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차장검사출신변호사 [공감]으뜸상은 누구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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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106.♡.235.98) | 작성일 | 25-11-28 2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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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차장검사출신변호사 스물한 살 겨울 나는 청담동의 한 학원에서 멘토 교사로 일했다. 방학마다 아이들을 고급 레지던스에서 재우고 먹이며 밤늦게까지 공부시키는 기숙 학원식 프로그램이었다. 초등학생 대상이었다. 대표는 학부모에게 “이미 많이 늦었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채린(가명)은 첫날부터 눈에 띄는 아이였다. 청담동 애들이 좀 되바라진 면이 있기는 했지만, 개중에서도 유독 어린애답지 않았다. 사람을 늘 똑바로 쳐다봤고 누구와 마주쳐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혼내거나 재촉할 때도 느긋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생님 말씀 따위 듣지 않아도 인생에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채린에게 너무 빨리 들킨 기분이었다. 채린은 모든 과목에서 우수했고 선생들은 그녀를 신뢰하고 예뻐했다. 얼마 안 되어 채린은 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가 되었다. 반 아이들은 남녀 모두 채린의 말에 가장 크게 호응했고 결정을 내릴 때 그녀의 눈치를 살폈고 가까워지기 위해 애썼다. 채린이 같은 반 친구 한 명을 은밀히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프로그램이 절반쯤 지난 뒤였다. 반 아이들보다 한 살 어린 수현(가명)이었다. 수현은 작고 아주 예뻤고 학년을 높여 수업을 들을 만큼 똘똘했다. 사실 채린 혼자 괴롭혔다기보다는 반 전체가 수현을 따돌리고 있었다. 간식을 먹을 때에도 수현만 빼고 먹었고, 점심시간에도 수현만 두고 나갔으며, 수현이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에 과자 껍데기 같은 것을 올려두었다. 채린은 괴롭히는 일을 직접 하지 않았다. 그 일은 채린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몫이었다. 채린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솜씨는 감탄스러웠고 초등학생 아이들은 몇주 만에 자신들만의 질서를 확립했다. 수학 선생은 사려 깊은 사람은 아니었다. 가령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면, “쪽지 시험에서 모두가 90점을 넘기면 사주겠다” 제안했고 그러면 딱 한 명-꼭 수현이가- 87점 정도를 맞았고, 선생은 “아쉽지만 오늘은 안 되겠구나” 하면서 시험지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 아이들이 “아 또 누구냐?” 짜증내면 채린이 그 틈을 타 시험지를 뒤적거리고선 “왜 있잖아. 맨날 우리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하는 애” 하며 눈짓하는 셈이었다. 점심때마다 홀로 컵라면을 먹는 수현을 보면서 나는 복수심이 일었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생각해낸 것이 으뜸상을 수현에게 주는 것이었다. 가장 우수한 학생은 채린이었지만 가장 점수가 오른 사람은 수현이었으니 그게 정당하기도 했다. 수학 선생과 상의해서 그렇게 해야지, 벼르고 있었다. 수료식 전날 나는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깜빡 잠이 들었다. 누군가 머리를 후려쳐서 놀라 일어나니 수학 선생이었다. “학생인 줄 알았네” 하며 선생이 그냥 지나쳤다. 나는 선생을 불러 세워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으뜸상을 수현에게 주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수학 선생은 당황하더니 으뜸상은 채린이 받기로 이미 결정되었다고 했다. 상의할 여지도 없었다. 수료식 날 단상 앞으로 호명된 아이들이 나와 으뜸상을 받았고 채린도 그중 하나였다. 수료식이 끝나고 부모가 마중 오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나와 수현이 남았다. 수현은 내게 “선생님, 한 달 동안 어떠셨어요?” 물었다. 나는 자다가 수학 선생에게 얻어맞은 게 아무래도 기분 나쁘고 그때 꼭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나는 수현에게 어른이고 어린아이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도 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수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선생님은 어른이네요” 하고 말했다. 이후 나는 학원에서 일하기를 그만두었다. 지금은 채린도 수현도 성인이 되었을 테고 나도 삼십대 중반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으뜸상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지 못한다. <하미나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없는 곳을 다녀온 여행을 회고하는 토머스 모어는 궁여지책으로 유토피아를 저 아득히 멀리 있는 섬으로 묘사했다. 설정 자체가 역설적이니, 모어는 그 역설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문체로 밀어붙였다. 나침반 얘기가 그렇다. 유토피아의 섬에는 나침반이 없었다. 파도 잔잔한 여름에만 항해했다. 어둡고 바람 불고 추운 날에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낯선 외지인이 나침반을 소개해 주자, 섬사람들은 당연히 열광했고 더 이상 어둠과 겨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침반이라는 바늘 하나가 뱃길의 경계를 넓혀놓자, 사람들은 마치 위험을 상쇄해주는 부적처럼 의지하기 시작했다. 나침반 하나만 믿고 너나없이 더 멀리 더 오래 바다로 나가다 보니, 배가 길을 잃고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외려 더 많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술이 열어젖힌 가능성 위에 뒤늦게 질서를 얹었다. 바다에 길을 만들고, 불을 켜고, 규칙을 세웠다. 그 규칙 속에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뱃길은 더 안전해졌다. 나침반이 바다의 길을 열었다면, 전등은 육지의 밤을 밝혔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던 불꽃과 달리, 전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안정된 빛이 만들어내는 신뢰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서히 삶의 찬란한 일부로 만들어갔다. 그런데 이 빛도 오래가지 않아 ‘밤을 도와주는 도구’에서 ‘밤을 확장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전등이 켜진 순간부터 밤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기계와 공장의 것이 되었다. 조립라인 위로 전등이 줄지어 밝혀지고, 야간노동이 출현했다. 전등은 노동시간을 자연광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일터에서 시간의 경계는 흐려졌다. 거대한 착각도 같이 생겼다. 전등이 밤을 없앴듯이, 삶의 육체적 리듬에서도 밤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그 대가는 컸다. 기계는 한밤에도 돌아가고, 사람들은 그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저당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침반이 생겼다고 해류가 얌전해진 것은 아니듯이, 전등이 생겼다고 인간의 피로가 절전된 것은 아니었다. 달빛이 사라졌다고 해서, 인간의 신체가 새벽 두 시를 정오처럼 받아들이는 기능을 얻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밤을 밝히는 전등 아래서 일하다 다치고 죽었다. 그래서 세상은 다시 전등을 끄는 법을 찾아나섰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개인의 일할 자유를 침해하며 밤에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차별적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야간노동에 대한 의학적 진단과 안전사고 보고서 앞에서 반대의 불빛은 희미해졌다. 