연합은 시민들의 재인식 교육, 전력 공급이 어려운 원주민 거주 지역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 자선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시민이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에너지원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입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대만이 앞장서고,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
대만의 탈핵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핵발전의 위험과 폐해를 희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대만의 결단과 실행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결론적으로 대만의 탈핵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역사회를 배려한 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시민 참여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성과다. 탈핵을 시작으로 한 대만의 에너지 전환 행보를 주목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함께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이스라엘·이란 충돌과 관련해 휴전보다 “진정한 종결”이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보다 더 나은 게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정한 종결, 휴전이 아닌 종결”이라고 말했다가 “그게 아니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이 대이란 공격 속도를 조절할 것인지를 48시간 이내에 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논의를 위해 조기 귀국했다는 해석은 틀렸다며 “휴전보다 훨씬 큰 것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하기로 했다.
파스타에 유난스럽기로 이탈리아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밀인지 따질 뿐 아니라 전 공정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풍미와 식감 구현에 집착한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스타 브랜드 ‘만치니’(Mancini)는 수많은 파스타 브랜드 중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는 브랜드다. 직접 재배한 포도로 빚은 와인, 키우는 소의 젖을 짜서 만든 치즈와 버터는 많지만 자신의 밭에서 경작한 밀로 파스타까지 생산하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만치니가 유일하다. 깊고 고소한 풍미와 탱탱한 식감을 가진 데다 소스를 면 속으로 이물감 없이 흡수하는 특성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만치니 파스타를 사용한다.
만치니파스타를 이끌고 있는 마시모 만치니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주요 호텔 관계자, 셰프들과 가진 테이스팅 디너에서 그는 “밀의 종자 선정부터 면을 뽑아내 저온 건조하는 과정까지 본질에 충실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치니 농장이 있는 마르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밀 농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부 지역이다. 할아버지 대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3대에 이어 1200㏊ 규모의 경지에서 듀럼 밀을 재배한다. 통상적으로 밀 농가들은 대형 파스타 회사에 밀을 판매하지만 대학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하고 시장 경험을 쌓은 그는 대량생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파스타 생산방식을 극복하고 싶어 직접 제조에 나서게 됐다. 그가 차별화로 내세운 것은 블렌딩과 성형, 저온 건조 방식이다. 듀럼 밀 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품종 4가지를 선별해 블렌딩한 뒤 청동 압출틀(트라필라)을 사용해 면을 뽑아낸다. 청동 압출틀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테플론 재질에 비해 비싸고 수명이 짧지만 파스타의 표면을 거칠게 만들고 다공성을 높인다. 이는 파스타가 소스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고품질의 파스타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마시모 만치니는 “100℃에서 3~4시간 건조하는 다른 파스타와 달리 46℃에서 48시간가량을 건조해 풍미와 식감이 잘 유지되도록 한다”면서 “자연히 생산량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파스타 비교 테이스팅도 이뤄졌다. 만치니 스파게티 건면은 다른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표면이 확연히 거칠었다. 삶은 스파게티에 올리브 오일로만 간을 한 뒤 맛을 봤다. 표면이 매끈한 면은 오일과 면이 살짝 겉도는 느낌이라면 거친 질감을 가진 면은 오일을 넣어 반죽한 것처럼 어우러지는 균형감이 좋았다.
마시모 만치니는 “4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이 파스타 면보다는 소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 취향과 관심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진다”면서 “파스타 자체가 가진 풍미와 식감을 한국 소비자들이 더 다양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