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무직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하면 우리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만 보장받을 수 있다면 여전히 미국과의 핵 협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라그치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각국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으며, 우리의 방위는 전적으로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이란 국영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어 “우리의 방어는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면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당연히 우리의 대응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어떤 협상에도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이란의 ‘핵 권리’를 박탈하는 어떤 거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수용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권리를 보장해 준다면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은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군과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가 시오니스트 정권의 이란 공습을 지원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공격을 당한 쪽임에도 서방 정부는 이스라엘 대신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이 시작된 이후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으로 12·3 불법계엄 이후 멈춰섰던 정상외교의 복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캐나다 캘거리공항에 도착한 이후 첫 일정으로 라마포사 대통령과 한·남아공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지난 12일 전화통화를 나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대면 회담을 가졌다.
한국과 남아공, 호주 정상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의 초청으로 캐나다 캘거리를 찾았다. 세 나라 외에 브라질, 인도, 멕시코, 우크라이나와 유엔 등 국제기구가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아 17일 열리는 확대정상회의 등에 참가한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에 체류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G7 회원국 정상과의 회담도 준비 중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정상회담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국제무대”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과 이란의 반격이 오간 이후 이스라엘에서 “이란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결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해안도시 바트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바트얌에서는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9명의 사망자와 약 20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더타임스는 이날 바트얌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영웅 취급을 받으며 환대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의 공습으로 파괴된 아파트를 시찰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은 민간인을 겨냥해 사전 계획된 살인을 자행했다. 아주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우리의 존망이 걸린 전투를 하고 있다. 이 점을 이스라엘 국민이 모두 이해하고 있다”며 “이란이 핵미사일을 이스라엘 도시에 떨어뜨린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3일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하기 위해 많은 고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다며 이란 공습 이유를 밝혔다.
더타임스와 인터뷰한 바트얌 주민 대부분은 네타냐후 총리의 대이란 공습 명분을 지지했다. 건물 소유주인 이스라엘 데조라예프는 “우리에겐 이 전쟁이 필요하다”며 “이런 일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겐 비비(네타냐후 총리)가 하는 일을 실행할 용기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주민 두디 코헨도 “네타냐후밖에 없다”며 “이번 주에 그것(이란 폭격)을 안 하고 한 달을 더 기다렸다면 우리는 여기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많은 여론조사에서 대다수가 ‘이란을 억제해야 하며 이란은 이스라엘에 직접적 위협이다’라는 의견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하마스에 비밀리에 무기, 금전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찬성한 응답자는 45%로 가장 많았다.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41.5%였다.
WP는 이스라엘의 기습 폭격 이후 정치인 사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결단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경쟁자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임 총리는 전날 엑스에 “이스라엘이 핵무장 이란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고 있다”고 썼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도 이란의 잔혹한 포격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지지율이 떨어진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번 이란 공습이 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요하난 플레스너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은 “중동과 이스라엘의 역사 궤적이 바뀌는 획기적 순간”이라며 “지금은 많은 이스라엘 국민이 ‘이란과의 전쟁’을 선포한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가 미국과 적절하게 공조했는지, 동맹국과 불화를 빚진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