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61·사진)가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권위 높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3일 황 교수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자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D램은 한정된 부피에 전자를 저장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소자 크기가 계속 줄어들면서 전자를 저장할 부피도 축소됐고, 이에 따라 성능 향상에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저항 스위칭 메모리는 전자의 양이 아닌 산화 물질 등을 사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신개념 기술이다.
해당 연구는 201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된 뒤 현재까지 학계에서 2450회 이상 인용됐으며, 저항 변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용 빈도수 상위 5번째 논문 자리에 올랐다.
황 교수는 또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 750편을 발표했으며, 특허 출원·등록 227건, 기술 이전 16건도 기록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황 교수는 최근에는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뉴로모픽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맞닿아 있다. 지금의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뇌는 추상적 사고를 통해 답을 낼 수 있다. 무조건 많은 데이터를 모으지 않아도 효율 높게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황 교수는 “뇌를 닮은 기술을 만드는 핵심은 뉴로모픽 반도체”라며 “(데이터를 다량으로 모으지 않는 만큼) 현재보다 전력 소모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발전에서 큰 걸림돌로 인식되는 전력 문제의 돌파구를 뉴로모픽 반도체로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서 황 교수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
오는 토요일, 어머니와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집안 어르신 한 분을 찾아뵙기로 했다. 평생 활달했으나 아흔을 훌쩍 넘겼으니 기력은 예전만 못하실 게 분명하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없다지만, 기억도 그때만 못하실 것은 불문가지. 특별히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으니 공동의 기억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면회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벌써 머리가 하얗다. 그래도 피붙이니 두어 가지 이야깃거리는 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기다린다.
한 사람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법인데, 그렇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그이가 걸어온 길의 흔적을 따라 잊었던 기억들을 되찾으며, 때론 안도했고 종종 행복했다. 절판되어 아쉬운 책 목록 중 단연 앞자리에 놓아둔,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노 가이거의 <유배 중인 나의 왕>은 알츠하이머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아버지를 곁에서 살펴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버지는 열일곱 나이에 나치에 징집돼 아비규환 전쟁을 겪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꿈 많던 소년이 아니었다. 까칠함과 괴팍을 넘나드는 사람이었으니 자식들조차 아버지의 적잖은 변화가 알츠하이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병은 아버지에게 ‘교묘히 눈에 띄지 않게’ 그물을 던졌다.
아버지는 “번번이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빼앗아가거나 훔쳐갔다”고 역정을 냈다. 집착도 심했다. 집 앞 자작나무가 잘 있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물었고, 때론 저 나무가 집을 덮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평생 살아온 집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도 적잖았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모든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부모님이 강인하고 삶이 무엇을 요구하든 의연하게 버틸 거라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님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2015년 영화 <스틸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줄리언 무어)는 세 아이의 엄마, 사랑받는 아내, 존경받는 교수였다. 하지만 행복한 앨리스 앞에 깊은 어둠이 드리웠다.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 앞에 닥친 현실은 막막 그 자체, 조발성 알츠하이머였다. 하필 그의 전공은 언어학이었다. 말과 글이 앨리스의 전부였는데, 서서히 그 전부가 어눌해지고 기억이 희미해졌다. 어떤 철학자가 주장한 ‘내가 기억하는 나가 곧 자아’라는 말이 맞다면, 앨리스는 자아가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 철학자의 말을 거부한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지금이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현실을 애써 부정하던 남편, 발병 초반에는 갈등했지만 엄마의 변화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품어내는 큰딸 등 가족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오늘 우리의 모습이 이래야 함을 상기시킨다. 영화의 원작은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이자 소설가인 리사 제노바의 동명 소설인데, ‘품절 상태’라 독자들의 손에 들릴 수 없어 안타깝다.
옛말에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고 했다. 아이뿐이었을까. 그 옛날에도 적지 않았을 치매 노인들을 보듬은 것 역시 마을이었다. 기억을 잃었을 뿐,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바로 그이 아니던가. 과학기술이 날로 발달해 우리 후손들은 ‘실리콘 형태의 뇌’, 즉 디지털 매체로 영원히 기억을 잃지 않을 거라고 한다. 혼자서 걱정한다. 그 기억은 나, 아니 나의 자아일까. 곁을 내어주던 그 사람들이 없는데, 사라지지 않는 기억은 대체 무슨 소용일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일 삼부토건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지 하루 만이다. 내란 특검, 채 상병 특검을 포함한 3대 특검 중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특검팀은 3일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의 삼부토건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주가조작 가담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확보하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 이종호씨가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체크”라고 언급하고, 이후 주가가 급등한 사건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사업을 논의한 것과 맞물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 가담 여부 규명이 사건의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4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경영진을 고발하면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김 여사는 제외했다. 이종호씨, 삼부토건 임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고발대상에서 빠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증액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것을 정권 교체 후 복원에 나선 것이다.
2일 국회 예결위 추경 조정소위원회의 심사자료를 살펴본 결과 조 의원은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증액 의견을 냈다. 조 의원은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실 및 국가안보실의 활동 중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되어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액 규모는 명시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을 겸하고 있다.
조 의원은 전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이 경호처와 같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투명한 절차 만드는 과정 거치면서 특활비·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를 다시 해야 한다”며 이들 기관의 특활비와 특경비도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1월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안 중 대통령실과 검찰, 감사원, 경찰청 특별활동비를 전액삭감한 2025년도 예산안 처리를 주도했다. 당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삭감은 잘못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런 안은 그해 12월 10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경비 506억9100만원과 특활비 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과 특활비 15억원, 경찰 특활비 31억6000만원등이 전액 삭감됐다. 이 중 검찰 특경비와 감사원 특경비는 복원하는 것으로 이번 추경안에 반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