여성과 아동의 야간노동 금지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100년 동안 많은 나라는 전등 아래서 이루어지던 노동을 줄이려 했다. 그 흐름의 정점이 1990년에 채택된 야간노동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이제 밤새 물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세상은 거대한 ‘배달 라인’이 되었다. 공장에서 버튼 하나로 기계가 돌아가듯, 휴대폰 화면을 누르는 순간 도시의 밤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다만 조립라인에서 기계가 하는 일을 ‘배달 라인’에서는 사람이 한다. 전등 밑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전등을 밝히며 내달린다. 새벽배송이 그렇게 탄생했다. 새벽배송은 밤에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발명품이다. 소비자의 시야에 열심히 등장하는 것은 ‘도착 시간’뿐이고, 과정은 거의 삭제되어 있다. 이른 새벽 문 앞에 놓인 작은 상자는 마치 밤 동안 자동적으로 생성된 물건 같다. 그 상자 하나를 위해, 어떤 사람은 밤을 건너뛰고, 어떤 사람은 밤을 억지로 붙잡고, 어떤 사람은 밤이라는 공간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 논리의 끝에서 우리는 ‘번개배송’이라는 이름까지 보게 되었다. 그 번개가 생산하는 속도 뒤에는, 인간이 스스로 조율해온 생체의 박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소리가 숨어 있다. 자동차 전등의 밝음이 아무리 강해도 사람의 눈은 어둠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길거리의 전등이 밤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밤이 인간 안에서 사라진 적은 없다. 삶의 리듬 속의 밤을 잊으면, 삶 자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다만, 그 위협은 여전히 어둠 속이라서, 세상이 수고스럽게 비춰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시 한번, 세상은 자동차 전등을 줄여가는 방법을 찾게 될까. 어둠 속에서 더 멀리 가려고 만든 나침반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얼마나 멀리 가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것 말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 고위 인사와 지난달 통화한 내용이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윗코프 특사는 당시 통화에서 종전협상을 두고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는데,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28개 조항’ 평화협정 초안이 마련된 데 단초가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표준 협상방식”이라고 윗코프 특사를 두둔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윗코프 특사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지난달 14일 나눈 약 5분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윗코프 특사는 당시 통화에서 조만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그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주의자로 존경한다고 말하면 좋을 것”이라며 공략법에 가까운 조언도 건넸다. 윗코프 특사는 이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를 통제하고 별도로 ‘영토 교환’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나는 평화협정을 성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도네츠크와 아마도 어느 땅의 교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처럼 20개 조항의 평화 구상을 내놓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대화를 두고 “우크라이나에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28개 조항 평화협정안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윗코프 통화 내용을 보면 의아할 만큼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간 최근 한 달간 상황의 퍼즐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시간30분간 통화는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 하루 전인 지난달 16일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했던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하긴커녕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거친 욕설과 훈계를 퍼부으며 회담을 마쳤다. 러시아에 치우친 내용으로 논란이 된 ‘28개 조항’ 평화협정 초안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경제특사가 미국 마이애미에 머물며 윗코프 특사 등과 시간을 보냈을 당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28개 조항’ 평화협정 초안이 트럼프 정부에 제안된 러시아 측 초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직후 러시아가 비공식 서한 형태로 종전 요구사항을 트럼프 정부에 전했으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영토 포기 등 조건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이 초안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앞서 “미국이 작성한 게 아니며 사실상 러시아의 ‘소원 목록’”이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 공화당 내에선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윗코프를 해임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러시아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윗코프는 협상을 이끌 만한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벤실베이니아)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비밀회동이 중단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루비오 장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논란에 대해 “협상 담당자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며 “표준 협상 방식”이라고 윗코프를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위트코프 특사가 종전 협상 논의를 위해 다음 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윗코프 특사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경위와 배경을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출된 미·러 통화가 쏘아 올린 전 세계 추리 게임: 누가, 왜 했나’라는 기사에서 러시아 정부, 유럽 정보기관, 미국 정부 등이 배후로 추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 내부 분열에서 기인한 러시아의 자작극이거나, 러시아에 치우친 종전협상안을 좌초시키기 위한 유럽 정보기관이나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유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에서 유출했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종전 협상을 둘러싼 혼돈과 불확실성을 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번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우크라이나에선 사실상 ‘러시아의 파트너’인 윗코프 특사를 중재자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종이혼전문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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