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7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다. 특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에 이어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핵심 공범인 이 전 장관을 도피시켜 사건을 은폐한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범인도피,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은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로,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범인도피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앞서 수사외압 사건에서 기소유예 처분한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 등 5명과 공모해 2023년 11월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주호주 대사에 내정하고 외교부에 대사 교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 조치가 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3월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돼 호주로 출국했고 범인도피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수사가 자신에게 번질까 우려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장관·차관 등에게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를 지시했다고 봤다.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외교부의 인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에 따르면 2023년 8월 초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그해 9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되자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언급하며 해외로 내보낼 방안을 찾았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채 상병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조 전 실장에게 아예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조 전 실장이 이 지시에 따라 장호진 당시 외교부 차관에게 ‘이종섭을 (2024년) 1월까지 호주대사로 보내는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 전 장관 도피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 전 장관의 인사검증을 부실하게 한 정황도 발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12월 중순 자기검증질문서에 ‘범죄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는데, 법무부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문제없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올렸다.
박 전 장관과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심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도록 법무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의결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특검 수사에 협력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앞서 범인도피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은 불기소 처분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염보현 군검사(육군 소령)와 김민정 전 국방부검찰단 보통검찰부장(공군 중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며 박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딸 김주애가 3년 전인 2022년 11월 북한 조선중앙TV에 처음 등장한 뒤 최근까지 총 600일 이상 모습을 보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5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코리아리스크그룹이 운영하는 사이트(KCNAWatch.org)에 오른 조선중앙TV의 1만4115시간분 분량 영상을 인공지능(AI) 기반 안면 인식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2022년 11월 이후 한 번이라도 김주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날짜 수가 3년간 600일을 넘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김주애의 모습이 매달 24일 이상 조선중앙TV에 노출됐다. 방송 시간 자체는 김 위원장에 미치지 못하지만 방송된 날짜 수는 김 위원장에 다가간 셈이다.
닛케이는 TV 노출의 대부분은 음악과 이미지를 결합한 선전 영상이었으며 김 위원장을 칭하는 ‘위대한 영도자’ 자막과 함께 딸 김주애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를 분석한 가와구치 도모히코 니혼대학 교수는 “후계자로 암시하는 연출”이라며 “딸의 존재를 국민에 각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가 분석한 3년간의 조선중앙TV 영상에는 22일간의 방송분은 누락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닛케이는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500여쪽 분량에서 ‘자제분’이라는 말을 추출하는 식으로 조사한 결과 처음 김 위원장의 딸이 등장한 것은 2022년 11월19일이었으며 김주애를 다룬 대부분의 동정은 1면에 실렸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녀’ ‘존경하는 자녀’ 등으로 표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에는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없고, 딸이 18세 정도 됐다는 전제하에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가 든 세 가지 조건은 첫번째 노동신문에 이름이 명기되는 것, 두번째 당직이 주어지는 것, 세번째 개인이 우상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