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상위노출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의 주범 라덕연씨(43)가 2심에서 1심보다 17년 낮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1815억5831만여원 추징도 명했다.
앞서 1심은 지난 2월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1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944억8675만 원의 추징도 명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라씨에게 징역 40년과 벌금 2조3590억원, 127억원 추징을 요청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라씨의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도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라씨 등은 2019년 5월~2023년 4월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등의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운 뒤 대량으로 팔아치워 730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발된 주가조작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2019년 1월~2023년 4월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차명계좌에 은닉한 혐의 등도 받았다.
2023년 4월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 벌어졌다.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나선 검찰은 라씨를 비롯한 가담자들을 2023년 5월 재판에 넘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시세조종으로 인정한 금액의 3분의 1 정도만 유죄로 인정했다.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조직에 일임한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 조직 몰래 투자한 ‘뒷주머니 계좌’가 포함돼 있다는 라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대상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 뿐으로,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주문에 대해서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규모는 1심에 비해 114억원가량 줄었다. 재판부는 “2022년 1월4일 전까지는 ‘무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규율하는 ‘중대범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전에 취득한 정산금을 범죄수익 범위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고, 이는 라씨의 조세포탈로 귀결됐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다만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뒤 전격적으로 매도해 수익을 취하는 통상적인 시세조종 범행과 달리, 대부분 피고인이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해 투자수익을 모두 상실했고, 각기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채무에 부담하게 됐다”며 “주가 폭락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이고, 시세조종으로 인한 이익이 결국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충분한 정도로 수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범행의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지시와 이익의 귀속은 라씨 1인에 집중돼, 결국 라씨와 나머지 피고인들이 죄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항명’으로 규정하고 보복성 조치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에게 하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사건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자세히 기술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8월2일 이 전 비서관에게 7차례 전화해 박 대령이 조사 기록을 경찰에 넘긴 것이 항명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기록을 무단으로 이첩한 것은 국방부 장관의 명을 어긴 것”이라며 “단순한 1건의 공직기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법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려고 같은 날 김 전 단장에게 해병대 조사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고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단장은 사건 기록을 회수한 뒤 이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수사단장 및 일부 수사팀 인원의 사전 공모가 의심되고 군형법상 집단항명죄로 의율해 수사단장은 바로 형사입건했다”며 “내일 아침에 바로 수사단장 등에 대해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박 대령의 체포영장이 기각됐을 때에도 이 전 장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후속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단장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한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이 전 장관은 8월26일 김 전 사령관에게 “자꾸 미련 두지 마. 수사단장에 대해 미련 두면 자꾸 꼬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단장도 같은 날 김 전 사령관에게 “(박 대령이) 사령관님에 대해서도 ‘우유부단하다’ 이런 얘기를 했다. 저희가 그거 다 상관 명예훼손으로 의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