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폰테크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확장 재정’를 내세우면서 그간 기획재정부가 추진해왔던 재정준칙 도입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국가 채무 비율을 법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이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상충하는 만큼 도입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재정준칙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세계 각 나라가 재정준칙을 완화하는 상황도 보면서 종합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채무 비율 등을 법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정준칙 도입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부안으로도 나왔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 때 나온 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국가채무 비율은 60% 이내로 각각 묶는 내용을 담았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 기준과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과 튀르키예 정도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선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 여건이 나빠지면서 2022~2024년 3년 연속 관리재정수지가 GDP의 3%를 넘기도 했다. 통과되진 않았지만 정부안으로 나온 법안상의 숫자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악화된 경기 상황에서 출발한 이재명 정부에서 재정준칙 입법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2일 “나랏빚이 1000조원이 넘었다면서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 진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진 만큼 지금은 나랏돈을 풀 때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낮췄다. 경기 하락세가 커진 상황에선 재정 준칙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기재부는 이 대통령의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 최소 20조원 이상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국들도 경제 침체나 위기 상황 때마다 재정준칙을 유연하게 운영해왔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재정준칙 추가 완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에 재정준칙 완화를 권고했다. 독일 역시 지난 3월 헌법을 개정해 국방비 지출에 대한 재정준칙 적용을 면제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은 원론적으로 도입이 필요하지만, 경기와 세수 예측이 안정된 이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며 “새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세입 기반을 늘리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