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취약부문 지원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편성·집행됨으로써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경이 국채시장에 주는 부담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의 2차 추경안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정부 추경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하자 “지난해 말 이후 통상환경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경제심리 위축이 지속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정부가 2차 추경안을 발표한 이후 한은에서 공식 입장을 낸 건 처음이다.
한은은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했다.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이번 추경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를 수 있지만, 집행 시점이 하반기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엔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9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이 국채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한은은 “국고채 금리가 추가 추경에 따른 영향을 이미 상당폭 선반영해 상승해왔고, 2차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향후 국고채 발행 물량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추가적인 금리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도 한은은 “지출 구조조정, 외평채 조정, 여유 기금재원 활동 등을 통해 국채 발행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일부 병행됐다”면서 “취약부문 지원, 경제심리 개선 등을 통해 경기가 진작되면 재정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영향이 일부 상쇄될 것”이라고 답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3조원 감액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서 정부의 환율 대응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기재부로부터 외국환평형기금의 사무 처리를 위탁받아 담당하고 있는 한은이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은은 추경이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에는 시차를 두고 0.1%포인트 정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우리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추경이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고 물가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진 의원은 “한은도 2차 추경 편성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며 “여야가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 소비진작과 경기부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2·3 불법계엄과 관련한 외환 의혹은 내란 특검의 가장 중요한 규명 대상으로 꼽힌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 특검팀은 최근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를 논의했다. 형법상 ‘외환죄’는 13개 조항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외환유치죄’다. 외환유치죄는 ‘외국이나 외국인과 통모해서 대한민국에 대한 전쟁을 일으킨 경우 내란죄와 같이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선고되는 중대범죄’다. 준비만 했거나 미수에 그쳐도 처벌된다.
그간 윤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계엄의 비선 기획자란 의심을 받는 민간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선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오물풍선’ 등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남한발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뿌린 사실을 북한이 공개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군사도발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에 나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계엄 10여일 전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몽골에서 대북 공작을 시도하다 현지 정보당국에 붙잡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등 내란 혐의 수사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이런 외환 의혹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외환죄와 관련한 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국민들의 관심도 큰 만큼 다음달 초 정식 수사를 시작하면 신속하게 의혹의 진위를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환죄로 처벌된 사례가 없는 만큼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철저한 법리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죄가 성립하려면 북한을 법률상 ‘외국’이나 ‘적국’ 등 국가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1983년 대법원은 간첩죄 등에서 북한을 ‘적국’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지만,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따르면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어 외환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을 국가로 해석하더라도 북한과 범행을 모의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특검팀은 북한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적인 어려움, 군 지휘부 등에 대한 증거 확보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의견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북한 도발 유도 행위가) 밝혀지더라도 그 주된 목적은 국내 정국 조성용이기 때문에 당장 외환 혐의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북한은 실질적으로 한국을 침입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국가”라며 “외환죄 입법 취지는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과정에서 특검이 상대적으로 의율하기 쉬운 혐의를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환죄 중에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할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이적죄가 있다. 무기징역 또는 징역 3년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공안 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동일한 사실 관계를 두고 (의율이 더 쉬운)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수사하다가 외환유치죄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갈 곳이 없는데도 관련 규정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광주시는 26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하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새출발 응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서 퇴소할 경우 1인당 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9세 이상 성폭력 피해자 중 보호시설에서 4개월 이상 생활하다 퇴소하는 피해자가 대상이다.
성폭력 피해자중 가해자가 함께 사는 친족이거나 피해자의 주소지를 알고 있을 경우 보호시설에서 생활 할 수 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하는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여성가족부는 19세 미만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해 6개월 이상 생활하다 19세 이후에 퇴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자립지원금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19세 이상 성인 피해자는 자립지원금 없이 시설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광주시에 지원 확대를 요구해 왔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립 지원에 광주시가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