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폰테크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추진된 한·미 정상회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됐기 때문에 내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미국 측으로부터는 이 같은 상황이 생긴 언저리에 저희에게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위 실장은 “원래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에는 이런 일들이 간간이 있긴 하다”면서 “(트럼프의 조기 귀국은) 아마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일본과 조율 중이던 한·일 정상회담은 캐나다 현지에서 17일 오후에 개최하기로 정해졌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외국 정상들과 친분 쌓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 보이는 등 호평나토 회의 참석 여부 두고 고심…통상 문제 가시적 성과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뒤 “민주주의의 힘으로 국제무대에 당당히 복귀했다”고 밝혔다. 첫 해외방문 결과를 두고는 대체로 데뷔전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상황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 만료일(7월8일)을 앞두게 돼 큰 과제를 남겨두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약 6개월간의 오랜 외교 공백을 끝내고 다시 첫걸음을 내디디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복원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캐나다로 출국해 1박4일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새벽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에도 귀국 소식을 전하며 “이 자리(G7 정상회의)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며 “민주주의의 힘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신 위대한 대한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두고는 정상외교 재가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12·3 불법계엄을 극복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10차례 정상급 양자 회담을 열어 정상외교를 본격화한 것이 주요 성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협력 기조를 확인한 점을 두고도 새 정부가 한·일관계의 출발점과 좌표를 안정적으로 설정했다는 평가가 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연기된 것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나면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추동력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관세 유예 조치가 19일 앞으로 다가와 한국 정부는 조속히 회담을 열어 정상 간 담판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단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향을 밝혔고, 이 대통령도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물꼬를 튼 한·일관계에서 두 정상이 한·미·일 협력 기조에 방점을 둔 만큼 향후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야 하는 점도 새 정부 외교의 과제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새 정부의 숙제가 될 외교·안보 과제들도 쌓이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등 북·러 밀착 기조가 강화하는 상황은 특히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상호 확성기 사용을 중지하면서 형성되고 있는 화해 무드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계기가 된 이란 핵 시설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점도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파괴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재건 사업에 공병 1000명을 포함해 총 6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뢰 제거 작업을 수행할 공병 1000명과 군 소속 건설 노동자 5000명을 러시아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뒤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지뢰 제거 요원 1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며 “건설 인력 5000명은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베도모스티는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했다 사망한 북한 군인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북한과 러시아에 세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쿠르스크에 북한군을 기리는 거리도 조성된다.
쇼이구 서기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고 평양을 찾았다. 이날 발표 내용으로 미뤄 ‘특별 지시’는 김 위원장에게 재건 사업 인력 등을 요청하라는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방송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건물 입구에 직접 마중 나왔고 쇼이구 서기가 차에서 내리자 세 차례 포옹한 뒤 악수했다. 김 위원장이 “한 주일만, 아니 두 주일 만이다”라고 인사하자 쇼이구 서기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 이렇게 자주 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만큼 우리 협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한다”고 했고 쇼이구 서기는 “맞다”고 화답했다.
쇼이구 서기는 지난 4일에도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정세, 쿠르스크 재건 문제,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 기념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병력 1만2000명을 파견했다. 이들 병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격전이 벌어지던 쿠르스크에 투입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말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 파병된 북한군 중 사망 600명을 포함해 총 470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