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소년재판변호사 지난해 12월16일 ‘빌린용기’(가명·29)는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무대에 올랐다. 주로 집에 머물며 스스로 사람들과 단절한 생활을 한 지 약 10년째였다. 그는 광장에서 자신을 ‘술집 여자’라고 소개한 한 시민의 발언을 들었다. 그에게서 ‘용기를 빌려’ 무대에 선 빌린용기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고립·은둔 청년입니다.” 빌린 용기로 뱉어낸 고백은 환호로 돌아왔다.
1년이 지났다. 정부가 바뀌었고 무대는 사라졌다.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 섰던 빌린용기가 찾아간 자리는 어디였을까?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지난 1년간 재개발지에서 밀려난 성매매 여성들과 연대해온 그는 “계엄은 해제됐지만 여전히 ‘비상사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빌린용기에게 계엄은 새로 닥친 위기가 아니었다. “늘 존재하던 민주주의의 불안이 터져나온 사건”이라고 했다. “다수의 시민들이 아닌 소수의 권력이 세상을 결정하는 것”이 한국의 민주주의였고, 그것이 뒤틀린 결과가 계엄이라고 그는 말했다. 껍데기뿐인 민주주의의 민낯이 드러나자, ‘밀려난 삶’들이 광장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등 90여곳이 넘는 광장을 뛰어다니며 빌린용기는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의 관심은 재개발지에서 밀려난 성매매 여성들을 향했다. 그는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라 수년간 집에 있었던 내 모습과 그 여성들이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천에 살던 빌린용기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성매매집결지인 ‘미아리텍사스촌’ 여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성북구의 반지하방으로 이사했다. 광장에서 외친 ‘연대’는 말처럼 쉽고 아름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밖에 나가는 것도 내 역할을 해내는 것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아픈 날이 많았다.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했지만 그에게 민주주의는 한 번에 이뤄지는 성과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었다.
“집에 틀어박힌 사람”에서 “현장에 있는 사람”이 된 그에게 민주주의는 여전히 멀다. 그가 말했다. “한 못된 정치인의 잘못을 짚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정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왜 각자의 삶과 연결된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바꿔나갈지도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언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우리의 말들이 서로에게 닿았으면 해요. 미흡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저도 그런 사람이 계속되고 싶어요. 혼자 짊어지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잖아요.” 무대가 사라진 뒤에도 빌린용기의 광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에 따른 대응으로 12월 1일부터 ‘준법운행’에 들어간다.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사에 따르면 제1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제2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다음 날인 1일 첫차부터 준법운행을 한다.
준법운행은 열차 운행 규정대로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역사 정차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안전투쟁’과 규정 업무 이외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2노조 관계자는 “1노조와 준법투쟁 일정을 공유하고 함께하기로 했다”면서 “쟁의 일정은 1일 중앙투쟁본부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준법운행으로 심각한 열차 지연은 없을 전망이나 평상시보다는 열차 운행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공사 측은 “출퇴근 시간대 지연이 없도록 주요 혼잡역에 지원인력을 배치하고 준법운행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 중심으로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임금 인상률과 신규 채용 규모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정부가 정한 올해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 3%를 지키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판결을 준수해야 한다는 태도다. 공사는 재원 부족으로 1.8%만 인상할 수 있다며 맞섰다.
또한 공사는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려면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나 노조는 승무원의 업무가 가중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3개 노조는 모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중지됐고, 쟁의행위 투표도 가결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1·3노조는 사측과 서울시가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12월 1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2노조도 다음 달 12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는 ‘2026년 서울색’으로 ‘모닝옐로우(Morning Yellow)’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모닝옐로우는 서울 시민이 촬영한 3000장 넘는 아침해 사진을 토대로 개발한 색이다. 2024년 스카이코랄(한강 노을), 2025년 그린오로라(긴 여름밤 가로수)에 이어 세 번째 서울색이다.
매일 시민이 맞이하는 아침해의 노란빛으로 무탈하고 맑은 하루의 활력을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색은 도시와 시민의 일상과 관심사, 변화를 반영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사회·기후·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빅데이터 등으로 분석해 올해 키워드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 2025년은 잦은 비와 가을장마 등 이상 기후와 디지털 홍수속 피로감, 사회적 불확실성 등 잦은 변화가 두드러진 해로 시민은 ‘무탈한 일상’과 ‘내면의 안정’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 14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2026 서울색에 담고 싶은 가치 1위로 ‘활력’이 선정되기도 했다.
시는 시민이 직접 바라보는 아침해의 색감을 찾기 위해 SNS·온라인 등에 시민이 촬영하고 공유한 ‘서울의 아침 해’ 이미지 3000여 건을 수집했다. 이를 국가기술표준원(KSCA) 기준으로 분석해 안정감과 활력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색군을 최종 도출했다.
모닝옐로우는 2일부터 서울시청사, 남산 서울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롯데월드타워, 광화문광장 등 주요 명소에서 첫선을 보인다.
서울색 페인트와 모닝옐로우를 적용한 패션·생활용품은 물론 조명과 미디어·모바일 등 디지털 환경에서도 모닝옐로우를 폭넓게 구현해 접점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모닝옐로우 개발에는 시각·조명·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했다. 홍승대 한국조명디자이너협회 회장은 “조명·미디어·모바일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시인성이 높고, 서울의 야경과도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는 색”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시장은 “모닝옐로우가 시민의 하루에 평온한 활력과 희망을 전하고,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도록 널리 확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